
캐나다 중계서 한국 선수를 ‘중국 선수’로 오인…반복되는 표기 논란이 드러내는 국가 이미지 훼손과 경계의 필요성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중계 과정에서 캐나다 공영방송 CBC가 한국 선수를 중국 선수로 소개하는 오류를 반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태극기를 달고 출전한 선수를 다른 나라 선수로 지칭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방송 실수를 넘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정체성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오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연이나 일회성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 주요 종목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경기 중계 과정에서 중국 선수로 소개되면서 불거졌다. 자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중계진의 음성 해설에서 명백한 국가 표기 오류가 발생했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쌓아온 성과와 위상을 고려할 때, 이러한 오인은 선수 개인뿐 아니라 국가 전체에 대한 존중 부족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해당 사안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CBC 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한두 번의 실수라면 넘어갈 수 있지만, 여러 종목에서 반복된 오류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공개적인 시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문화·스포츠 위상을 지켜야 한다는 공공적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도 캐나다 스포츠 채널 TSN이 태권도 영상을 일본의 ‘닌자’로 소개해 논란이 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부 해외 매체가 동아시아 국가의 문화와 정체성을 충분히 구분하지 못하거나,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는 무지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특정 국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과대 반영되는 구조적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최근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대규모 투자와 조직적 전략을 통해 스포츠 외교를 강화해 왔으며, 국제 연맹과 방송 네트워크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 선수들이 무의식적으로 중국 선수로 오인되는 현상은, 단순한 착오를 넘어 한국의 독자적 정체성이 희석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 스포츠는 쇼트트랙, 양궁, 태권도, 스피드스케이팅 등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이는 수십 년간 선수와 지도자, 국민의 노력으로 쌓아온 결과이다. 그러나 국제 중계에서조차 국적이 혼동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러한 성과와 정체성은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스포츠 브랜드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오류는 문화적 인식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서구권 일부 매체에서는 여전히 동아시아 국가들을 하나의 묶음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남아 있다. 언어, 역사, 문화, 정치 체제가 모두 다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라는 단순한 틀로 인식하는 태도는 오인과 왜곡을 반복적으로 낳는다. 이번 사례 역시 그러한 구조적 인식 한계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 속에서 중국의 문화·외교적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한국의 정체성이 상대적으로 가려질 가능성도 커진다. 중국은 자국 선수와 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국제 사회에서 서사를 주도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국제 무대에 참여해 왔다. 이 차이가 누적될 경우, 외부 시각에서 한국과 중국의 구분이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방송사의 실수를 비난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성과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국가 이미지와 소프트파워를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중계 오류와 같은 사안에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 역시 이러한 문제를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관련 기관과 협회는 해외 방송사와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선수단과 언론을 통해 문제 사례를 꾸준히 기록하고 공유함으로써,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제적 압박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해외 중계나 콘텐츠에서 오류를 발견했을 때 적극적으로 제보하고 문제를 공론화하는 시민 참여는, 국가 이미지를 지키는 데 중요한 힘이 된다. 과거 한류 콘텐츠나 문화유산 왜곡 문제에서도 이러한 시민 행동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동시에, 이러한 문제를 반중 감정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중국 선수와 시민들 역시 스포츠를 통해 공정하게 경쟁하고 교류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구조적 인식 오류와 국제 정보 환경의 불균형에 있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반복되는 국가 오인은 한국의 위상과 존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체성이 희석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문화·외교·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스포츠 중계라는 작은 장면에서 시작된 문제가, 결국 국가 브랜드 전체와 연결되는 이유다.
이번 CBC 중계 논란은 한국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국제 무대에서 존중받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성과뿐 아니라 정체성을 지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 차원의 외교나 정책뿐 아니라, 민간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앞으로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더욱 늘어날 것이며, 미디어 환경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한국이 단순한 참가국이 아니라, 분명한 존재감을 가진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작은 오류 하나에도 민감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일회성 해프닝으로 넘기지 않고, 장기적 대응 전략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캐나다 중계에서 발생한 이번 오인은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국제 사회에서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반복되는 오류를 바로잡고, 정확한 인식과 존중을 이끌어내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는 단지 스포츠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