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짝퉁 불닭볶음면’ 중국 통해 유통…한국 식품 산업을 노리는 이중 위협
최근 중국을 경유해 북한이 삼양식품의 히트상품 ‘불닭볶음면’을 모방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가 공개한 북한산 라면 ‘매운 김치맛 비빔국수’는 포장, 캐릭터, 조리법까지 불닭볶음면을 그대로 본뜬 ‘짝퉁 제품’이었다.
북한은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면서도, 정작 세계적으로 성공한 K-푸드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카피해 수출 시장에 내놓으려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제품이 중국을 통해 유통되며 합법적인 무역 상품처럼 포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국 이상에 수출되며 K-푸드 열풍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중국, 동남아, 미국, 유럽 시장에서 ‘K-스파이시 라면’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며 한국 식품 산업의 위상을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북한판 모조품은 외형부터 한국 제품과 거의 동일하다. 검은색 배경, 빨간색·흰색 조합의 글씨체, 그리고 불을 내뿜는 닭 캐릭터까지, 삼양의 마스코트 ‘호치(HOCHI)’를 연상케 한다. 조리법 또한 동일하게 “국수를 끓인 후 물을 빼고 양념을 버무린다”는 방식이며, “김치와 닭알, 파를 넣으면 맛이 좋다”는 문구까지 흡사하다.
이는 단순한 ‘참고’ 수준을 넘어선 노골적 모방이다. 북한은 국제 저작권 규정이나 상표권 보호와 무관하게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문제는 이를 중국 경로를 통해 해외에 유통하려 한다는 점이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다양한 무역 채널을 보유한 중국은 북한산 모조품을 ‘중국산 제품’처럼 위장해 제3국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브랜드는 세 가지 차원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북한은 한국을 비난하면서도 한국 문화와 제품을 모방한다. 과거 K-드라마, K-팝이 불법 유통된 것처럼, 이번에는 K-푸드가 표적이 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모방품이 국제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는 것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물류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국은 겉으로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외국 브랜드의 지적재산을 모방하거나 방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북한의 문제로만 볼 수 없으며, 중국의 묵인과 협조 없이는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 지금 단순한 짝퉁 논란을 넘어선 구조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북한과 중국이 동시에 한국의 대표 브랜드를 모방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하려 한다면, 그 피해는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K-푸드 전체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판 ‘짝퉁 불닭볶음면’의 등장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대표적인 식품 브랜드를 훼손하고, 중국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침투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 신호다.
한국은 지금, 문화와 식품을 포함한 지식재산권 전쟁의 한가운데 서 있다. K-푸드의 성공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 소비자 인식 제고, 중국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북한과 중국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직시하고, 한국은 더 이상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브랜드와 K-푸드를 지켜낼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