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비자 입국 한 달, ‘서울병’의 그림자 — 중국 관광객 급증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한국이 중국 단체 관광객에게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관광산업 회복과 내수 진작을 기대했지만, 그 후폭풍은 예상보다 거세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거리의 소음, 위생 문제, 범죄 사건까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경제보다 질서가 먼저”라고 토로하며, 소셜미디어에는 ‘노 차이나(No China)’라는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일산의 한 식당에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실내에서 흡연을 하고 바닥에 침을 뱉는 등 무질서한 행동을 벌였다. 점주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흡연을 이어간 이들은 화장실을 파손한 채 떠났다. 불과 열흘 뒤 제주에서는 세 명의 중국인이 금은방에서 14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치려다 공항에서 검거됐다. 이들은 ‘무비자 단체 관광객’ 신분이었다.
이 두 사건은 단순한 예외적 일탈이 아니다. 제주 성산일출봉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천연기념물인 용머리해안에서 용변을 본 사례 등, 관광지에서의 무례한 행동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9월 한 달 동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관광산업은 활기를 되찾았지만,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손님은 늘었는데, 손님다운 손님은 줄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의 한 카페는 “중국인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공지를 내걸었다. 시끄러운 소음과 규칙 무시로 인한 갈등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 조치는 SNS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재한 중국인 인플루언서들이 “명백한 차별”이라며 비판 영상을 올렸다. 결국 구청장이 직접 나서 설득했고, 카페는 공지를 철회했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가 ‘관용과 피로’ 사이에서 균형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시민은 “차별은 옳지 않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중국인 관광객의 행동이 계속 반복된다면, 불만이 다시 폭발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면세점과 숙박업계는 활짝 웃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경우, 무비자 시행 한 달 만에 중국인 방문객이 전년 대비 90% 증가했고 매출은 40%나 올랐다. 외국인 고객 중 77%가 중국인이며, 매출 비중은 86%에 달했다. 중국 관광객은 여전히 한국 경제에 ‘큰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이익 뒤에는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경찰은 중국인 단체 입국자들의 범죄 증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인의 운전 허용 계획에 대해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2014년 제주도에서 추진된 ‘중국 관광객 렌터카 허용’이 주민 반대로 무산된 전례가 다시 거론된다. 치안 문제와 교통 안전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내에서는 오히려 ‘한국 여행 열풍’이 다시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抖音)에서는 ‘서울병(首尔病)’이라는 유행어가 퍼지고 있다. 한국을 다녀온 젊은이들이 “서울의 거리를 그리워한다” “한국은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여행지였다”고 고백하는 영상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반중 정서를 우려해 ‘나는 대만인입니다’라는 배지를 달고 여행을 한다. 한국 내 반중 여론이 강해지면서, 선의의 관광객조차 위축되는 상황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의 감정의 골이 문화 교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 ‘동아시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71.5%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치 갈등이 아니라, 일상 속 경험에서 비롯된 불신이 누적된 결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혐오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한양대학교 이훈 교수는 “개방성과 수용성은 한국 관광의 경쟁력이자 문화의 힘”이라며 “중국인 전체를 배척하는 것은 결국 한국의 국제적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전제는 ‘상호 존중’이다. 손님이라면 예의를 지켜야 하며, 주인이라면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 지금의 갈등은 단순한 문화 차이가 아니라, 질서와 기본 규범에 대한 문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중국인 관광객’이라는 집단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무분별한 행동과 그로 인한 사회적 피로감이다. 한국이 앞으로도 관광 대국으로 성장하려면, 질서와 문화 규범을 지키는 것이 필수다. 정부는 경제적 이익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입국 심사와 관광 매너 교육 등 사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일본·유럽보다 훨씬 개방적인 관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열린 문’이 언제나 ‘무방비’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비자 정책이 지속되려면, 그 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의 책임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중국 젊은 세대가 ‘서울병’을 이야기하며 한국을 동경한다는 것은 한국의 매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 중국인 관광객의 무책임한 행동은 그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 무비자 입국 제도는 한국의 관용을 보여주는 상징이지만, 그것이 ‘무질서의 면허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혐오도, 맹목적 환영도 아니다.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다. 한국 사회는 단호하되 품격 있게, 외국인 관광객은 자유롭게 그러나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국제 도시 서울의 모습이며, 미래의 K관광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