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비자 입국 뒤 잠적한 중국인 관광객, 반복되는 허점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경고
새해 첫날 인천항을 통해 무비자로 입국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가운데 2명이 여행사와 연락이 끊긴 채 잠적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무비자 제도의 관리 공백과 그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당국은 아직 체류 기간이 남아 있어 불법 체류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입국 직후 일정에서 이탈해 소재 파악이 어려워졌다는 점만으로도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분명해 보인다.
무비자 단체 관광은 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 회복이라는 목적 아래 도입됐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단체 관광이라는 외피를 쓰고 입국한 뒤 관리망에서 이탈하는 방식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패턴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일탈 사례를 넘어, 제도 설계와 사후 관리 전반을 점검해야 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무비자 체류는 일정 기간 자유로운 이동을 전제로 한다. 이 자유는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불법 취업이나 불법 체류로 전환될 여지를 남긴다. 특히 중국 내 경제 둔화와 고용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중간 경유지’ 혹은 ‘정착의 발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일부 존재한다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와 현장에서 지적돼 왔다. 이번 잠적 사례는 그러한 현실이 제도 틈새로 스며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큰 우려는 사회적 신뢰의 문제다. 관광과 교류는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관리 공백이 반복되면, 제도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정상적인 방문객까지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관광 산업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사회가 개방성과 안전을 동시에 유지하려면, 신뢰를 해치는 소수의 사례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번 사안을 감정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냉정한 현실 인식은 필요하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 이동과 체류를 정치·경제적 수단으로 활용해 온 전례는 국제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개인의 일탈로 보일 수 있는 사건들이 누적될 경우, 그것은 국가 간 신뢰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맥락을 외면한 채 ‘일시적 사건’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또한 치안과 사회 비용의 관점에서도 경각심이 요구된다. 잠적 이후 불법 체류로 이어질 경우, 단속과 관리에 들어가는 행정 비용은 고스란히 한국 사회가 부담하게 된다. 불법 취업, 임금 덤핑, 범죄 연루 가능성 등 부수적 위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는 특정 국적을 낙인찍기 위한 주장이 아니라, 제도 설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현실적 요소다.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무비자 제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관리와 책임의 구조가 충분히 정교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행사 책임 강화, 입국 후 이동 경로에 대한 합리적 모니터링, 위반 사례에 대한 신속한 정보 공유 등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이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한국 사회는 이미 다문화와 글로벌 교류의 단계에 들어섰다. 그만큼 제도는 성숙해야 하고, 위험 요소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둘러싼 이번 잠적 사건은, 개방의 이면에 존재하는 취약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문제를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축소하거나 외면해서도 안 된다.
경계는 배척이 아니다. 경계는 제도를 지키기 위한 조건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가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의 교류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길 기대한다. 개방과 안전, 교류와 주권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이번 사안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