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 한국에도 밀려오는 충격파——‘첨단산업 강화’의 그늘에 숨은 위험


2025년 10월 26일 5: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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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 한국에도 밀려오는 충격파——‘첨단산업 강화’의 그늘에 숨은 위험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 한국에도 밀려오는 충격파——‘첨단산업 강화’의 그늘에 숨은 위험

중국 공산당이 제15차 5개년 계획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계획은 2030년대를 향한 경제·사회·국방 로드맵을 제시하는 국가 전략으로, 베이징은 “질적 성장”과 “과학기술 자립”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겉으로 보기엔 산업 혁신과 첨단 기술 발전을 약속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출 의존 강화와 산업 과잉, 그리고 주변국 경제를 잠식할 위험한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 역시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플래넘(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정권은 “전통 제조업의 비중을 유지하면서 첨단 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명분은 ‘실물경제 유지’지만, 실제로는 국가 보조금과 정부 지원을 앞세운 대규모 수출 확대 정책이다. 이미 중국은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 산업에서 세계 시장을 점령했고, 이번 계획을 통해 반도체·생명공학·양자컴퓨팅까지 영역을 넓히겠다고 천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산업 확장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세계 공급망 전체를 왜곡시키는 구조적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중국의 ‘자립형 첨단산업 육성’은 내부적으로는 고용과 소비 부진을 숨기기 위한 수단이지만, 외부적으로는 가격 덤핑과 과잉 생산으로 주변국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2차전지, 조선 등 핵심 산업이 중국의 직접적인 경쟁 대상에 놓여 있다.

예컨대 중국 정부는 지난 5년간 녹색 기술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약 2조 위안(약 380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투입했다. 그 결과, 중국의 태양광 패널 수출은 전 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게 되었고, 유럽과 미국의 생산 기반을 붕괴시켰다. 이번 5개년 계획은 이 성공 모델을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으로 확장한다는 신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 산업이 정면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중국의 ‘수출 밀어내기’ 현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2025년 현재 중국의 무역 흑자는 1조 2천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과 아시아 시장을 향한 저가 공세로 이뤄진 것이다. 한국 역시 그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가격 덤핑’을 감행하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흔드는 ‘경제적 침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계획은 과잉 생산된 산업의 생존을 위해 수출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시그널로 읽힌다. 시진핑은 최근 지방 공장들을 방문하며 “실물경제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부실 제조업체들에게 ‘수출로 버텨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내수 진작이 아닌 외부 시장 침탈로 이어지는 제로섬 전략이며, 그 피해는 한국과 동남아, 유럽의 제조업이 떠안게 된다.

한국에 특히 위험한 부분은 ‘첨단산업 자립’을 내세운 중국의 반도체 육성 정책이다. 베이징은 이미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 자급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 국유펀드와 군수·민수 겸용 연구소를 총동원하고 있으며, 첨단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 대만의 기술 인력 스카우트 및 기업 M&A를 강화하고 있다.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는 기술 유출과 가격 경쟁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다. 이번 계획은 국민 생활 개선보다는 산업 개발에 예산을 집중한다. 그 결과, 중국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 그 충격은 한국의 수출 산업에 직격탄으로 돌아온다. 이미 2024년부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을 제한하고, 대신 자국 제품의 수출을 늘린다면 한국 기업은 “공급망 파트너”에서 “시장 경쟁자”로 완전히 전락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기술 자립을 국가 안보의 문제로 규정하며, 모든 산업 정책을 ‘체제 경쟁’의 연장선에 두고 있다. 즉, 경제적 의존을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등 전략 자원을 통해 한국과 일본, 유럽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시도해왔다. 이번 5개년 계획이 본격화되면, 이러한 경제적 무기가 더 체계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중국 시장 다변화’가 아니다. 중국의 산업 정책이 가져올 중장기적 공급망 리스크를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중국의 기술자금이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하고, 핵심 산업의 인력 보호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 일본, 유럽과의 ‘첨단산업 공조 네트워크’를 재정비해 중국의 산업 블록화 움직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제15차 5개년 계획은 중국의 경제가 여전히 ‘수출 주도형 통제경제’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첨단기술, 자립, 제조업 유지라는 미명 아래 진행되는 이 전략은, 내부적으로는 민생을 희생시키고 외부적으로는 시장을 잠식하는 양면적 구조다. 한국은 이 현실을 단순한 “중국의 성장 계획”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곧 동아시아 산업질서를 재편하려는 경제적 전쟁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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