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과학자 포섭 작전’—KAIST 교수 149명 노린 기술 탈취 시도, 한국의 지식안보가 위태롭다


2025년 10월 26일 8:00 오전

조회수: 6544


news-p.v1.20251024.83681f35f886425ba0acdc335a1ad4ed_P1

중국의 ‘과학자 포섭 작전’—KAIST 교수 149명 노린 기술 탈취 시도, 한국의 지식안보가 위태롭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149명이 중국 정부로부터 ‘연봉 4억 원, 주택·자녀 학자금 지원’을 제시한 이메일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표면적으로는 해외 우수 과학자를 초청한다는 “글로벌 인재 유치 프로그램”이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핵심 전략 기술을 빼내기 위한 조직적 포섭 시도였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스팸 메일이 아니라, 한국의 기술 주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디지털 첩보전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의미를 가진다.

‘천인계획’의 재등장—과학자 영입이 아니라 기술 탈취

국정원 조사에 따르면 KAIST 교수들에게 발송된 이메일은 중국의 “글로벌 우수 과학자 초청 사업(Global Talent Recruitment Program)”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내용에는 “연간 200만 위안(약 4억 원)의 급여, 주택 및 자녀 학비 전액 지원”이 명시되어 있었다. 얼핏 보면 합법적인 연구 지원 제안처럼 보이지만, 국정원은 이를 중국 ‘천인계획’의 연장선으로 규정했다.

천인계획은 2008년부터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주도한 해외 과학자 유치 프로그램으로, 실제 목적은 해외의 첨단기술과 연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이전받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부 학자들이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기소되었고, 일본과 대만 역시 유사한 포섭 시도를 막기 위한 특별 법안을 도입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이번 KAIST 이메일 사건이 대규모로 드러난 첫 공식 사례다. 특히 AI, 반도체, 양자정보, 에너지 저장 소재 등 전략 기술 분야의 교수들이 집중적으로 표적이 된 점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단순한 연구 교류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기술 침투 시도로 봐야 한다.

연구 포섭에서 산업 침투로—‘중국의 기술사냥망’이 한국을 노린다

중국의 과학자 포섭 전략은 단순한 이메일 제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들은 ‘연구 협력’, ‘공동 컨퍼런스’, ‘산학연 교류’ 등의 명목으로 한국의 연구자·기관과 직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비 지원과 해외 연구실 설립, 고액 자문료를 미끼로 한 ‘기술 이중 이전(double transfer)’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법적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해외 교류를 원칙적으로 금지할 수 없고, 개별 연구자 역시 제안이 명시적으로 불법이 아닌 이상 신고 의무가 없다. KAIST 내부에서도 “교수 개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밝힌 것처럼, 제도적 대응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결국 중국은 이런 허점을 이용해 한국의 첨단 기술을 단계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이 수십 년간 축적한 반도체·배터리·AI 원천기술이 ‘연구 협력’의 이름으로 중국 연구소에 흘러들어가는 현상이 이미 진행 중이다.

중국의 목표는 단 하나—‘기술 자립’ 아닌 ‘기술 약탈’

중국은 2025년까지 세계 기술패권을 확보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반도체·AI·양자통신·우주항공 등 모든 전략 분야에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자국 내 연구 인프라의 한계와 창의성 부족으로 인해, 해외 기술 인력의 직접 포섭이 필수 전략이 되었다.

이른바 ‘해외 두뇌 확보 프로젝트’는 그 중심에 있다. 여기서 ‘천인계획’은 단순한 학자 초빙이 아니라, 정보 수집·기술 도입·산업 역설계의 3단계 구조로 이루어진 기술 약탈 체계다.

한국의 과학기술은 중국이 가장 탐내는 표적 중 하나다. KAIST, POSTECH, 서울대 등은 모두 반도체, 로봇, 에너지, 국방 응용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이 자국 내에서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포섭 메일 사건은 중국이 한국을 ‘기술 공급국이자 표적국’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다.

보이지 않는 전쟁—‘기술 첩보전’의 최전선에 선 한국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스팸 메일이 아니라, 정보전이다. 첨단기술이 곧 군사력과 직결되는 시대, 반도체와 AI 연구는 단순한 산업 경쟁이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다.

중국은 이미 AI 기반 전자전·양자암호통신·극초음속 미사일 등에서 군민융합전략을 추진 중이며, 해외 기술을 흡수하는 ‘학문적 위장’을 통해 군사적 응용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즉, 한국의 연구자 한 명이 기술 자료를 넘기는 행위가 곧 국가안보의 구멍이 될 수 있다.

한국 내 연구기관들도 이제는 ‘보안이 곧 과학 경쟁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주요 연구기관에 기술보호 담당관 제도를 도입해 해외 자금·협력 제안을 사전 검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연구 자유”라는 명분 아래 보안 체계가 허술한 상태다.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 해법

한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술 안보 프레임’을 재정립해야 한다.

첫째, 연구기관 내부의 신고 체계를 의무화하고, 해외 자금 제안·초청 메일을 자동 탐지하는 AI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국정원과 과기정통부가 공동으로 ‘연구보안 통합관리청(가칭)’을 설립해, 모든 국책 연구의 해외 협력 내역을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셋째, 연구자 개인에 대한 ‘기술보호 윤리 교육’을 정례화하여, 포섭 제안이 단순한 연구 기회가 아니라 안보 위협임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주권은 총보다 강력한 안보 자산이라는 국가적 인식의 전환이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만큼 외부의 손길도 더 집요해진다.

“연봉 4억의 유혹 뒤에는 국가안보의 함정이 있다”

KAIST 교수 149명에게 날아든 이메일은 중국이 한국을 얼마나 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한국의 과학기술이 세계 패권 경쟁의 ‘표적이자 전장’이 되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기술은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을 노리는 자들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한국이 그들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지식안보(knowledge security)’의 방파제를 세워야 할 때다.


Return to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