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로봇청소기, 가성비 뒤에 숨은 함정…한국인의 사생활이 위협받는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로봇청소기 일부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드러났다. 겉으로는 합리적 가격과 나쁘지 않은 성능으로 ‘가성비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의 집 내부 사진·영상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은 총 6개 제품으로, 삼성과 LG의 국산 제품 2종과 로보락·드리미·에코백스·나르왈 등 중국 브랜드 4종이었다. 그 결과, 드리미·에코백스·나르왈 제품에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 이들 제품은 사용자 인증 절차가 부실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있었고, 이를 통해 해커가 원격으로 접근해 카메라를 강제로 켜거나 청소기를 조작할 수 있는 취약점이 노출됐다.
삼성과 LG 제품은 보안성이 가장 우수했고, 중국 로보락 역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가격이 30만~40만 원 저렴한 나머지 중국 제품들이 ‘가성비’라는 이유로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청소기는 단순히 먼지를 청소하는 가전이 아니다. 집안 구조를 지도화하고,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내부 공간을 파악한다. 만약 이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다면, 집의 구조, 생활 패턴, 이름·연락처와 같은 민감 정보까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허점이 아니라 한국 가정의 사생활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다. 실제로 외부 해커가 침투한다면 도둑이 집 내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충분하다.
중국산 로봇청소기의 보안 취약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 전자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고 있지만, 보안 투자에는 소홀하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관리 부실을 넘어, 중국산 제품 전반에 내재한 구조적 위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중국 기업의 서버를 통해 데이터가 수집될 경우, 한국인의 생활 정보가 체계적으로 축적될 수 있다. 이는 개인 차원의 불안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한국 사회 전반의 안보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원은 문제가 된 세 업체에 보안 개선을 요구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한국 소비자 스스로의 경각심이다. 단순히 “싸다”는 이유로 중국산 제품을 선택한다면, 결국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잃게 될 수 있다.
소비자는 안전한 비밀번호 설정, 정기적인 보안 업데이트를 철저히 해야 하며, 무엇보다 검증된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중국산 로봇청소기 보안 문제는 단순한 기술 결함이 아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이미 중국발 디지털 위협에 깊숙이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소비가 아니라, 보안과 안전을 고려한 현명한 선택이다. 가성비의 유혹 뒤에 숨어 있는 위험을 간과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한국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