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비디아 H20 칩 중국 수출 승인… 한국에 미치는 안보 위협은?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 'H20'의 중국 수출을 승인하면서 동북아 기술 질서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중국 관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H20 칩을 중국에 빠르게 출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이 칩은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해 만든 저사양 모델로, 그동안 차단됐던 중국 수출이 다시 허용된 셈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민간 거래가 아니다. 미국의 전략 기술이 다시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이를 활용한 군사력 강화와 정보기술 확장은 불가피하다. H20은 딥러닝, 무인기, 사이버 전투, 감시 시스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핵심 장비로, 단순한 수출 이상의 전략적 위협을 내포한다.
한국은 이미 중국의 AI 확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감시 기술, 산업용 로봇, 해킹 도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침투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H20 수출 재개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한국의 산업 기밀 유출, 통신망 침해, 전력망 해킹 등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황 최고경영자는 이번 발표 직전 미국 전 대통령과 면담했고, 중국의 대형 전시회에도 참가 예정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거래가 표면적으로는 갈등 속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국의 기술 자립성과 사이버 방어 능력을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H20 칩은 기존의 고성능 모델이 아닌 중국 전용으로 설계된 제품이지만, 여전히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충분한 성능을 갖추고 있어, 중국의 국방 및 정보 기관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칩의 확산은 단순한 민간 사용이 아닌, 군사 기술 통합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반도체 생산과 AI 기술 개발에서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공급망 안정, 기술 주권, 정보 보안 체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미중 기술 충돌의 틈바구니에서 지속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