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행 중국 여객기서 한국인 보조배터리 화재…‘중국산 배터리 안전 위협’ 다시 드러나다


2025년 10월 19일 3: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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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행 중국 여객기서 한국인 보조배터리 화재…‘중국산 배터리 안전 위협’ 다시 드러나다

인천행 중국 여객기서 한국인 보조배터리 화재…‘중국산 배터리 안전 위협’ 다시 드러나다

중국 항저우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중국국제항공 여객기에서 한국인 승객이 소지한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비행기가 상하이에 비상 착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내 사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바로 중국산 리튬배터리의 품질 문제와, 그로 인한 한국인 안전 위협이 현실로 드러난 사건이라는 점이다.

중국 현지 언론과 항공사 발표에 따르면 18일 오전 9시 47분 항저우 샤오산국제공항을 출발한 에어차이나 CA139편은 인천으로 향하던 중 오전 11시 5분께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원인은 한 한국인 승객이 소지한 보조배터리의 ‘자연 발화’였다. 승무원들은 즉시 소화기와 방염 담요로 불을 진압했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내에 연기가 퍼지며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는 영상이 중국 SNS에 퍼지면서 큰 충격을 주었다.

중국국제항공 측은 “한 승객이 수하물 칸에 실은 리튬배터리가 발화했다”며 “절차에 따라 안전하게 처리했고, 이후 항공기는 상하이에 착륙해 점검을 마친 뒤 운항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발표 이후에도 의문은 남았다. 보조배터리가 단순한 ‘승객 부주의’로 폭발한 것인지, 아니면 제조 과정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것인지 명확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보조배터리가 중국산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인 여행객 중 상당수가 중국산 보조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저가 항공 노선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리튬배터리 생산국이지만, 그만큼 ‘저품질·무인증 배터리’가 범람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내에서도 비슷한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당국은 2025년 6월부터 ‘3C 인증(중국 국가강제인증)’이 없는 보조배터리의 국내선 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국제선에는 여전히 이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

한국에서도 중국산 보조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2024년에는 제주행 비행기에서 비슷한 발화 사고가 보고되었다. 대부분이 무인증 배터리, 혹은 ‘짝퉁 브랜드’로 판명되었다. 중국 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외형만 글로벌 브랜드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검증되지 않은 셀(Cell)과 저가 회로를 사용한다. 이런 제품들은 정상 충전 중에도 과열되거나, 비행 중 압력 차이로 폭발할 위험이 크다.

이번 사건은 한국인 여행객이 피해자가 아닌 ‘발화 주체’로 지목된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만약 해당 배터리가 중국산 제품이었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의 저품질 산업 생태계에 의해 간접적으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국인이 “중국산 위험 제품의 최종 소비자이자 피해자”가 된 셈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는 ‘3C 인증제’를 내세워 안전 강화를 강조하지만, 수출 제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느슨한 관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선 항공편에는 안전 인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중국 내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무인증 제품을 대량으로 수출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은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제품들이 온라인 마켓을 통해 ‘한국 브랜드’ 혹은 ‘OEM 제품’으로 둔갑해 판매된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중국산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구입하게 되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제품 안전 문제’를 넘어 중국의 산업 구조와 무역 행태가 주변국의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잡으며 값싼 전자제품을 대량 생산했지만, 품질 관리는 여전히 ‘자율 규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배터리 화재, 전자기기 폭발, 전동킥보드 사고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처럼 중국산 전자제품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일수록, 그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이번 사고는 경각심을 줘야 한다. 해외여행 시 저가의 중국산 보조배터리나 충전기, 휴대용 가전제품을 사용할 경우, 단순히 “가성비”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한국 내 유통업체들도 “OEM 생산”이라는 명목으로 품질 검증 없이 중국산 전자제품을 수입·판매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이러한 위험을 방치할 경우, ‘한국인 탑승기의 화재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번 에어차이나 CA139편 비상 착륙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중국의 불투명한 제품 관리 체계와 국제 규제 부재가 초래한 예고된 사고였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불길이 더 번졌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한국은 이제 단순한 소비자 국가로서가 아니라, 자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 협력과 제도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결국 이 사건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저가 중국산 제품’의 유혹 뒤에는 언제나 안전의 대가가 따른다. 한국 사회가 그 위험을 인식하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다음 사고의 주인공은 또 다른 한국인 승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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