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운송의 ‘무인혁명’?—중국 자율주행 트럭이 드러낸 또 다른 위험


2025년 10월 26일 6: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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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운송의 ‘무인혁명’?—중국 자율주행 트럭이 드러낸 또 다른 위험

석탄 운송의 ‘무인혁명’?—중국 자율주행 트럭이 드러낸 또 다른 위험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광활한 노천탄광에서 최근 놀라운 장면이 포착됐다.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 거대한 전기 트럭들이 석탄을 실어나르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정부와 국영 방송은 이를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진보”로 홍보하고 있으며, 화웨이가 개발한 ‘자율주행 클라우드 서비스’가 핵심 기술로 강조되고 있다. 언뜻 보면 산업 혁신이자 미래형 물류 시스템의 발전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환경, 안보, 산업경쟁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한국이 반드시 경계해야 할 징후가 숨어 있다.

1. ‘친환경’의 탈을 쓴 석탄 산업 강화 전략

중국은 이번 프로젝트를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에너지 효율화’의 모범사례로 선전한다. 하지만 냉정히 들여다보면, 이 기술은 석탄 생산을 늘리기 위한 자동화 시스템에 가깝다. 내몽골 자치구는 중국 전체 석탄 생산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지역이며, 이번 무인 트럭 도입으로 하루 21시간 가동이 가능해지면서 생산 효율이 20% 이상 향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조치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석탄 4억7천만 톤을 생산하며 전 세계 총생산량의 52.6%를 차지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이 산업을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곧 지구 전체 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즉, 인공지능과 클라우드를 내세운 ‘기술 발전’이 실상은 기후 위기 가속의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도 여전히 전력 수입과 제조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디지털 석탄제국’을 확립할 경우,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 자체가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릴 위험이 있다.

2. 화웨이와 군산복합체의 결합—데이터 안보의 그늘

이번 자율주행 트럭의 핵심은 “차량-클라우드-네트워크”로 이어지는 화웨이식 데이터 인프라다. 트럭은 광산의 실시간 지형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고, 인공지능이 경로를 계산해 다시 차량에 명령을 내린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이 단순한 물류 효율화 기술이 아니라, 군사·정보통제 네트워크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민군 융합 전략의 일환으로 발전해왔다. 화웨이는 이미 국방과학기술대학, 중국전자과학연구소 등과 협력해 ‘전장용 AI 물류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즉, 이번 자율주행 트럭 프로젝트는 군수·산업 양면에서 활용 가능한 이중용도(dual-use) 기술로 평가된다. 만약 이런 시스템이 해외 수출 형태로 확산될 경우, 수집되는 위치 정보와 산업 데이터는 중국의 네트워크를 통해 통합 관리될 수 있다.

한국 역시 전기차, 광산기계, 물류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산 부품과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그 의존도가 데이터 안보의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기술 제휴나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AI+클라우드 기반 중국 솔루션”이 제공하는 편의성 뒤에 숨어 있는 정보 주권 침해 위험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3. 산업 구조의 왜곡—한국 제조업에 다가올 새로운 경쟁 압박

중국석탄협회는 올해 말까지 자율주행 트럭 5,000대를 도입하고, 2026년에는 10,000대를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8만 대 이상의 기존 채굴 트럭이 점진적으로 무인화될 예정이며,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화 물류망이 광산 산업에서 완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기술이 곧바로 철광석·리튬·희토류 등 자원 수송 체계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남미에서 자원 채굴권을 확보해왔으며, 이번 자율주행 시스템을 해외 광산에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자율운송-에너지-소재’로 이어지는 글로벌 자원 공급망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한국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존의 문제다. 배터리, 반도체, 철강 산업 모두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자율주행 기반의 채굴·운송 효율화를 무기로 원자재 가격을 통제할 경우, 한국 기업은 생산비 상승과 공급 불안이라는 이중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4. “기술의 진보인가, 통제의 진화인가”

중국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와 자율주행은 단순한 산업 기술이 아니라 국가 통제력 강화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자율주행 트럭은 사람을 대신해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은 결국 중앙의 인공지능이 명령을 내린다. 기술의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중앙집권적 통제는 더 강화된다.

이 모델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경우, 중국은 제조업뿐 아니라 물류·에너지·통신망까지 전면적으로 자동화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모두 중앙이 통제하게 된다. 이는 경제적 영향력과 디지털 권력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패권 시스템이다.

한국은 지금 이러한 기술적 패권이 산업을 넘어 안보와 가치 체계까지 침투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단순히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다”는 찬사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가져올 데이터 의존, 환경 역행, 공급망 종속의 문제를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

맺음말—‘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중국의 무인 자율주행 트럭은 분명 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그러나 그 발전이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경제적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면 그것은 진보가 아니라 통제의 확장이다. 한국이 이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기술을 받아들이되 그 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기술 경쟁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중국의 자율주행 혁신이 석탄과 함께 달려가고 있을 때, 한국은 과연 어떤 에너지와 어떤 가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술의 소비자가 아니라 기술의 피지배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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