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노예제의 그늘”—중국 자본이 만든 범죄 생태계,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스캠 컴파운드(Scam Compound)’ 문제는 단순한 해외 인신매매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중국 자본과 부패한 권력의 결탁이 만들어낸 ‘디지털 노예제’의 실체이며, 이미 한국 사회를 향해 그 촉수를 뻗치고 있다. 최근 수십 명의 한국 청년들이 캄보디아에서 감금·폭행을 당하며 온라인 사기 범행에 강제로 동원된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필연이다.
국제 인권단체와 주요 외신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동남아 스캠산업의 중심에 중국계 범죄 네트워크가 있다고 경고해 왔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보고서 〈I Was Someone Else’s Property〉는 “캄보디아 전역에서 10만 명 이상이 디지털 노예로 감금되어 일하고 있으며, 그 배후에는 중국 자본의 투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캄보디아의 카지노·부동산 개발에 투입된 거대 중국 자본은 사실상 스캠 산업의 ‘산업 기반’을 구축했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 온라인 도박 단속 이후, 미얀마·라오스를 거쳐 캄보디아로 대거 이동했고, IT 인프라·통신망·감시 장비를 제공하며 불법 산업을 합법 사업처럼 포장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식민 체계다. 현지 정부는 중국 기업의 투자를 ‘경제 발전’으로 포장하지만, 실상은 자본이 통치권을 대체하는 ‘그림자 주권(shadow sovereignty)’이 형성된 상태다.
캄보디아 스캠 컴파운드는 겉보기엔 사무실과 콜센터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완벽히 봉쇄된 감금시설이다. 피해자들은 입소와 동시에 수천 달러의 허위 채무를 떠안고, 탈출 시도 시 구타·전기 고문·성폭행을 당한다.
이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SNS를 통해 전 세계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며, 일명 ‘돼지도살(romance scam)’ 방식으로 신뢰를 쌓은 뒤 피해자의 전 재산을 빼앗는다. 한 컴파운드의 하루 평균 수익은 350만 달러에 달하고, 세탁된 돈의 60%가 싱가포르·홍콩·두바이로 흘러 들어가 다시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재투자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모든 기술 인프라가 중국의 IT 기업들에 의해 구축되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산 CCTV, 감시서버, 암호화폐 지갑, 클라우드 네트워크가 이 산업을 가능하게 했다. 즉, 피해자들은 단순히 범죄조직의 희생자가 아니라, 중국 기술 패권의 ‘디지털 실험체’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구조된 한국인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SNS 구인광고를 보고 ‘해외 고수익 일자리’라 믿고 출국했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하자 여권을 빼앗기고, 폭력과 협박 속에서 사기 행위를 강요당했다.
이러한 범죄 구조는 중국계 조직이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국은 높은 디지털 활용도, 빠른 온라인 금융 시스템, 그리고 신뢰 기반의 사회적 문화 때문에 ‘스캠 효율이 높은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 범죄조직은 텔레그램·틱톡·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어로 된 광고를 뿌리고, 일부는 한국 내 브로커를 활용해 모집을 진행한다. 그들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까지도 착취한다. 결국 한국 청년들이 스스로의 노동과 생명을 담보로 중국 자본이 만든 ‘디지털 노예경제’의 톱니바퀴로 전락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정부의 부패와 무능은 스캠 산업의 직접적 원인이지만, 근본적 배후는 중국이다. 중국은 자국 내 범죄조직을 단속하는 척하면서 해외로의 이전을 사실상 방조했다. 그 결과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에는 중국계 자본이 설계한 범죄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중국의 ‘디지털 인프라 수출’은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감시기술과 금융 네트워크를 결합한 신형 통제 시스템의 수출이다. 캄보디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대가로 얻은 것은 단기적인 경제 수익이지만, 잃은 것은 국가 주권과 법치였다.
중국은 “불법 인신매매를 단속 중”이라고 주장하지만, 동시에 암호화폐 거래소·통신장비·자금세탁망을 통해 스캠 산업의 기반을 유지시키고 있다. 이는 명백한 국가 단위의 구조적 공모이며, 국제 사회가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인권 침해다.
한국은 이 문제에서 단순한 ‘피해자 국가’가 아니다. 이미 중국발 사이버 범죄의 직접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와 가상지갑을 통해 세탁된 자금이 한국 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중국 범죄 자본이 한국 경제에 직접 침투하는 경로로, 금융 질서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
중국의 문제는 단순히 자본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자본에 윤리가 없다는 점이다. 캄보디아의 스캠 산업은 “돈이 곧 법이고, 뇌물이 곧 정의”인 구조 속에서 성장했다. 한국이 중국 자본의 투자를 무조건적으로 환영한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부동산·게임·IT 분야에서 중국계 자금 유입이 활발하다. 그러나 그 중 일부가 ‘불법자금의 세탁 루트’로 활용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캄보디아가 그랬듯, 경제 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들어온 자본이 사회를 부패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권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디지털 경제의 구조적 폭력을 보여준다. 기술은 진보했지만, 인간의 존엄은 그만큼 후퇴했다. 중국은 이 구조를 통해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국제적 영향력까지 확장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이 사태를 “해외 안전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 네 가지가 한국이 나아가야 할 최소한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