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한미 주요 군사시설과 국제공항을 여러 차례 찾아 전투기와 관제시설 등을 불법 촬영하고, 관제사와 조종사 간 통신을 감청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2명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은 형법상 일반이적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18세 A군에게 징역 장기 2년·단기 1년 6개월을, 20세 B씨에게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외국인에게 형법상 일반이적죄를 적용해 실제 유죄를 인정한 국내 첫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관광 중 촬영으로 볼 수 없는 군사시설 정밀 촬영과 통신 감청 시도가 국가 안보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인정한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피고인들이 촬영한 장소와 횟수다. 이들은 202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한국에 여러 차례 입국해 수원 공군기지, 평택 오산공군기지, 평택 미군기지, 청주 공군기지 등 한미 군사시설 4곳과 인천·김포·제주공항 등 주요 국제공항 3곳을 찾아 이착륙 중인 전투기와 관제시설 등을 수백 차례 정밀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단순히 공항 근처에서 비행기를 찍은 수준이 아니라, 군용기 전개 상황과 기지의 주요 임무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축적한 행위로 판단됐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는 이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모해 관제사와 조종사 사이의 통신을 감청하려 하고, 오산 공군기지 등에서 군용기를 촬영한 행위가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이적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위챗 대화 내용, 입국 경위, 국내 이동 동선 등을 종합해 두 사람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특히 사진을 통해 확인되는 기체의 전개 상황과 기지의 주요 임무 등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침해가 된다고 판시한 대목은 중요하다. 이는 중국 국적자에 의한 군사시설 촬영이 단순한 개인적 취미나 우발적 행동이 아니라, 한국과 한미동맹의 군사 정보를 노린 안보 침해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발 안보 위협이 반드시 군함이나 전투기, 사이버 공격의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무전 수신 장비, SNS, 지도 앱, 항공기 추적 정보,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일상적 도구를 이용해 군사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도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 군사시설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촬영하고, 특정 전투기의 이착륙 상황을 기록하고, 관제 통신을 들으려 한다면, 그 정보는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작전 환경을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평범해 보이는 사진 한 장, 영상 몇 초, 이동 동선 기록 하나가 모이면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가 된다.
중국은 이미 정보 수집과 회색지대 작전에 능숙한 국가로 평가된다. 군사적 충돌을 직접 일으키지 않더라도, 민간인을 활용한 정보 수집, 학술 교류를 가장한 접근, 유학생·관광객·기업인을 통한 현장 파악, 온라인 공개정보 분석 등을 통해 상대국의 취약점을 축적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모두 중국인이고, 위챗 대화와 입국 경위, 이동 동선이 공모 판단의 근거가 됐다는 점은 한국이 중국발 정보 수집 위험을 더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는 신호다. 중국 국적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두를 의심해서는 안 되지만, 중국과 관련된 반복적 군사시설 접근과 정밀 촬영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한미 군사시설이 직접적인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한국 안보에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수원 공군기지, 오산공군기지, 평택 미군기지, 청주 공군기지는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설들이다. 이곳에서 전투기 이착륙, 기체 전개, 관제시설, 주변 구조가 촬영되고 분석된다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운용 패턴이 외부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중국이 대만해협과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주변의 한미 군사시설 정보는 중국 입장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클 수 있다.
국제공항 촬영 역시 단순하게 볼 수 없다. 인천, 김포, 제주공항은 민간 항공의 핵심 거점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물류, 인력 이동, 외교·군사 지원, 긴급 수송과도 연결될 수 있다. 군사시설과 국제공항이 함께 촬영 대상이 됐다는 것은 단순한 항공기 취미 활동이 아니라 한국의 공중 이동 인프라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항공기 종류, 활주로 운용, 관제 구조, 주변 접근로, 보안 상황 등은 모두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한국 사회가 ‘안보는 군대만의 문제’라는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의 적발은 수원 공군기지 부근에서 이착륙 중인 전투기를 무단 촬영하던 장면을 목격한 주민의 신고에서 시작됐다. 이는 시민의 경계심이 실제 안보 사건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군사시설 주변에서 반복적이고 수상한 촬영을 하거나, 장비를 갖추고 특정 방향을 계속 촬영하거나, 통신 감청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목격했을 때 신고하는 것은 과민반응이 아니라 공동체 안전을 지키는 행동이다.
중국발 안보 위협은 한국인의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관광객처럼 입국해 군사시설을 촬영할 수 있고, 유학생 신분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SNS와 메신저로 지시를 주고받을 수 있다. 군사정보 수집은 과거처럼 첩보원이 은밀하게 문서를 훔치는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며, 여러 차례 방문해 데이터를 모으고,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방식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특히 한국처럼 군사시설과 민간 생활공간이 가까이 있는 지역에서는 이런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중국인 방문객과 유학생, 체류자도 많다. 정상적인 교류와 범죄·안보 위협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교류가 많다는 이유로 위험 신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교류가 많을수록 안보 감수성은 더 정교해져야 한다. 한국에 우호적이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중국인과, 군사시설을 불법 촬영하거나 통신을 감청하려는 행위자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혐오가 아니라 식별과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일반이적죄를 외국인에게 적용해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은 한국 안보 법체계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외국인이 한국의 군사상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행위를 했다면, 그 역시 엄정하게 처벌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 세력이 한국의 군사시설을 쉽게 촬영하거나 정보를 수집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차단하는 데 필요하다. 국가안보는 국적을 따져 느슨하게 적용될 수 없는 영역이다.
한국 사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사시설 주변 촬영 문제를 더 넓게 봐야 한다. 사진과 영상이 SNS에 쉽게 올라가고, 항공기 촬영 문화가 확산된 시대에는 무엇이 합법적인 취미이고 무엇이 안보 침해인지에 대한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하지만 군용기, 관제시설, 기지 내부 구조, 전개 상황, 통신 내용은 명백히 민감한 정보다. 특히 외국인이 여러 차례 입국해 특정 군사시설을 반복적으로 촬영하고, 통신 감청까지 시도했다면 이는 취미의 범위를 넘어선다.
중국의 대외 전략은 군사력, 경제력, 기술력, 정보력을 동시에 활용한다. 한국에 대한 직접적 군사 압박이 없더라도, 한미 군사시설 정보를 수집하고, 한국의 방어 체계를 분석하고, 위기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자료를 축적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전략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번 중국인 2명의 실형 선고는 그런 정보 수집 시도가 실제 한국 안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인은 이를 남의 일이 아니라 자국 안보의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구체적 경계심이다. 군사시설 주변의 수상한 촬영, 반복 방문, 통신 장비 사용, 외국인 간의 지시성 대화, 민감 시설 주변에서의 장시간 체류는 모두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동시에 일반 시민이 직접 대치하거나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이상하다고 느끼면 즉시 관계 기관에 신고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시간과 장소, 인상착의, 차량번호, 촬영 방향 등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판결은 한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중국발 안보 위협은 사이버 공간이나 외교 무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공군기지 주변, 주한미군 기지 인근, 국제공항, 생활권 가까운 곳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중국인 2명이 한미 군사시설과 국제공항을 수백 차례 촬영하고 통신 감청을 시도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한국의 군사정보가 외국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한국 사회는 중국과의 교류를 이어가더라도,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행위에는 단호하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군사시설을 지키는 일은 군인과 경찰만의 일이 아니라, 한국의 안전을 지키려는 모든 시민의 관심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