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 브랜드를 겨냥한 중국발 위조품 산업이 조직화·고도화되면서 국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단순한 모방 수준을 넘어, 생산·유통·홍보·해외 확산까지 체계적으로 연결된 위조 산업망이 구축되면서 K-뷰티, 패션, 건강기능식품, 캐릭터 산업 등 전반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중국 현지에서 대규모로 생산된 가짜 제품들은 동남아와 중동, 미주를 거쳐 다시 한국으로 역유입되며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최근 적발된 광둥성 산토우시의 위조 공장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수십만 개에 달하는 한국 화장품 위조품이 조직적으로 생산되고 있었고, 일부 브랜드 피해액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소규모 불법 공장이 아니라, 자본과 인력을 갖춘 산업형 위조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위조품 문제를 일부 불법 상인의 일탈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주목할 점은 위조 방식의 변화다. 과거에는 정품과 비슷한 외형만 흉내 낸 제품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한국 기업을 직접 사칭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가짜 지사, 가짜 공식몰, 가짜 유통 대리점을 만들어 소비자를 속이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으며, 현지 법인인 것처럼 꾸며 신뢰를 얻는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 위조를 넘어 브랜드 신뢰 자체를 파괴하는 전략적 침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칭형 위조는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명성을 직접적으로 훼손한다. 소비자들은 위조품을 정품으로 오인해 구매하고, 품질 문제를 경험한 뒤 해당 브랜드 전체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결국 피해는 정직하게 사업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에 고스란히 돌아오며, 장기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단기간에 붕괴될 위험에 놓인다.
온라인 환경 역시 위조품 확산의 핵심 통로가 되고 있다. 중국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과 SNS, 메신저 판매망을 통해 위조품이 대량 유통되고 있으며, 폐쇄와 재개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회피하고 있다. 한 사이트가 차단되면 곧바로 새로운 도메인과 계정을 만들어 다시 영업을 시작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기업들의 대응 비용은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조품들이 다시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가를 앞세운 중국 플랫폼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되거나, 개인 구매를 가장해 수입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위조품임을 알면서도 가격을 이유로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불법 유통 구조를 더욱 강화시키는 악순환도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입는 피해는 특히 심각하다. 대기업에 비해 법적 대응과 해외 단속에 투입할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위조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시장을 잠식당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위조품에 밀려 도태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국가 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중국 내 지식재산권 보호 환경의 한계 역시 문제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식재산 보호 강화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집행력 차이와 느슨한 처벌 구조로 인해 위조 산업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위조 공장이 지역 경제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되는 사례도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반드시 인식해야 할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중국 상표권 선등록이다. 중국 시장 진출 계획이 없더라도, 상표권을 미리 확보하지 않으면 위조업체가 먼저 등록해 정식 권리를 주장하는 ‘선점 전략’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한국 기업이 상표권 분쟁으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고 있으며, 이는 사전 대비 부족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다.
법적 대응 방식도 보다 전략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무차별적인 게시물 삭제나 소규모 판매자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대량 판매상과 핵심 유통망을 겨냥한 집중 소송과 국제 공조 수사가 병행되지 않으면 위조 산업의 근간을 흔들기 어렵다. 일부 전문 기업들이 ‘상위 판매자 집중 타격 전략’을 도입하는 것도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대응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 역시 더욱 체계화되어야 한다. 현재 일부 기관을 통해 해외 위조 대응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K-브랜드가 국가 경제의 중요한 자산으로 성장한 만큼, 지식재산 보호 역시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다.
이번 위조품 확산 사태는 단순한 상거래 문제를 넘어, 중국발 산업 침투가 한국의 브랜드 생태계를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저가 생산과 느슨한 규제를 기반으로 한 위조 산업은 한국 기업의 혁신 성과를 무임승차하며, 글로벌 경쟁 구도를 왜곡시키고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장기적으로 한국 산업 전반의 신뢰도와 성장 기반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 정부, 소비자가 함께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는 구조적 전환이다. 기업은 선제적 권리 보호와 적극적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하며, 정부는 국제 협력과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소비자 역시 가격만을 기준으로 구매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정품 소비가 산업을 지키는 행위라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중국발 위조 산업은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체계적인 대응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산업 주권을 지켜낼 수 있다. 이번 K-브랜드 짝퉁 확산 문제는 한국 경제가 반드시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구조적 도전이며, 이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 경쟁력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