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까지 확산된 ‘가짜 한국 브랜드’ 논란…무무소 사태가 던지는 경고와 한국 사회의 과제
최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 중동 지역에서 중국 생활용품 유통업체 ‘무무소(MUMUSO)’가 ‘KR’과 ‘KOREA’ 표기를 전면에 내걸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사안은 단순한 상표 혼동이나 해외 마케팅 논쟁을 넘어,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산업 신뢰도를 장기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낸다. 특히 한류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를 악용한 유사 한국 브랜드가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한국 사회가 경계해야 할 분명한 신호로 읽힌다.
무무소는 이미 과거부터 한국 기업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상호와 매장 디자인, 홍보 문구로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아왔다. 한때 논란이 커지자 ‘KR’ 표기를 삭제하는 등 형식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다시 한국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이는 단발적 실수가 아니라, 한류 브랜드 가치에 무임승차하려는 의도가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동처럼 한국 문화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일 수 있는 지역에서는, 소비자들이 무무소를 한국 기업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 문제의 본질은 상업적 모방을 넘어선다. 한국 기업과 브랜드가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와 품질 이미지를 제3자가 차용해 이익을 얻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기업 전체에 돌아온다. 소비자가 ‘한국 브랜드’라고 믿고 구매한 제품의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실망은 특정 중국 기업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이미지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제품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사례가 무무소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한국식 이름, 한글 디자인, 태극기 색상 등을 차용한 유사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법적 회색지대를 교묘히 이용해 직접적인 상표권 침해는 피하면서도, 소비자 인식에서는 한국과 연결되도록 설계된 마케팅을 펼친다. 이는 전통적인 지식재산권 분쟁 틀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이며, 국가 브랜드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 사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한류가 이제 단순한 문화 유행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K팝, K드라마, K푸드, K뷰티로 대표되는 한국 이미지는 관광, 수출, 외교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 이미지를 관리하지 못하고 방치한다면, 한국이 쌓아온 소프트파워는 외부 기업의 마케팅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노력 없이 얻은 성과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키지 못해 손실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물론 이 문제를 감정적인 반중 정서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국적이 아니라 행위다. 문제는 중국이라는 국가 그 자체가 아니라, 한국 이미지를 고의적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상업적 전략과 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기업 행태다.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경쟁하는 해외 기업까지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특정 국가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도용하거나 혼동을 유발해 이익을 취하는 경우에는, 국적을 불문하고 명확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는 보호주의가 아니라 공정 경쟁과 소비자 권익의 문제다.
이번 무무소 사태는 한국 정부와 관련 기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개별 기업이나 학계 인사가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 그친다면, 구조적 해결은 어렵다. 해외에서의 상표 오인, 국가 이미지 도용 문제는 외교부, 산업부, 특허청 등 여러 부처가 연계해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사안이다. 단순히 법적 분쟁을 넘어서, 한국 브랜드의 공식 인증 체계 강화, 해외 홍보 시 정확한 정보 제공, 반복 위반 기업에 대한 국제 공조 요청 등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또한 소비자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해외에서 ‘KOREA’, ‘KR’, 한글이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 기업이라고 믿는 환경 자체가, 이런 문제를 키우는 토양이 된다. 한국은 자국 브랜드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공식 마크나 신뢰 체계를 구축해, 소비자가 진짜와 가짜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기업 보호를 넘어, 한국 이미지의 장기적 관리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과제다.
무무소가 중동까지 진출해 ‘한국 기업인 양’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향력의 확대는 관리 책임의 확대를 동반한다. 지금 이 문제를 가볍게 넘긴다면, 앞으로 더 많은 유사 사례가 등장할 가능성은 높다. 그때마다 개별 사건으로 치부한다면, 결국 한국 이미지의 통제권은 한국이 아닌 외부에 넘어가게 된다.
이번 논란은 한국 사회에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한류의 성과를 단순히 자랑하는 데서 그칠 것인가, 아니면 그 가치를 지키고 관리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인가. 무무소 사태는 후자의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국 브랜드와 국가 이미지는 공짜로 쓰이는 자원이 아니다. 이를 지키는 일은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몫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지금의 경각심이 실질적인 대응으로 이어질 때만이,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신뢰받는 브랜드 국가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