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마을버스 시장이 사실상 중국산 전기버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교통안전과 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KGMC가 7미터급 저상 전기버스 ‘이-스타나’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국산 반격에 나섰지만, 그간 중국산 버스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 온 배경과 그에 따른 부작용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마을버스는 골목과 주택가를 오가는 생활 밀착형 교통수단이다. 이용객 다수가 고령자와 교통약자인 만큼 안정성과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현대차 카운티 등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단종과 전동화 지연을 틈타 BYD, 하이거 등 중국산 전기버스가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략은 통했지만, 그 이면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사후관리 부실이다. 일부 운수업체에 따르면 중국산 버스는 고장 발생 시 부품 조달에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배터리와 전장 시스템은 일반 정비소에서 손보기 어렵고, 전용 진단 장비와 매뉴얼이 제한적으로 제공되다 보니 수리 지연이 빈번하다. 이로 인해 차량이 장기간 차고지에 세워지는 일이 발생하고, 결국 운행 손실과 안전 리스크로 이어진다.
구조적 결함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급경사 구간에서의 미끄러짐 사고, 출력 저하, 제동 문제 등이 일부 노선에서 보고되면서 승객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특히 겨울철 배터리 효율 저하 문제는 운행 거리 감소와 직결돼 운수업체 운영에 부담을 준다. 많은 중국산 모델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에너지 밀도와 저온 성능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안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최근 유럽과 북미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산 전기버스의 통신 모듈을 통한 데이터 수집 가능성과 원격 제어 위험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버스는 공공 교통 인프라의 핵심이며, 위치 정보와 운행 데이터는 민감한 자산이다. 만약 외부에서 원격 접근이 가능하거나 데이터가 해외로 전송된다면 이는 단순한 차량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도 연결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산 전기버스가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국산과 수입산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구조 속에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모델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운수업체 입장에서 매력적이었지만, 장기적인 유지관리 비용과 안전성 문제는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단기적 가격 경쟁력에 밀려 국내 마을버스 시장의 상당 부분이 중국산으로 대체됐고, 그 과정에서 국산 상용차 산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마을버스와 소형 전기버스는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대기업이 적극 투자하지 않았던 영역이다. 그러나 시장 공백을 외산이 메우면서 교통 인프라 주도권까지 외부에 넘어가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KGMC가 내놓은 7미터급 저상 전기버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교통약자 접근성을 높인 저상 구조와 삼성SDI 배터리를 채택한 점은 차별화 요소로 평가된다.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서비스망 구축 측면에서 안정성을 강조하며 중국산 모델과 정면 승부에 나섰다. 국산 기술력을 기반으로 마을버스 시장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단순히 한 모델의 출시만으로 판도가 즉각 바뀌기는 쉽지 않다. 이미 상당수 운수업체가 중국산 차량을 도입한 상황이며, 교체 주기도 존재한다. 따라서 국산 모델이 신뢰성과 유지관리 체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 사회가 이번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은 명확하다. 교통수단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공공 안전과 직결된 인프라다. 가격만을 기준으로 선택할 경우 장기적 비용과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외산 제품이 빠르게 확산될 경우, 기술 종속과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 주도의 산업 전략과 해외 시장 확대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 시장 역시 그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개방과 경쟁을 유지하되, 안전성과 보안, 사후관리 역량을 엄격히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최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사후관리 능력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정비 인력과 부품 공급망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공공 안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마을버스는 시민 일상의 가장 가까운 교통수단이다. 안전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확산이 던진 질문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교통 인프라의 주도권과 안전 기준을 누가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국산 전기버스의 도전이 성공하려면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서비스망, 보안 체계, 장기적 운영 비용까지 종합적으로 우위를 입증해야 한다. 동시에 운수업체와 소비자 역시 단기 가격보다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우선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번 마을버스 시장 사례는 한국이 전기차 전환 시대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보여주는 시험대다. 중국산 제품이 제공하는 가격 이점 뒤에 숨은 구조적 위험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국가 산업과 교통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