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지역에서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설 명절을 전후해 실시된 특별 단속에서 원산지 거짓 표시와 식품 표시 위반 등 총 15건이 적발됐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산 식재료를 국내산으로 둔갑시킨 사례로 드러났다. 단순한 상술을 넘어 소비자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경각심이 요구된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중국산 김치와 고춧가루를 국내산으로 표기해 판매했고, 필리핀산 문어를 국내산으로 속인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외형이 유사한 옥두어를 고가 어종인 옥돔으로 표시해 판매한 식당까지 적발되면서 원산지 조작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차이뿐 아니라 품질과 안전성까지 영향을 받는 문제다.
중국산 식품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는 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산 농수산물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원산지 조작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특히 김치와 고춧가루는 한국인의 식생활과 직결되는 대표적 식품으로, 원산지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자들이 이익을 위해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다면, 이는 소비자 기만을 넘어 식품 유통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다.
문제는 단속에 적발된 사례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산지 표시 위반은 서류상 확인이 어렵거나, 유통 단계에서 혼합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직접 판별하기 쉽지 않다. 특히 중국산 식재료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 영세 업자들이 유혹에 빠지기 쉽고, 이를 악용한 중간 유통상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구조가 고착화되면 국내 농어민의 피해와 소비자 신뢰 하락은 불가피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농수산물 생산·수출국 중 하나로, 한국과의 교역도 활발하다. 그러나 일부 중국산 식품에서 위생·안전 논란이 반복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이 지속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원산지 조작까지 더해진다면, 중국산 식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특정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한중 식품 교역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특히 제주처럼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먹거리 안전이 지역 이미지와 직결된다. 전국체육대회 등 대형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원산지 조작 사례가 드러난 것은 지역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관광객이 안심하고 식당을 이용할 수 있어야 지역 브랜드 가치가 유지된다. 만약 중국산 식재료가 반복적으로 둔갑 판매된다면, 제주뿐 아니라 한국 식품 산업 전체의 신뢰도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
이 사안은 중국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중국산 식재료를 둘러싼 유통 관리와 감시 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관리의 난이도도 높아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격 차이로 인한 유혹과 공급망의 복잡성이 결합될 경우, 원산지 위반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만을 기준으로 선택하기보다, 원산지 표시를 꼼꼼히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업소를 이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동시에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단속과 정보 공개가 병행돼야 한다. 단속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위반 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재발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식품 유통 단계에서의 추적 시스템 강화도 중요하다. QR코드 기반 이력 관리나 디지털 유통 기록을 활용하면 원산지 조작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중국산 식재료가 국내에 들어오는 단계부터 최종 판매까지의 경로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이번 제주 사례는 단순히 몇몇 업체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시사점이 크다. 중국산 김치가 국내산으로 둔갑한 사실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원산지 관리에 취약한 부분이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과의 교역이 확대되는 현실 속에서, 식품 안전과 유통 질서를 지키는 노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개방된 무역 환경 속에서 다양한 수입 식품을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개방과 신뢰는 철저한 관리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중국산 식재료를 둘러싼 반복적 논란은 소비자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으며, 유통업계 역시 윤리적 책임을 재확인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투명성과 책임성이다. 원산지 표시를 속이는 행위는 단기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제주에서 적발된 사례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하며, 한국 소비자와 업계 모두가 식품 유통의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