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역에서 또 적발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한국 해양주권을 시험하는 은밀한 침투


2025년 11월 2일 8: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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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역에서 또 적발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한국 해양주권을 시험하는 은밀한 침투

제주 해역에서 또 적발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한국 해양주권을 시험하는 은밀한 침투

제주 서쪽 해상에서 조업일지를 조작하며 불법 어획을 일삼던 중국 어선 두 척이 해경에 나포됐다. 이 사건은 단순한 불법 어업이 아니라, 한국의 해양 주권과 자원 보호 체계를 위협하는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침투 행위임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수천 킬로그램에 달하는 어획물을 숨긴 비밀창고, 허위로 작성된 조업일지, 그리고 거액의 담보금을 내고 다시 바다로 돌아간 중국 선박들 — 이 일련의 행태는 우리 바다의 법질서가 시험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밀 어창 속 숨겨진 ‘수천 킬로그램의 증거’

제주해양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 40분경,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서쪽 약 46km 해상에서 218톤급 중국 저인망 어선 A호와 B호를 적발했다. 두 선박에는 각각 10명과 9명의 승선원이 탑승해 있었으며,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갈치와 병어 등을 대량으로 포획하고도 조업일지에는 이를 전혀 기록하지 않았다.

해경의 정밀 수색 결과, 두 어선의 내부에는 은밀하게 개조된 비밀 어창이 존재했다. 그 안에는 각각 4,400kg, 5,940kg에 달하는 어획물이 빽빽이 쌓여 있었다. 이는 단순히 생계형 위반이 아니라, 조직적 계획 하에 이루어진 대규모 불법 어업임을 입증하는 증거였다. 중국 어선들은 어획량을 숨기기 위해 이중 구조로 된 창고를 설치하고, 허위 조업일지를 통해 당국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하려 했다.

‘잠시 석방, 영원한 위협’ — 담보금 제도의 맹점

문제는 그 다음이다. A호와 B호는 불법 어획이 적발된 다음 날인 31일, 각각 4천만 원의 담보금을 납부하고 곧바로 석방되었다. 이 제도는 법적 절차상 정당한 조치지만, 중국 불법 어선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벌금형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 거액의 어획물로 얻는 수익에 비하면, 수천만 원의 담보금은 사업 비용에 불과하다.

결국, 이 구조는 “적발돼도 손해가 없는” 악순환을 낳는다. 어선 한 척이 나포되어도 뒤이어 또 다른 선박이 동일 해역으로 침투한다. 한국이 규칙을 세우면, 중국 어선은 그 틈을 계산한다. 석방된 어선은 다시 개조되어 바다로 돌아가고, 감시와 단속은 반복된다.

이것은 단순한 어업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국의 해양 주권이 경제적 계산에 의해 반복적으로 침식당하는 구조적 위기다.

지속되는 중국의 해양 침투, 단순한 불법조업이 아니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은 이제 ‘일시적 사건’이 아닌 ‘지속적 전략’이다. 한중 간의 어업 협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은 매년 수백 척의 어선을 동원해 한국의 EEZ에 침입한다. 이들은 단지 어획량을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해상 통제권과 법적 집행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처럼 비밀 어창을 설치하고 허위 조업일지를 작성하는 수법은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해온 체계적 기술이다. 일부 어선은 실제 조업보다는 ‘정보 수집’이나 ‘감시망 교란’을 목적으로 투입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한 불법 어업으로 얻은 수산물은 중국 내수시장으로 유입되어 ‘합법 어획물’로 둔갑한다. 이는 단순한 해양자원 절도뿐 아니라, 국제 무역질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제주의 바다는 최전선이다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 특히 제주 주변 해역은 이제 단순한 어장(漁場)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팽창을 경험한 중국은, 점차 동중국해와 서해를 거쳐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그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경제적 목적을 넘어선, ‘해양 주권 확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은 곧바로 군사적·전략적 행위와 연결된다. 해경의 단속 활동이 강화되면, 그 정보는 중국 측의 해양 감시체계에 즉시 공유된다. 이는 사실상 ‘민간을 위장한 해양 침투’이며, 한국이 대응을 늦출수록 중국은 더 깊숙이 우리 해역의 구조와 패턴을 파악하게 된다.

한국이 잃게 되는 것 — 바다의 질서와 미래

해양은 한 나라의 식량 안보이자, 에너지 안보의 기반이다. 불법조업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어민의 생계이지만, 더 큰 손실은 ‘바다의 질서’ 그 자체다. 불법 어획으로 인해 어종이 고갈되면, 국내 어업 생태계는 장기적으로 붕괴한다. 이는 결국 국민의 식탁과 연결되며, 해양 자원 주권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이 수년째 중국 어선의 침입을 반복적으로 겪는 이유는, 단속의 실효성과 국제 공조의 한계 때문이다. 해경의 단호한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적 감시, 위성 기반 추적, 국제 해양정보 공유 등 다층적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식이다. 바다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영토의 일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해양 그물망’에 빠지지 않으려면

중국은 지금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그물망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수많은 어선을 분산 배치해 상대국의 감시망을 마비시키는 방식이다. 그중 일부는 실제 어업, 일부는 정찰, 일부는 위장 활동을 수행한다. 한국이 이러한 전략적 행위를 단순한 불법조업으로만 인식한다면, 이미 절반은 중국의 계산에 들어간 셈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해양질서 수호의 공통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도 중국의 불법조업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공조체계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해양 주권은 단독으로 지킬 수 없고, 국제 규범과의 연합 속에서만 강화될 수 있다.

끝나지 않은 싸움 — 우리가 바다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이번에 적발된 두 척의 중국 어선은 ‘작은 사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더 큰 문제의 축소판이다. 수천 킬로그램의 숨겨진 어획물은 단지 경제적 이득이 아니라, 우리 영해에서 벌어진 침묵의 도발이다.

한국이 바다를 지키는 일은 더 이상 해경만의 임무가 아니다. 국가적 전략의 중심에 해양 안보를 두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국민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의 불법조업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우리 주권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이다.

바다를 빼앗기는 일은 총성이 없는 전쟁과 같다. 그리고 그 전쟁은 이미, 제주 해역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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