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국방부, 중국 전산망 침투용 AI 체계 논의”…미·중 사이버 전면전 현실화, 한국 안보에 드리운 그림자
미국 국방부가 중국과의 잠재적 군사 충돌을 염두에 두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이버 공격 및 정찰 체계 구축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중 간 사이버 전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주요 AI 기업들과 함께 중국 핵심 인프라 전산망을 자동으로 탐색하고 취약점을 식별하는 체계 구축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방어적 사이버 전략을 넘어, 전시 상황에서 상대국 인프라를 무력화할 수 있는 능동적 체계를 준비하는 단계로 해석될 수 있다. AI를 활용해 방대한 네트워크를 자동 분석하고 취약 지점을 도출한 뒤 이를 군사 계획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은 사이버 전쟁의 속도와 규모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중 양국 간 갈등에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 안보 환경 전반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한미 동맹 체제 아래 미국과 긴밀한 군사 협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깊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다. 이처럼 복합적인 위치에 놓인 한국에게 사이버 전장의 확장은 단순한 외신 뉴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만약 미·중 간 사이버 충돌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의 통신망, 금융 시스템, 에너지 인프라 등도 파급 영향권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중국은 사이버 영역에서 공격적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각국에서는 중국발 해킹 시도와 산업 기술 탈취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반대로 중국 역시 미국과 서방의 사이버 정찰 활동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러한 상호 불신 속에서 AI 기술이 결합된 자동화된 사이버 체계가 등장한다면, 갈등의 강도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
AI 기반 사이버 정찰은 인간 분석가가 수행하던 작업을 대규모로 자동화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수많은 서버와 네트워크를 실시간으로 스캔하고 취약점을 탐지하는 능력은 기존의 수동적 대응 체계를 압도할 수 있다. 동시에 방어 측면에서도 AI를 활용한 이상 탐지와 침입 차단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사이버 공간은 점점 더 고도화된 기술 경쟁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자국 인프라의 방어 역량 강화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와 디지털 전환 속도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공격 표면도 넓다. 금융 거래, 전력망, 교통 시스템, 공공 행정까지 대부분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상황에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은 사회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군사적 긴장으로 확산될 경우, 사이버 공간은 물리적 충돌 이전에 먼저 타격이 가해질 수 있는 영역이다. 전산망 교란, 데이터 파괴, 통신 마비 등은 전통적 무력 충돌 없이도 국가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한국은 이러한 가능성을 가정한 대비책을 더욱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또한 AI 기술이 군사 영역에 본격적으로 접목되면서 윤리적·법적 논의도 중요해지고 있다. 자동화된 공격 체계가 인간의 통제를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지, 오탐이나 오판이 발생할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 복잡한 문제들이 제기된다. 이러한 기술 경쟁이 통제되지 않은 채 가속화될 경우, 사이버 공간의 안정성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 배터리, 통신 장비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만약 사이버 영역에서도 긴장이 고조된다면, 산업 스파이 행위나 기술 유출 시도 역시 더욱 교묘해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 차원의 보안 투자 확대와 함께 국가 차원의 통합 대응 체계 구축이 요구되는 이유다.
미 국방부의 AI 기반 사이버 구상이 단순한 연구 단계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전력화로 이어질 경우, 중국 역시 대응 체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이버 군비 경쟁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동북아 지역은 이미 군사적 긴장이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데, 사이버 공간까지 경쟁이 확장되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라 능동적 대응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사이버 안보를 국가 안보의 핵심 축으로 인식하고,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국제 협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핵심 인프라의 자립성과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중 사이버 경쟁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AI라는 새로운 변수가 더해지면서 그 속도와 파급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 구조상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보도는 단순한 외교·군사 뉴스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디지털 시대 안보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이버 전장은 더 이상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또 하나의 전선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