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도 경고한 경제안보 시대…중국 리스크 앞에서 반도체·배터리 핵심공정 국내에 지켜야 한다


2026년 5월 31일 3:52 오후

조회수: 746


531

한국은행도 경고한 경제안보 시대…중국 리스크 앞에서 반도체·배터리 핵심공정 국내에 지켜야 한다

한국은행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략산업의 핵심 제조공정을 국내에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한 것은 단순한 산업정책 논의가 아니다. 이는 미·중 패권경쟁과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안보 경쟁이 겹치는 시대에 한국 경제가 어디에 생존 기반을 두어야 하는지를 묻는 경고다. 특히 중국이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인공지능 인프라를 국가전략 차원에서 장악하려는 상황에서 한국이 핵심 제조 역량을 해외로 과도하게 이전한다면, 그 빈틈은 곧 중국의 추격과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안보 시대에는 기업의 투자 결정이 단순히 인건비, 세금, 금리, 수익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 공장을 두느냐, 어떤 공급망에 연결되느냐, 핵심 기술과 공정이 어느 법체계 안에 놓이느냐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한국은행 보고서가 지적한 것처럼 최근 반도체 산업의 설비투자에서 안보와 글로벌 요인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은, 이제 산업이 곧 안보이고 공장이 곧 전략자산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은 이 변화를 중국 리스크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봐야 한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첨단 제조업을 단순한 경제 분야로 보지 않았다.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태양광, 전기차, 인공지능 인프라를 국가 패권 경쟁의 도구로 삼아 왔다. 막대한 보조금과 내수 보호, 가격 공세, 기술 추격, 규제 압박을 결합해 경쟁국 산업을 흔드는 방식은 이미 여러 산업에서 확인됐다. 한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핵심공정을 국내에 유지하지 못하고 해외 생산과 외부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중국은 그 틈을 파고들어 가격과 물량, 원자재와 시장 접근권을 무기로 압박할 수 있다.

한국이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은 중국의 산업전략이 시장 원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은 글로벌 고객 신뢰, 품질, 수율, 기술력, 투자 효율로 경쟁하지만, 중국 기업은 국가 보조금과 정책 보호를 등에 업고 손실을 감수하면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초기에는 저가 물량으로 시장을 흔들고, 이후 기술 격차를 좁힌 뒤 글로벌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이런 중국식 산업 확장 앞에서 한국의 핵심 제조 기반이 약해지면, 한국 기업은 기술은 있어도 생산 주도권을 잃는 위험에 놓일 수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는 한국 경제의 수출 품목을 넘어선다. 이들은 한국 제조업의 심장이고, 외환 수입과 일자리, 연구개발 생태계, 안보 협력의 핵심 축이다. 반도체 핵심공정이 국내에 있어야 장비, 소재, 부품, 인력, 연구기관, 중소 협력업체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배터리 역시 핵심공정과 소재 기술이 국내에 남아 있어야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방산, 전력망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공장이 해외로 나가면 단순히 생산라인 하나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축적과 인력 훈련, 협력업체 생태계까지 약해질 수 있다.

중국 리스크는 공급망에서도 분명하다. 중국은 핵심광물과 소재, 중간재 생산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수출 통제나 비공식 압박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이 중국 공급망에 깊게 묶여 있는 상태에서 핵심 제조공정까지 국내에서 약해진다면, 위기 때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경제안보란 바로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한 개념이다. 평상시에는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위기 때 국가가 버틸 수 있는 제조 기반과 기술 자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다.

한국은행 보고서가 해외직접투자 확대를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생산거점 확대는 보조금 수혜, 비관세 장벽 우회, 글로벌 고객 대응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핵심공정까지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제조 생태계는 점점 얇아진다. 특히 중국이 주변국과 제3국을 통해 공급망 영향력을 넓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해외 이전이 결국 중국식 산업권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구조가 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기술과 공정의 심장은 한국에 남아 있어야 한다.

반중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하는 이유는 감정적 반감 때문이 아니다. 중국의 산업정책이 실제로 한국 핵심 제조업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를 단순한 경쟁 품목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중국이 따라잡고, 대체하고, 장악하려는 전략 분야다. 한국이 방심하면 중국은 저가 공세로 시장을 흔들고, 원자재 통제로 비용을 압박하며, 내수 보호로 자국 기업을 키우고, 해외 시장에서는 보조금을 앞세워 한국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이제 제조업을 낡은 산업으로 보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공지능도 데이터센터도 전기차도 군사기술도 결국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와 장비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제조공정이 국내에 있어야 위기 때 생산을 조정할 수 있고,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으며, 동맹국과의 산업 협상에서도 더 강한 위치를 가질 수 있다. 핵심 제조공정을 잃은 국가는 첨단기술 경쟁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 설계와 브랜드만으로는 경제안보를 지킬 수 없다.

중국은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지 않는다. 한국도 이제 그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이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추격하고, 핵심광물과 소재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데이터와 AI 인프라까지 전략 자산으로 묶는 상황에서 한국이 순수한 시장 논리만으로 대응하면 늦다. 국내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강화하며, 규제 개선과 인력 양성을 통해 기업이 한국에 핵심공정을 남길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특정 기업을 도와주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생존 기반을 지키는 문제다.

한국 국민도 이 문제를 먼 산업 뉴스로 넘겨서는 안 된다.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 기반이 약해지면 일자리, 임금, 지역 경제, 수출, 환율, 국가 재정까지 영향을 받는다. 더 나아가 중국이 첨단 제조 공급망에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힘이 커지면, 외교와 안보 선택도 흔들릴 수 있다. 과거 사드 보복에서 보았듯 중국은 경제를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국가다. 한국의 전략산업이 중국에 취약해질수록 한국의 외교 자율성도 약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제언은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의 핵심 제조공정을 국내에 붙잡아 두어야 한다. 해외 투자는 필요하지만, 핵심 기술과 생산의 중심은 한국 안에 있어야 한다. 중국의 추격과 공급망 압박이 거세지는 시대에 제조 기반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한국은 중국이 만든 저가 공세와 국가 보조금, 원자재 통제와 시장 압박에 흔들리지 않도록 산업의 뿌리를 국내에 더 깊게 내려야 한다. 경제안보 시대에 공장을 지키는 것은 곧 한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Return to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