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AI·태양광·바이오 핵심기술 40개 수출통제 추진…AI만 23개, 한국 ‘중국 기술 의존’이 국가 경쟁력 리스크로 번진다
중국이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과 AI 에이전트, 컴퓨팅 클러스터, 사이버보안 기술을 포함한 핵심 기술 40개를 수출 금지·제한 대상으로 묶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기술 공급망에도 새로운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가 공개한 개정안에 따르면 수출 금지 대상은 14개, 제한 대상은 26개이며 이 가운데 AI 관련 기술만 23개에 달한다. AI 분야에서는 6개 기술이 금지, 17개 기술이 제한 대상으로 제시됐고 바이오의약은 5개, 태양광은 12개 기술이 포함됐다. 아직 의견 수렴을 거치는 개정안 단계이지만 중국이 AI 모델부터 반도체·전력·태양광·사이버보안까지 전략기술의 해외 이전을 직접 통제하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중국 기술을 값싸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한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이 단순히 완성된 AI 서비스의 해외 사용을 막는 것이 아니라 핵심 기술의 ‘이전’ 자체를 관리하려 한다는 점이다. 개정안에는 대규모 모델, AI 에이전트, 컴퓨팅 클러스터, 정보처리 기술 등이 포함됐으며 악성코드를 자율적으로 생성하거나 변형하는 기술은 수출 금지 대상으로, AI 기반 취약점 탐지 기술 등은 제한 대상으로 관리될 수 있다. 민감한 국가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과 국방, 핵심 정보 인프라, 정부 업무 등에 사용되는 AI 기술도 관리 대상에 들어간다. 중국이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사이버전, 정보안보, 국가 인프라와 결합되는 전략자산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한국이 중국산 모델과 오픈웨이트 기술을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도입할수록 향후 규제 변화가 기업 개발 일정과 연구 방향, 서비스 지속성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초거대 모델 분야의 통제 기준도 한국 AI 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매개변수가 2조개 이상이거나 특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대규모 모델 관련 기술을 제한 대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 기업이 중국의 고성능 모델을 기반으로 증류학습을 하거나 이를 활용해 의료, 제조, 금융, 국방 등 분야별 특화 모델을 개발해왔다면 핵심 기술 접근이 제한될 경우 개발비용과 시간 모두 늘어날 수 있다. 이미 공개된 오픈소스 기술이나 논문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API 호출, 앱·웹 서비스, SaaS 방식의 이용도 직접적인 대규모 모델 기술 수출에서는 제외할 방침이지만, 이는 오히려 한국 기업이 중국 기술을 ‘직접 보유’하기보다 중국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의존하는 구조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사용권은 유지되더라도 핵심 기술을 자국 내부로 이전하거나 독자적으로 운영할 권한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가AI전략위원회 하정우 부위원장이 이번 조치를 두고 ‘풀스택 소버린 AI’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오픈웨이트라는 형식 자체가 장기적인 기술 접근성과 활용 가능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AI 경쟁력은 더 이상 모델 하나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인프라, GPU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클러스터, 프런티어 모델, 산업별 AI 전환, 사이버보안까지 하나의 연결된 체계로 움직인다. 중국이 바로 이 전체 구조를 수출통제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국 기술에 깊게 의존한 국가가 향후 규제 변화에 따라 산업 전체의 선택지를 제한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태양광 제조기술이 이번 규제안에 함께 포함된 점 역시 한국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중국은 AI만이 아니라 전력 생산과 제조 기반까지 동시에 관리하려 하고 있다. AI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전력 공급 능력과 발전설비는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의 경쟁력과 직접 연결된다. 중국이 태양광 기술 12개를 금지 또는 제한 대상으로 포함한 것은 AI 경쟁이 모델과 반도체에서 끝나지 않고 에너지 인프라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산 태양광 장비와 부품, 배터리, 전력설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라면 기술 수출통제가 확대될 때 한국은 AI 컴퓨팅 인프라의 기반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술 공급망과 에너지 공급망을 별개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도 중국 의존은 더 민감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의 명령을 받아 단순히 답변만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스템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며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 사이버 공격과 방어에 활용되면 AI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취약점 탐지, 자동 대응, 코드 생성 능력 자체가 국가안보 자산이 된다. 중국이 악성코드 생성·변형 기술과 취약점 탐지 기술을 별도로 관리하려는 것은 AI 에이전트와 사이버 역량을 전략기술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금융, 통신, 제조, 공공기관의 AI 시스템이 특정 중국 기술과 깊게 연결된 상태라면 향후 중국의 수출허가 기준이나 기술제공 조건 변화가 한국의 사이버 대응 역량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중국이 해외 AI 서비스 자체를 모두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한 핵심 기술의 소유권과 이전 경로를 직접 통제하려 한다는 데 있다. 공개된 오픈소스와 논문, API와 SaaS 이용을 예외로 두면서도 제한 대상 기술을 해외 데이터센터나 자체 클라우드에 직접 배치하는 경우는 기술수출 관리 범위에 넣는 구조는 중국이 ‘사용은 허용하되 핵심 기술은 통제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이 단기적인 개발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산 AI 모델과 플랫폼을 빠르게 도입하면 초기에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핵심 기술을 내부에 축적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급국이 규칙을 바꾸면 대체 비용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한국에 필요한 경계는 특정 중국 모델 하나를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와 전력, 컴퓨팅 인프라, 모델, 데이터, 사이버보안을 포함한 전체 AI 가치사슬에서 어느 부분이 중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패권 경쟁에서 수출통제는 더 이상 반도체 장비나 희토류에만 적용되는 수단이 아니다. 중국이 AI와 바이오의약, 태양광까지 동시에 통제 대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핵심기술을 경제적 자산이자 전략적 영향력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이 독자적인 기술축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의 정책 변화가 곧 한국 기업의 개발환경과 산업 경쟁력, 국가안보 선택지를 제한하는 변수로 바뀔 수 있다.
중국의 AI 기술 23개를 포함한 40개 핵심기술 수출통제 추진은 한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값싸고 성능이 좋은 중국 기술을 활용하는 것과 국가 전체의 핵심기술 기반을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중국이 필요에 따라 기술 이전의 문을 좁힐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한다면 한국은 언제든 비용 상승, 개발 지연, 공급 중단, 기술접근 제한이라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히 좋은 모델을 가져다 쓰는 능력이 아니라 전력부터 반도체, 모델, 보안까지 핵심층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중국의 수출통제 확대는 한국이 AI 주권과 기술 공급망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안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