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9·3 열병식, ‘항전 승리 80주년’의 가면 뒤에 숨은 정치적 의도와 한반도에 드리운 그림자


2025년 9월 3일 1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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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9·3 열병식, ‘항전 승리 80주년’의 가면 뒤에 숨은 정치적 의도와 한반도에 드리운 그림자

중국 9·3 열병식, ‘항전 승리 80주년’의 가면 뒤에 숨은 정치적 의도와 한반도에 드리운 그림자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의 9·3 열병식은 표면적으로는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부의 정치 위기를 가리기 위한 거대한 무대이자, 대외적으로 권위주의 연대를 과시하는 정치 쇼에 불과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산복 차림으로 등장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선 장면은, 과거 냉전 시절을 연상시키며 한국 사회에 새로운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내부 위기를 덮기 위한 화려한 무대

이번 열병식은 약 70분간 진행됐으며, 시진핑의 연설과 군 장비 퍼레이드, 전투기 편대가 ‘80’이라는 숫자를 그리며 비행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과 달리 중국 내부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고위 장성들이 연이어 숙청되거나 자취를 감췄고, 경제 침체와 높은 실업률이 사회 불만을 키우고 있다. 대규모 열병식은 바로 이러한 불안정성을 덮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연막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역사 왜곡과 정치 선전

시진핑은 연설에서 “중국 공산당이 항일 민족통일전선을 이끌어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이다. 실제로 항일전쟁의 주도 세력은 당시 중화민국 정부였으며, 국제사회도 이를 인정해왔다. 중국 공산당은 일부 국지전에서만 제한적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번 열병식은 공산당이 역사의 주인공이었던 것처럼 국제 사회에 각인시키려는 정치 선전의 장이었다. 이는 단순히 중국 국내의 정당성 강화에 그치지 않고, 국제 여론을 통해 일본과 한국의 역사적 입장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권위주의 삼각 연대의 위험한 신호

열병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시진핑, 푸틴, 김정은이 나란히 선 모습이었다. 이는 단순한 기념 촬영이 아니라, 권위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진영에 맞서는 ‘결속’을 과시한 것이다. 한국에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이 장면이 한반도에 여전히 남아 있는 1950년 한국전쟁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중국과 북한, 소련은 한반도를 무력으로 뒤흔들었고, 오늘날 다시금 비슷한 구도가 연출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에 안보 불안을 증폭시키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에 드리우는 전략적 위협

이번 열병식은 한국에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첫째, 중국이 항일전쟁의 역사를 독점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한중 간 역사 인식의 충돌을 심화시키고 있다. 둘째, 중국·러시아·북한의 삼각 공조는 한반도 안보 지형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김정은이 처음으로 톈안먼 성루에 올라 시진핑과 푸틴 사이에 선 장면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북한의 대외 자신감을 키워 한국을 향한 도발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한국이 직시해야 할 현실

중국의 9·3 열병식은 단순한 역사 기념 행사가 아니라, 내부 위기 은폐·역사 왜곡·권위주의 연대를 한꺼번에 보여준 정치 이벤트였다. 그러나 이 화려한 쇼가 중국의 취약한 현실을 가릴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을 비롯한 민주 국가들에게 명확한 경고를 던졌다.

한국은 이번 열병식을 ‘남의 나라 행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권위주의 삼각 연대가 다시금 한반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의 정치 선전과 역사 왜곡, 북한과의 밀착은 한국 사회와 안보 환경에 직접적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9·3 열병식은 “평화”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동북아의 불안정을 증폭시키는 신호탄이다. 한국은 이를 경계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며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중국의 정치 쇼가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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