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투기, 위험천만 기동으로 필리핀 항공기 위협"… 남중국해 갈등 재점화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간 긴장이 해상에서 하늘로 번졌다. 8월 13일, 필리핀 해안경비대 소속 항공기가 스카버러 암초 상공을 순찰하던 중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소속 전투기가 비행경로를 가로막고 200피트(약 61m)까지 근접했다. 필리핀 측은 이를 “위험천만한 기동”으로 규정했으며, 현장에는 취재진도 동승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이틀 전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을 추격·위협한 데 이어 발생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주로 해상에서 충돌하던 양국의 대치가 공중으로 확산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스카버러 암초는 필리핀, 중국 모두 영유권을 주장하는 전략 요충지로, 중국은 주변 해역의 약 90%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필리핀,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등과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필리핀은 2022년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전임 두테르테 정부의 친중 노선을 폐기하고, 영유권 수호 법률까지 제정하며 강경 노선을 택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외교적·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군사적 도발뿐 아니라 여론전에도 적극 나섰다. 사건 직후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필리핀 함정이 중국 군함에 ‘칼치기’하듯 접근하는 영상이라며 “필리핀의 계획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필리핀이 매달 수십 건의 작전을 벌이며 서방 언론의 동정 여론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공세는 단순히 필리핀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남중국해 전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남중국해는 한국의 해상 교통로와 직결된다. 한국의 원유 수입과 무역 물동량 상당 부분이 이 해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분쟁 격화는 해상안전과 경제안보 모두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 특히 중국이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군사력을 앞세우는 패턴은 동북아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해협이나 동중국해에서 유사한 전술이 전개될 경우, 한반도 주변 해역의 군사적 긴장도 급격히 고조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중·필 갈등이 아니라, 중국이 해상·공중을 아우르는 다층적 압박 전략을 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략은 동남아뿐 아니라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에도 파급될 수 있다. 만약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기정사실화를 강화하고 이를 서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등으로 확장한다면, 한국은 직간접적인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행동은 필리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상 교통로의 안정, 역내 군사 균형, 그리고 한국의 경제·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외신으로 넘기지 말고, 중국의 군사적 확장 패턴과 그 파급효과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남중국해에서 울린 경고음은 머지않아 한반도 주변에서도 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