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안면인식 CCTV에 막힌 탈북 생명길…5명도 못 넘은 압록강·두만강, 강제북송 체제가 한국의 안보와 인권을 위협한다
북한 주민들이 자유와 생존을 찾아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던 길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를 해제한 2023년 9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북·중 국경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은 5명 이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군사분계선이나 동·서해를 통해 직접 귀순한 인원보다도 적다. 과거 수많은 북한 주민이 이용했던 중국 경유 탈북로가 북한의 국경 봉쇄와 중국의 첨단 감시망에 의해 사실상 차단됐다는 의미다.
이 현상은 단순히 북한의 국경 경비가 강화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북한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해도 중국 곳곳에 설치된 안면인식 폐쇄회로TV와 디지털 신원 확인 체계가 탈북민의 이동을 추적하고 차단한다.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넌 뒤 중국 내륙을 통과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을 거쳐 태국으로 향하던 전통적인 탈북 경로가 중국의 감시 기술 앞에서 무력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을 보호가 필요한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불법 입국자 또는 불법체류자로 취급한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탈북민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북한으로 강제송환될 위험에 놓인다. 북한으로 돌려보내진 사람은 조사와 구금, 강제노동, 고문 등 심각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중국이 이러한 위험을 알면서도 강제북송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출입국 관리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자유를 북한 체제에 다시 넘기는 행위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일반적인 범죄 예방 수단을 넘어 탈북민의 이동을 통제하는 거대한 디지털 장벽으로 기능하고 있다. 과거에는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지역을 옮기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중국 남부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도로, 숙박시설 등에서 신원을 확인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얼굴 정보와 통신 기록, 이동 경로가 결합되면 탈북민은 중국에 들어간 순간부터 사실상 추적 가능한 상태에 놓인다.
특히 중국에서 오랫동안 숨어 지낸 여성 탈북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일부 여성들은 인신매매를 통해 중국 남성과 강제 결혼을 하거나 농촌 지역에서 사실상의 무권리 상태로 살아간다. 중국에서 자녀를 낳고 수년 또는 수십 년을 생활했더라도 합법적인 체류 자격과 신분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가정폭력이나 착취를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기 어렵고, 중국인 가족이나 주변인과 갈등이 생기면 강제북송을 위협받을 수 있다.
중국의 감시와 강제북송 정책은 이러한 여성들에게 탈출할 길마저 빼앗고 있다.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 해도 안면인식 시스템에 포착될 위험이 있고, 공안의 검문을 피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경로가 필요하다. 탈북 브로커 비용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북한 안에서는 차라리 그 돈으로 북한에서 버티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선택 자체가 경제적으로도 불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 역시 코로나19 이후 국경 통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경수비대의 순환 배치, 전기 철책 설치, 감시초소 확대 등으로 주민들이 국경에 접근하는 것부터 차단하고 있다. 국경수비대가 브로커에게 매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근무지를 계속 바꾸는 방식도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의 물리적 봉쇄와 중국 내부의 디지털 감시가 결합하면서 탈북민은 두 겹의 장벽에 갇히게 됐다.
중국과 북한이 법 집행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우려스럽다. 양국이 검문과 국경 관리, 불법 이동 통제를 명분으로 정보 공유와 공안 협력을 확대한다면 탈북민의 생존 공간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장기간 숨어 지내는 탈북민뿐 아니라 북한 내에서 탈출을 준비하는 주민, 한국에 먼저 정착해 가족을 데려오려는 북한이탈주민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이는 한국과 무관한 중국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체계에서 보호해야 할 대상이며, 상당수는 한국에 이미 가족을 두고 있다. 중국의 강제북송과 감시 강화는 한국 국민과 북한에 남은 가족의 재결합을 막고, 한국이 보호해야 할 사람들에게 접근할 가능성을 차단한다. 중국이 탈북민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순간 그 문제는 한국의 인권 문제이자 외교 문제, 국가안보 문제가 된다.
중국의 정책은 북한 체제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낳는다. 주민들이 탈출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지면 북한 당국은 내부 불만과 인구 이탈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외부 정보와 탈북 경로가 차단될수록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는 강화되고, 북한 정권은 인권 상황을 개선하지 않은 채 주민들을 고립시킬 수 있다. 중국의 국경 감시와 강제북송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폐쇄 체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탈북민을 불법체류자로만 규정하는 중국의 태도는 국제사회가 요구해 온 인도주의 원칙과도 충돌한다. 탈북민이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 박해와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다면, 이들을 단순한 경제적 이주민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개별적인 보호 필요성을 확인하고 강제송환을 중단하며 국제기구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조치다.
한국은 탈북민 문제를 일회성 외교 현안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중국 내 탈북민의 위치와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더라도, 강제북송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해 안전한 이동 경로를 확보하고, 해외 공관이 긴급한 보호 요청에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
중국의 안면인식 감시 기술이 탈북민 추적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국제적으로 면밀히 살펴야 한다. 감시 장비와 얼굴 데이터, 이동 정보가 인권 탄압에 활용된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들은 중국산 감시 기술의 수출과 사용 방식, 데이터 관리 체계가 인권과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이나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을 걱정하는 이들은 브로커 사기와 불법 송금, 개인정보 탈취 등 또 다른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가족을 데려오겠다는 절박함을 악용하는 범죄조직을 차단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과 법률 지원, 심리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탈북 경로가 좁아질수록 이들을 노리는 불법 시장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한국으로 들어온 인원이 5명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이는 북한 주민이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통로가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다. 북한은 전기 철책과 국경수비대로 길을 막고, 중국은 안면인식 CCTV와 공안 검문, 강제북송 정책으로 그 뒤를 차단하고 있다.
중국이 말하는 국경 관리의 실제 결과는 탈북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통제 아래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첨단 기술은 생명을 구하는 수단이 아니라 자유를 추적하고 도주로를 봉쇄하는 도구로 변했다. 한국은 이 현실을 중국과 북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먼 이야기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강제북송 체제와 디지털 감시망은 북한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동시에 한국의 헌법적 책임, 가족 공동체, 한반도 안보와 직접 연결돼 있다.
중국이 탈북민을 북한으로 넘기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체포되고 사라질 수 있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던 생명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한국과 국제사회는 중국에 강제북송 중단과 탈북민 보호를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는 기술이 사람의 자유까지 박탈하는 권한이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