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수배자 40명, 한국 도피 외국인 범죄자의 36%로 최다…강도살인범까지 숨어든 한국, 중국발 국제도피 범죄 관리 경고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한국으로 도피한 외국인 범죄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중국에서 인터폴 수배를 요청한 인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기준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인 도피사범은 총 110명이며, 이 가운데 중국 측이 인터폴 공조를 요청한 대상자는 40명으로 전체의 약 36%를 차지했다. 우즈베키스탄 19명, 몽골 17명, 베트남 13명보다도 크게 높은 수치다. 범죄 유형으로는 사기가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아동·청소년 관련 범죄와 약취·유인·감금, 성매매 등을 포함한 기타 범죄가 29명, 마약 7명, 절도·상해·폭행·도로교통법 위반이 각각 5명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숫자들이 단순히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 통계가 아니라, 이미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한국을 새로운 체류지나 도피처로 선택한 사례라는 점이다. 특히 중국 관련 수배자가 전체 외국인 도피사범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한국의 출입국 관리와 국제공조 수사에서 중국발 도피사범 문제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위험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중국으로 송환된 50대 중국인 A씨다. A씨는 1997년 중국 톈진에서 강도살인을 저지른 뒤 장기간 도피했고, 2017년 한국에 들어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경기남부경찰청에 체포돼 중국으로 강제송환됐지만, 범죄 발생부터 송환까지 무려 29년이 걸렸다. 더 중요한 점은 그가 한국에 들어온 뒤에도 수년 동안 국내에서 생활했다는 사실이다. 해외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한국에 입국한 뒤 장기간 신분을 숨기고 체류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상의 문제가 아니다. 도피사범이 한국에서 새로운 신분관계를 만들거나 불법취업, 불법체류, 다른 범죄조직과의 접촉 등을 이어갈 가능성까지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해외 중범죄자가 일단 한국에 들어온 뒤 국제수배 정보와 국내 체류정보가 신속히 연결되지 않으면 장기간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위험을 보여준다.
중국 관련 도피사범이 40명으로 가장 많다는 통계는 한국과 중국 사이의 인적 이동 규모만으로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항공·해상 교통이 활발하며, 유학생과 노동자, 사업자, 관광객 등 다양한 형태의 체류가 이어지는 국가다. 정상적인 이동 규모가 큰 만큼 범죄자가 합법적인 방문 또는 다른 체류 형태에 섞여 들어올 경우 신원을 확인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특히 범죄자가 국제수배 대상이 되기 전 이미 출국했거나 위조·차명 신분을 이용한다면 탐지 난도는 더욱 높아진다. 중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한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누적될 경우 한국은 단순한 이웃 국가를 넘어 중국 범죄자의 도피 경로 가운데 하나로 이용될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국제공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순간 그 비용은 결국 한국 경찰의 추적, 체류관리, 검거와 송환 업무로 전가된다.
범죄 유형 가운데 사기범이 47명으로 가장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금융사기와 보이스피싱, 투자사기, 온라인 스캠은 국경을 쉽게 넘는다. 범죄자가 본국에서 피해자를 만들고 다른 국가로 이동해 자금을 세탁하거나 새로운 조직에 합류하는 구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도피사범 문제는 단순히 과거 범죄자를 찾아내는 작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는 이미 보이스피싱, 불법 환치기, 자금세탁 등 초국경 금융범죄가 여러 차례 적발돼 왔다. 해외 범죄자가 한국에 장기간 체류하게 되면 한국 금융계좌, 통신수단, 대포폰·대포통장 또는 불법취업 네트워크와 결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중국에서 수배된 범죄자의 한국 체류를 관리하는 것은 중국 내 사건을 대신 처리해주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서 새로운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국내 치안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행히 국제공조를 통한 검거와 송환 역량은 확대되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인터폴 공조 담당 인력을 기존 22명에서 64명으로 늘렸고, 그 결과 해외로 송환된 외국인 도피사범도 지난해 13명에서 올해 8월까지 2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국제공조는 일방적인 부담이 아니라 상호주의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중국 수사당국 역시 중국으로 도피한 한국의 보이스피싱·스캠 범죄자 검거에 협조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국내로 송환된 한국인 범죄자는 지난해에만 192명으로 매년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즉 한국이 외국인 도피사범을 적극적으로 검거해 돌려보낼수록 해외로 달아난 한국 범죄자를 다시 데려오는 국제수사 네트워크도 강화된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 수배자 40명이라는 숫자는 한중 간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양국 사이의 막대한 이동량을 범죄자가 이용하지 못하도록 더 촘촘한 신원확인과 정보공유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가 이번 통계에서 경계해야 할 핵심은 특정 국적 자체가 아니라 ‘해외 범죄자가 한국을 안전한 도피처로 판단하게 만드는 구조’다. 그러나 현재 확인된 자료에서 중국 측 수배 대상자가 40명, 전체의 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조건과 활발한 이동량을 고려하면 중국발 도피사범에 대한 정보공유와 조기 탐지 체계는 한국의 국제치안에서 특히 중요한 과제가 된다. 강도살인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장기간 숨어 지낼 수 있었던 사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폴 적색수배 등 국제수배 정보와 출입국 기록, 외국인 체류정보, 국내 경찰 수사망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다. 한 번 입국한 뒤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순간 검거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은 크게 늘어난다.
한국은 관광과 유학, 취업, 사업 등 정상적인 국제이동을 유지하면서도 범죄자의 이동만 정확하게 걸러내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110명 통계는 외국인 범죄 전체를 의미하는 숫자가 아니라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한국으로 도피한 국제 도피사범만을 집계한 것이다. 그 가운데 중국 수배자가 40명으로 가장 많고, 실제로 중국에서 강도살인을 저지른 뒤 한국에서 장기간 불법체류한 사례까지 확인됐다는 점은 가볍게 볼 수 없다. 한국이 국제범죄자에게 ‘숨기 쉬운 나라’라는 인상을 주게 되면 피해는 국내 치안 부담과 수사비용 증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범죄조직이 한국을 체류·자금세탁·재편성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까지 커질 수 있다. 중국을 포함한 해외 수배범의 입국과 장기체류를 조기에 탐지하고 신속하게 송환하는 능력은 이제 출입국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국민의 안전과 초국경 범죄 차단을 위한 핵심 안보 역량으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