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적 해외 총책·밀수책, ‘010 변작’ 피싱망 지휘…중계기 400대·유심 5256개로 한국 번호 위장, 19명에게 15억원 피해


2026년 10월 21일 7:25 오후

조회수: 5


해외 피싱전화

중국 국적 해외 총책·밀수책, ‘010 변작’ 피싱망 지휘…중계기 400대·유심 5256개로 한국 번호 위장, 19명에게 15억원 피해

중국 국적의 해외 총책과 밀수책이 연결된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해외 인터넷전화의 발신번호를 한국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바꾸는 중계망을 구축해 국내 피해자들을 노린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마약·국제범죄수사대는 러시아인 총괄유통책 A씨 등 16명을 구속하고,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의 밀수·유통·운영에 가담한 조직원과 유심 제공자 등 총 101명을 검거했다. 수사 결과 해외 총책과 해외 밀수책은 중국 국적자로 파악됐으며, 국내 유통과 운영에는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출신 조직원들이 대거 동원됐다. 이들이 운영한 장비를 통해 해외 피싱 전화가 평범한 한국 ‘010’ 번호처럼 표시됐고, 경찰은 현재까지 피해자 19명이 약 15억원을 잃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은 전화번호 자체가 범죄 인프라로 변조됐다는 사실이다. 한국 이용자들에게 ‘010’ 번호는 일반적인 국내 휴대전화 번호라는 인식이 강하다. 해외 인터넷전화가 그대로 표시된다면 피싱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지만, 중국 국적 해외 총책이 연결된 조직이 중계기를 이용해 발신번호를 010으로 바꾸면 피해자는 해외 범죄조직의 전화를 국내 개인의 정상적인 전화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피싱 범죄에서 첫 번째 장벽은 상대방의 의심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이 조직은 바로 그 신뢰를 기술적으로 조작했다. 해외 범죄조직이 한국 통신망의 번호 체계를 악용해 국내 전화처럼 위장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전화사기를 넘어 한국 통신 인프라의 신뢰를 범죄도구로 이용한 사례다.

범죄 구조도 상당히 조직적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를 하드디스크 등 일반 전자제품으로 위장해 국내에 반입한 뒤 부산 연제구와 수영구, 경남 창원 등 원룸 13곳에 분산 설치했다. 운영책 한 명이 한 장소에서 중계기 약 10대를 관리했고, 장비 수령·보관과 공급을 담당하는 총괄유통책, 사람을 모집하는 모집책, 장비와 유심을 옮기는 전달책, 실제 장비를 관리하는 운영책까지 역할을 세분화했다. 경찰이 압수한 물품만 중계기 400대, 대포폰 121대, 유심칩 5256개, 라우터 등 기타 장비 848대에 달한다. 이는 몇 대의 불법 통신장비를 임시로 설치한 수준이 아니라 해외 피싱조직이 한국 번호를 대량으로 생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산업화된 통신 범죄 기반시설에 가깝다.

중국 국적의 해외 총책과 밀수책이 상단에 있고, 국내에서는 여러 국적의 외국인을 모집해 장비를 운영하게 한 구조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조직원들은 텔레그램의 러시아어 구인·구직 게시판 등을 통해 모집됐고, 유학생과 관광비자 소지자, 재외동포 가족비자 소지자, 난민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 가운데 7명은 불법체류자였으며 관광비자 소지자 4명 중 3명도 불법체류 상태였다. 조직원들은 서로 직접 만나지 않고 특정 장소에 장비를 놓아두면 다음 사람이 가져가는 ‘던지기’ 방식으로 움직였으며, 자신이 맡은 부분만 알고 다른 조직원의 신원이나 전체 구조를 알기 어렵도록 점조직 형태를 유지했다. 중국 국적 해외 조직과 국내 다국적 운영책이 결합한 이런 구조는 하나의 국가 안에서만 수사해서는 전체 조직을 해체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초국경 범죄 형태다.

범죄가 유지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핵심은 한국 명의 유심의 대량 공급이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유심의 개통과 양도 경로를 추적해 유심 제공자 84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인이었으며, 유심 한 개당 6만~12만원을 받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자기 명의로 개통한 유심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총책이 범죄를 기획하고 국내 운영조직이 중계기를 설치하더라도 한국 명의의 휴대전화 번호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010 변작망을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사건은 중국 국적 해외 총책, 러시아계 중심의 국내 운영조직, 한국인 명의 유심 제공자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으며 하나의 범죄 인프라를 완성한 구조였다.

수사의 시작이 부산의 한 원룸 배수구에서 발견된 유심 조각이었다는 사실도 이 범죄가 얼마나 은밀하게 운영됐는지를 보여준다. 피싱에 사용된 번호가 정지되고 유심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조직원들은 이를 잘게 부숴 변기 등에 버린 것으로 추정됐다. 배수관이 막혀 고압세척을 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유심 조각이 발견됐고, 경찰은 CCTV와 현장 분석을 통해 운영책을 특정한 뒤 유통책과 모집책, 장비 전달책까지 추적했다. 만약 배수관이 막히지 않았거나 유심 조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이 중계망이 얼마나 더 오래 운영됐을지 알 수 없다. 해외 조직이 한국의 원룸을 통신 거점으로 사용하면서 흔적을 폐기하고, 장비를 여러 장소에 분산해 운영했다는 점은 일반적인 금융사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은폐 구조를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 더 큰 위협은 이런 발신번호 변작 기술이 피싱 조직의 범행 성공률을 크게 높인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해외 발신’ 표시 자체가 경고 신호가 될 수 있었지만, 010 번호로 위장된 전화는 가족이나 회사 관계자, 택배기사, 금융기관 직원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송금이나 현금 전달을 요구하는 범죄에서 발신번호가 국내 번호로 표시되면 피해자가 통화를 즉시 끊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피해액만 15억원이지만, 압수된 중계기 400대와 유심 5256개의 규모를 고려하면 이 조직이 구축한 인프라의 잠재적 범죄 능력은 이미 확인된 피해자 19명보다 훨씬 넓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한국이 중국과 연결된 초국경 금융범죄를 바라볼 때 단순히 ‘보이스피싱 전화가 어디에서 걸려왔는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중국 국적 해외 총책과 밀수책이 범죄의 상단에 위치하고, 국내에서는 러시아계 등 다국적 조직원이 장비를 운영하며, 한국인 명의 유심이 범죄에 투입되는 방식은 국경을 넘는 역할 분업을 통해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 범죄조직은 한국 통신망을 직접 공격하기보다 한국 번호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악용했고, 값싼 유심과 임대 원룸, 텔레그램 모집망을 결합해 물리적 거점까지 구축했다. 이러한 구조가 반복된다면 한국에서 전화번호 자체가 더 이상 신뢰의 기준이 되지 못하게 되고, 금융거래와 수사기관 연락을 포함한 일상적 통신의 신뢰도까지 훼손될 수 있다.

중국 국적 해외 총책과 밀수책이 연결된 이번 010 발신번호 변작 사건은 한국 금융소비자와 통신질서에 분명한 경고를 남겼다. 해외 전화가 한국 번호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기술, 수천 개의 유심, 수백 대의 중계기, 여러 국적의 국내 운영책이 결합하면 피싱 범죄는 더 이상 단순한 전화사기가 아니라 하나의 초국경 통신산업처럼 움직일 수 있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핵심은 이런 범죄망이 해외에서 지휘되고 국내의 통신·주거·유심 시장을 연결해 한국인을 직접 겨냥한다는 점이다. 발신번호가 010이라고 해서 정상적인 국내전화라고 믿을 수 없는 시대가 된 만큼, 중국과 연결된 해외 피싱조직의 장비 반입과 자금 흐름, 유심 공급망을 동시에 추적하지 못하면 같은 방식의 범죄 인프라는 다른 지역에서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Return to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