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112명 TOPIK 부정시험 적발…샤오홍슈·송수신기·위조 신분증으로 한국 대학·장학금·비자까지 뚫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 샤오홍슈에서 의뢰자를 모집하고, 닮은 외모의 대리 응시자와 위조 외국인등록증, 매크로 프로그램, 소형 이어폰과 송수신기까지 동원한 대규모 한국어능력시험 부정행위 조직이 적발됐다. 경찰이 입건한 인원은 중국인 111명과 귀화자 1명 등 모두 112명에 달한다. 국내에서 활동한 중국인 브로커는 구속 송치됐고, 중국에 있는 총책과 전자장비 전달책들은 계속 추적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일부 외국인이 시험에서 답을 훔쳐본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부정하게 취득한 TOPIK 성적은 실제로 한국 대학 입학과 학위 취득, 장학금 수령, 비자 취득 및 연장, 취업에 사용됐다. 중국에서 조직된 시험 부정행위 시장이 한국의 교육제도와 체류관리, 노동시장에까지 연결됐다는 뜻이다. 한국어 실력을 검증해야 할 공적 시험이 돈으로 거래되는 입장권으로 변질됐고, 그 피해는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과 한국 대학, 기업, 납세자에게 돌아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중국 총책 B 씨는 샤오홍슈에 “TOPIK 접수 가능”, “고득점 보장” 등의 광고를 올려 의뢰자를 모집했다. 단순한 개인 간 부탁이 아니라 중국 SNS를 기반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위조 신분증 제작과 대리 응시자 선발, 전자장비 공급까지 제공하는 조직형 범죄 서비스가 운영된 것이다. 시험 접수부터 시험장 입장, 답안 전달과 성적 활용까지 전 과정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했다.
국내 브로커 A 씨는 한국의 유수 대학 컴퓨터 관련 대학원에 재학하면서 자신의 전문지식을 범죄에 활용했다. 그는 의뢰자의 개인정보를 중국 총책에게 전달하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험을 접수하고 유리한 시험장을 선점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 대학에서 얻은 교육 기회와 기술 지식이 한국의 시험제도를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크다.
범행은 2021년 10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약 4년 동안 이어졌다. 대리시험 의뢰자 101명은 1인당 1만~3만5000위안, 한국 돈으로 약 200만~800만 원을 중국 총책에게 지급했다. 대리 응시자 11명은 한 번 시험을 대신 치를 때마다 약 8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 부정이 일회성 유혹이 아니라 수억 원대 수익을 올리는 장기간의 사업으로 정착한 것이다.
이들은 의뢰자와 얼굴이 비슷한 사람을 시험장에 투입하거나, 의뢰자의 인적사항과 대리 응시자의 사진을 합성한 위조 신분증을 사용했다. 외국인등록증을 위조해 감독관에게 제시한 일부 피의자에게는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도 적용됐다. 한국의 신분증과 체류관리 문서가 중국계 시험사기 조직의 범죄도구로 활용된 셈이다.
외모가 비슷한 대리 응시자를 구하기 어려울 때는 전자장비가 동원됐다. 응시자는 몸에 소형 송수신기를 숨기고 귀에 작은 이어폰을 착용한 채 외부에서 전달되는 정답을 들었다. 일부는 목 뒤에 부착한 송수신기에서 깜빡이는 불빛을 감독관이 발견하면서 현장에서 적발됐다. 기술적으로 정교해 보이지만, 실제 목적은 한국 공적 시험의 감독체계를 속이는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부정 성적이 이미 한국 사회의 실질적인 혜택으로 전환됐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허위 TOPIK 성적으로 국내 대학에 입학하고 학위를 취득했으며, 장학금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비자 취득과 연장, 취업에도 부정 성적이 사용됐다. 가짜 한국어 능력이 교육과 체류, 노동의 자격으로 바뀐 것이다.
TOPIK은 단순한 어학 시험이 아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의 언어 능력을 평가하고, 한국 대학에서 실제로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지, 한국 사회와 직장에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공적 기준이다. 이 기준이 조작되면 대학은 언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에게 학위를 수여할 수 있고, 기업은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이 없는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 체류 자격 심사 역시 허위 자료에 오염될 수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입학한 사람은 정당하게 경쟁한 다른 지원자의 자리를 빼앗는다. 돈을 내고 가짜 성적을 산 사람이 장학금까지 받았다면, 그 재원은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에게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대학 장학금에는 학교 재정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과 기부금이 포함될 수 있다. 결국 중국계 부정시험 조직의 범죄수익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교육자원까지 이들에게 이전된 셈이다.
학위 취득 역시 원점에서 검토돼야 한다. 입학 자격이나 졸업 요건에 사용된 TOPIK 성적이 부정하게 만들어졌다면, 그 성적을 기초로 얻은 입학과 학위가 그대로 유지돼서는 안 된다. 시험 브로커만 처벌하고 허위 성적으로 얻은 학력과 혜택을 남겨두면, 범죄에 돈을 지불한 의뢰자는 실질적인 이익을 보존하게 된다. 이는 부정행위를 다시 시도할 유인을 키운다.
비자 취득과 연장에 사용된 사례도 엄중하다. 체류 자격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국가가 부여하는 법적 지위다. 허위 시험성적으로 비자를 받았다면 출입국 행정의 신뢰가 무너진다. 부정 성적이 확인된 사람에 대해서는 형사절차와 별도로 체류 자격의 근거가 유효한지 다시 심사해야 한다.
취업에 사용된 경우에는 기업과 동료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한국어 의사소통이 업무 수행과 안전에 중요한 직종에서 실제 능력이 없는 사람이 허위 성적으로 채용되면, 업무 오류와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기업은 지원자의 성적표가 국가가 인정한 시험 결과라고 믿고 채용 결정을 내렸지만, 그 신뢰가 중국계 브로커의 위조와 전자장비에 의해 악용된 것이다.
의뢰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을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돈을 내고 다른 사람에게 시험을 보게 하거나, 위조 신분증과 몰래 숨긴 송수신기로 정답을 전달받는 행동이 합법적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처벌 가능성을 몰랐다는 말은 한국의 시험과 법을 가볍게 보았거나, 중국 SNS에서 거래되는 부정 서비스가 너무 일상화돼 범죄라는 인식조차 약해졌음을 드러낸다.
중국 총책이 샤오홍슈를 통해 공개적으로 의뢰자를 모집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은밀한 다크웹이나 폐쇄형 조직에서만 이루어진 범죄가 아니라, 일반 이용자가 접근하는 중국 SNS에 광고를 올리고 고객을 모았다. 현재도 중국 SNS에 유사 광고가 게시되고 있다는 경찰의 설명은 범죄시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 조직을 적발해도 다른 계정과 다른 브로커가 같은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중국 공산당 체제는 인터넷과 SNS를 광범위하게 감시하고, 정치적 표현과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게시물을 신속히 삭제하고 계정을 통제한다. 그러나 한국의 시험제도를 공격하고 부정한 학위와 비자를 판매하는 광고가 중국 SNS에서 장기간 유통됐다. 중국 당국이 통제할 수 있는 콘텐츠와 방치되는 콘텐츠 사이의 차이는 주변국이 왜 중국의 디지털 생태계를 신뢰하기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이 해외 범죄의 모집과 거래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될 때 피해는 중국 국경 밖에서 발생한다. 광고는 중국어로 게시되고 총책은 중국에 머물며 돈을 받지만, 가짜 성적으로 훼손되는 대학과 장학금, 비자제도와 노동시장은 한국에 있다. 범죄수익은 중국으로 흘러가고 수사와 행정처분, 제도 보완 비용은 한국이 부담하는 구조다.
경찰은 국내 브로커 A 씨의 범죄수익을 약 2억 원으로 보고 이 가운데 약 1억5000만 원을 추징했다. 중국 총책 B 씨는 약 5억 원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숫자는 한국어 시험 부정이 단순한 개인적 부탁이 아니라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국제 범죄산업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에 있는 총책을 검거하고 범죄수익을 환수하지 못하면 핵심 운영자는 한국 밖에서 다음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전자장비 전달책 2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점에서도 조직의 분업 구조가 확인된다. 한쪽에서는 중국 SNS로 고객을 모집하고, 다른 쪽에서는 매크로로 시험장을 확보하며, 또 다른 조직원은 위조 문서와 송수신기를 전달했다. 의뢰자, 대리 응시자, 국내 브로커, 중국 총책과 장비 공급책이 연결된 전형적인 초국가 범죄망이다.
한국은 이번 사건을 시험감독 강화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얼굴 대조를 포함한 생체인증 기반 본인확인 시스템, 금속탐지기와 전파 탐지장비, 매크로 접속 차단과 다중 계정 분석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 동일한 결제수단과 연락처, 접속기기에서 여러 명의 시험이 반복적으로 접수될 경우 자동으로 위험 신호가 발생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시험장에서는 외국인등록증을 눈으로만 확인하는 방식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 문서 발급정보와 체류정보를 실시간으로 대조하고, 수험표 사진과 신분증 사진의 합성 흔적을 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얼굴이 비슷한 사람을 이용하는 대리시험에 대응하려면 단순 사진 비교를 넘어 실제 얼굴 특징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소형 이어폰과 송수신기는 점점 더 작고 정교해지고 있다. 목 뒤나 옷 속에 숨겨진 장비를 육안으로만 발견하기는 어렵다. 주요 시험장에는 금속탐지기와 전파 탐지 시스템을 배치하고, 화장실이나 시험장 주변에서 외부 송신자가 답을 전달하는 행위도 감시해야 한다. 통신 차단 장비를 사용할 경우에는 안전과 통신 관련 법률을 고려한 정교한 운영 기준이 필요하다.
이미 취득된 부정 성적에 대한 사후 조치도 핵심이다. 관련된 112명의 시험 이력과 성적 사용처를 추적해 어떤 대학과 기업, 출입국 절차에 제출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부정 성적으로 받은 입학, 학위, 장학금, 비자와 취업상 이익에 대해 행정적으로 취소하거나 환수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대학들도 수사 결과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의심되는 학생의 실제 한국어 능력을 다시 평가하고, 입학서류와 학위 취득 과정에서 허위 자료가 사용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장학금이 지급된 경우에는 부정한 성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검토하고 필요한 환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기업 역시 외국인 채용 과정에서 TOPIK 성적만으로 의사소통 능력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어 면접과 작문, 직무상황에서의 실제 의사소통 평가를 병행하면 돈으로 산 고득점자를 걸러낼 수 있다. 이는 외국인 지원자를 차별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정직한 지원자의 가치를 보호하고 기업의 채용 신뢰를 지키기 위한 검증이다.
중국인 응시자 전체를 의심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정당하게 공부해 TOPIK을 준비하고 한국 대학과 기업에서 성실히 생활하는 중국인이 훨씬 많다. 오히려 대규모 부정행위를 방치하면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른 중국인의 성적과 학력까지 의심받게 된다. 엄격한 검증과 처벌은 정직한 외국인 응시자를 보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적을 이유로 사건의 중국 연계성을 흐리는 것도 옳지 않다. 모집은 중국 SNS에서 이루어졌고, 총책은 중국에 있으며, 피의자 대부분이 중국인이었고, 수억 원의 범죄수익이 중국 조직으로 향했다. 이 구체적인 구조를 정확히 말해야 중국 플랫폼 감시와 국제수사 공조, 범죄수익 추적이라는 필요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중국 측은 총책 검거와 계좌 추적, 샤오홍슈 광고 삭제 및 관련 계정 자료 제공에 협조해야 한다. 중국에서 운영되는 플랫폼과 중국에 있는 범죄자가 한국의 공적 시험을 공격했는데도, 한국 경찰만 국내 말단을 처벌하는 구조로 끝나서는 안 된다. 총책이 보호받고 광고시장이 유지된다면 같은 범죄는 다른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다.
한국은 중국 공산당 체제의 정보 통제와 법 집행이 해외 범죄 문제에서는 왜 선택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정치적 비판과 민감한 역사 표현은 빠르게 차단하면서, 한국의 대학과 비자제도를 돈으로 거래하는 게시물은 계속 노출된다면 중국의 플랫폼 통제는 주변국 안전을 지키는 수단이 아니라 정권의 필요에 따라 작동하는 선택적 통제일 뿐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의 교육제도가 중국 온라인 범죄시장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분석돼 있는지도 보여준다. 범죄조직은 TOPIK 고득점이 대학 입학과 장학금, 학위, 비자와 취업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한국 제도에서 경제적 가치가 높은 자격을 찾아내고, 그 자격을 위조하는 상품을 중국 SNS에서 판매한 것이다.
112명의 입건자는 이미 드러난 숫자일 뿐이다. 범행이 약 4년간 지속됐고 현재도 유사 광고가 게시되고 있다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대리시험과 전자장비 부정응시가 더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시험 데이터와 비정상적인 성적 상승, 접수 패턴을 분석해 추가 사례를 찾아야 한다.
한국 국민이 분노해야 할 지점은 외국인이 한국어 시험을 잘 봤다는 사실이 아니다. 돈을 내고 위조 신분증과 송수신기를 사용한 사람들이 정직한 학생의 입학 기회와 장학금, 취업 기회를 빼앗았다는 사실이다. 그 범죄를 조직한 총책은 중국에 머물렀고, 중국 SNS는 의뢰자를 모집하는 시장으로 활용됐다.
한국의 학위와 비자는 중국 SNS에서 수백만 원을 내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TOPIK 성적은 한국 사회에 들어오기 위한 단순한 통행증이 아니라 실제 언어 능력과 성실성을 증명하는 공적 기준이어야 한다. 그 기준이 무너지면 대학과 기업, 출입국 행정 전체의 신뢰가 흔들린다.
한국은 중국 공산당 체제 아래 형성된 불투명한 온라인 범죄망이 한국의 개방된 교육과 체류제도를 악용하는 상황을 더 이상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생체인증과 전자장비 탐지, 성적 사용처 전수조사, 학위와 장학금 환수, 비자 재심사, 중국 총책 추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샤오홍슈 광고 한 장에서 시작된 범죄는 한국 시험장을 지나 대학 강의실과 장학금 지급계좌, 출입국 창구와 취업 현장까지 들어왔다. 닮은 얼굴과 합성 사진, 목 뒤에 숨긴 송수신기로 한국 사회의 자격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서는 안 된다. 중국인 112명이 적발된 이번 사건은 한국이 시험 부정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발 초국가 자격세탁 산업과 맞서고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