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10대, 제주공항 관제교신 90분 무단청취…카메라엔 경기 군사시설 사진 다수, 국가중요시설 보안에 또 드러난 중국발 정보수집 위험
제주국제공항 전망대에서 사설 무전기를 이용해 관제탑과 항공기 사이의 교신을 1시간 30분 동안 무단으로 청취한 중국 국적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중국인 A군은 지난달 27일 오전 제주공항 4층 전망대에서 무전기를 이용해 항공관제 교신을 몰래 들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전망대에 있던 방문객이 A군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기고 공항 측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여기서 사건은 단순한 ‘무전기 청취’로 끝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사건 당일 중국에서 제주로 입국하면서 해당 무전기를 직접 가져온 것으로 파악됐고, 소지하고 있던 카메라에서는 경기도에 있는 군사시설 2곳 이상을 촬영한 사진도 다수 발견됐다. 더욱이 A군은 보호자나 일행 없이 한국에 여러 차례 입국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재 출국을 정지시키고 관제교신을 청취한 목적과 군사시설 촬영 사이의 연관성, 대공 혐의점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특히 심각한 이유는 장소가 일반 공공시설이 아니라 제주국제공항이라는 점이다. 제주공항은 국가보안 ‘가급’으로 지정된 국가중요시설 최고 등급 시설이다. 항공관제 교신에는 항공기의 이동과 이착륙 절차, 관제 지시, 운항 흐름 등 공항 운영을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이런 통신을 관광객이 전망대에서 우연히 들은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미리 가져온 사설 무전기를 사용해 약 90분 동안 청취했다는 사실은 공항 보안 차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알려진 무전기 가격은 중국 온라인 사이트 기준 약 214위안, 한화 약 4만3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비싼 특수장비나 전문 정보기관 수준의 장비가 아니더라도 비교적 저렴한 상용기기를 이용해 한국의 국가중요시설 주변에서 통신정보에 접근하려는 행위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기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질수록 중요한 것은 장비 가격이 아니라 누가, 어떤 장소에서, 어떤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수집하느냐가 된다.
더욱 경계해야 할 부분은 A군의 카메라에서 제주공항과 무관한 경기도 군사시설 2곳 이상의 사진이 다수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경찰이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단순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을 넘어 군사시설 촬영과 관제교신 청취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대공 혐의점까지 살피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공개된 사실만으로 A군의 최종 목적을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의 구성 자체다. 중국에서 무전기를 직접 가져와 입국 당일 국가중요시설인 제주공항에서 장시간 관제교신을 청취했고, 별도로 촬영한 군사시설 사진들이 카메라에 저장돼 있었으며, 미성년자인 10대가 보호자 없이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정황까지 한 사건 안에서 동시에 확인됐다. 이런 요소들이 겹친다면 단순한 관광객의 호기심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기보다 정보수집 행위의 경위와 이동동선, 촬영시점, 저장된 사진의 종류와 수량, 다른 전자기기 기록까지 정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미 중국 국적자와 관련된 군사시설 촬영 및 정보수집 사건을 경험해왔다. 중국인 유학생이 부산 해군기지와 미 항공모함을 드론과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건도 앞서 별도로 확인된 바 있으며, 이번 제주공항 사건은 장소와 인물, 수법이 다른 새로운 사건이다. 기존 사건 역시 중국인 유학생이 부산 해군시설과 미 항모를 촬영한 별도 안보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이번에는 군사기지 내부를 드론으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 국가중요시설인 공항에서 항공관제 교신을 청취했고, 동시에 다른 지역의 군사시설 사진까지 발견됐다는 점에서 위험의 형태가 달라졌다. 이런 사건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한국의 안보시설을 겨냥한 정보수집이 반드시 거대한 첩보장비나 정교한 해킹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드론, 값싼 무전기처럼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장비가 군사시설·공항·통신정보에 접근하는 도구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제주공항처럼 민간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과 국가안보 기능이 겹치는 시설은 더욱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국제공항은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개방된 공간이면서 동시에 항공관제, 군·민간 항공 이동, 통신체계 등 민감한 기능을 갖고 있다. 전망대처럼 일반 방문객에게 개방된 장소에서 특정 주파수를 장시간 청취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현장 인력만으로 모든 행동을 식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번에도 최초 발견자는 전문 보안기관이 아니라 행동을 이상하게 본 일반 방문객이었다. 이는 시민의 신고가 효과적으로 작동했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값싼 상용 장비를 이용한 정보수집 행위를 국가중요시설이 얼마나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지라는 과제도 남긴다. 출입국 기록과 군사시설 촬영 이력, 공항·항만 등 국가중요시설 주변의 이상행동이 각각 별도 데이터로 흩어져 있다면 반복적인 접근 패턴을 빠르게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한국 안보에 던지는 가장 큰 경고는 정보수집의 문턱이 극도로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약 4만3000원짜리 무전기와 카메라만 있어도 공항 관제통신을 듣고 군사시설 외관을 대량으로 기록하려는 시도가 가능하다. 문제는 각각의 사진 한 장이나 교신 한 문장이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확보된 정보가 축적되고 결합될 때다. 시설의 위치와 구조, 항공기의 이동패턴, 특정 시간대의 운영방식, 통신체계와 주변 경계환경이 반복적으로 수집되면 개별적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정보도 하나의 체계적인 데이터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군사시설 촬영과 국가중요시설 주변의 비정상적인 통신청취를 단순한 관광객 행동으로 취급하기보다는 정보가 어떻게 축적되고 이용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
중국 국적 10대가 입국 당일 제주공항에서 90분 동안 항공관제 교신을 무단청취하고, 그의 카메라에서 경기도 군사시설 2곳 이상의 사진이 다수 발견된 이번 사건은 한국의 공항·군사시설 보안이 직면한 새로운 위험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은 현재 청취 목적과 군사시설 촬영의 관계, 대공 혐의점까지 조사하고 있으며 최종 판단은 수사 결과에 따라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사건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한국 사회가 점검해야 할 문제는 분명하다. 중국에서 가져온 저가 무전기, 반복적인 단독 입국, 국가중요시설에서의 장시간 교신 청취, 복수 군사시설 사진이라는 요소가 동시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군사와 민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누구나 고성능 카메라와 통신장비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에는 국가안보시설을 지키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의 공항과 군사시설이 값싼 상용장비를 이용한 반복적인 정보수집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촬영·통신·출입국 기록을 연결해 이상행동을 조기에 확인하는 보안체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