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브로커, TOPIK 대리시험 75건 알선해 징역 3년…위조 신분증·매크로·중국 계좌로 한국 대학과 취업의 문까지 뚫었다


2026년 7월 16일 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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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브로커, TOPIK 대리시험 75건 알선해 징역 3년…위조 신분증·매크로·중국 계좌로 한국 대학과 취업의 문까지 뚫었다

한국어능력시험을 뜻하는 TOPIK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조직적인 대리 응시 범죄가 법원 판결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한국에 거주하던 중국 국적 브로커는 약 4년에 걸쳐 모두 75차례의 TOPIK 대리 응시를 알선했고, 시험 접수용 매크로 프로그램과 위조 신분증, 조작된 수험표 사진은 물론 중국에서 대리 응시자를 데려오기 위한 항공권과 숙박비, 외모를 비슷하게 꾸미기 위한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동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범행이 한국의 시험제도를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훼손했다고 판단해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6,6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시험 부정행위 정도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TOPIK 성적은 외국인의 한국어 실력을 평가하는 증명서일 뿐만 아니라 한국 대학 진학, 장학금 심사, 취업과 체류 자격 등 다양한 기회에 활용되는 공적 기준이다. 실제 실력이 없는 사람이 돈을 내고 높은 등급을 취득한다면 성실하게 공부한 응시자는 교육과 취업 경쟁에서 부당한 손해를 입는다. 부정한 성적을 이용해 한국의 대학과 기업, 각종 체류 제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범죄는 시험장 안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판결에 따르면 중국 국적 A 씨는 위챗을 통해 알게 된 상선 B 씨에게 대리 응시 사업을 제안받은 뒤 범행에 가담했다. A 씨는 소셜미디어에 광고를 올려 대리시험을 원하는 외국인을 모집하고 이름과 생년월일, 얼굴 사진 등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이후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험 접수를 대신하고 실제 의뢰인과 대리 응시자가 비슷해 보이도록 수험표 사진을 제작했다. 상선은 전달받은 개인정보로 위조 신분증을 만들고 중국에서 대리 응시자를 모집했다.

범행은 2021년 12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4년 동안 반복됐다. 한두 차례의 충동적인 부정행위가 아니라, 수요자를 모집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며 시험 좌석을 확보한 뒤 위조 신분증과 대리 응시자를 연결하는 하나의 범죄 서비스가 운영된 것이다. 시험 부정을 원하는 의뢰인이 돈을 지급하면 브로커가 접수부터 신분 위장, 대리 응시자의 입국과 숙박까지 제공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업형 구조에 가깝다.

특히 A 씨가 컴퓨터 관련 학부와 대학원에서 배운 전문지식을 범죄에 이용했다는 점은 심각하다. 그는 TOPIK 접수 시스템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시험 좌석을 확보하기 위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했다. 여러 계정을 사용하거나 수험표의 영문 표기 방식에 존재하는 허점을 이용해 신원 확인 절차를 우회하기도 했다. 디지털 시스템의 취약점과 현장 감독의 한계를 동시에 파고든 것이다.

중국에서 대리 응시자를 모집해 한국으로 입국시킨 수법도 치밀했다. 범죄조직은 대리 응시자의 항공료와 숙박비를 부담했고, 얼굴이 의뢰인과 다르게 보일 경우를 대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섭외했다. 이는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지인의 부탁을 받고 대신 시험을 치른 수준이 아니다. 국경을 넘어 사람을 이동시키고, 외모와 신분을 조작하며, 디지털 접수 시스템까지 자동화한 전문적인 국제 시험사기 조직이다.

이런 방식으로 취득한 TOPIK 성적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부정 성적이 국내 대학 입학에 제출됐다면 다른 지원자의 교육 기회를 침해한 것이고, 기업 취업에 이용됐다면 채용 과정의 신뢰를 훼손한 것이다. 체류 자격이나 각종 행정 절차에 활용됐다면 출입국 및 외국인 관리 제도까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75건의 대리 응시를 단순히 75장의 허위 성적표로만 계산할 수 없는 이유다.

가짜 성적을 제출해 대학에 입학한 사람은 실제 강의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학교는 부족한 언어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추가적인 교육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한국어 의사소통이 중요한 직무에 부정 성적으로 취업했다면 동료와 고객, 사업장의 안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시험 부정으로 얻은 자격 하나가 교육기관과 기업, 행정기관에 연쇄적인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 계좌를 이용한 범죄수익 관리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범죄수익의 규모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중국 계좌의 송금 내역 제출을 거부했다. 국내 수사기관이 해외 금융계좌를 직접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수익 규모와 공범의 정체를 감추려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에서 범죄를 실행하고 수익은 중국 계좌로 이동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국내 수사와 피해 회복은 훨씬 어려워진다.

중국의 금융계좌와 위챗 같은 중국계 통신망은 이번 사건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었다. 모집과 연락, 상선과의 지시 전달, 자금 이동을 연결하는 핵심 기반으로 활용됐다. 한국 수사기관이 국내 휴대전화와 은행계좌를 확보하더라도 중국에 있는 계좌, 대화 기록과 상선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면 범죄조직의 전체 구조를 밝히기 어렵다. 중국을 거점으로 한 범죄가 한국의 제도적 허점을 공격할 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A 씨가 수사가 시작된 뒤 중국으로 도피하려 한 정황도 이러한 구조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그는 대리 응시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유도했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출국을 시도했지만 출국정지 조치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중국으로 빠져나갔다면 국내 수사기관이 신병을 확보하고 중국 계좌와 공범 관계를 추적하는 과정은 훨씬 복잡해졌을 것이다.

이번 범죄는 한국의 시험 접수와 신원 확인 시스템이 국제적인 부정행위 시장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 접수 과정에서 여러 계정과 자동화 프로그램이 사용되고, 수험표 사진과 신분증이 정교하게 위조된다면 시험감독관의 육안 확인만으로는 범행을 차단하기 어렵다. 특히 외국 이름의 영문 표기 차이, 사진의 화질과 발급국가별 신분증 형식 등은 범죄조직이 악용하기 쉬운 지점이다.

TOPIK의 보안 강화는 성실한 외국인 응시자를 의심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오히려 정상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정당한 성적을 취득한 외국인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 소수의 브로커와 부정 응시자가 시험의 신뢰를 훼손하면 모든 외국인 응시자의 성적이 의심받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피해는 한국인 응시자뿐 아니라 정직하게 시험을 준비한 중국인과 다른 외국인에게도 돌아간다.

시험 접수 단계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빠른 신청, 다중 계정, 동일한 접속 환경과 반복적인 개인정보 입력을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매크로 사용이 의심되는 접속을 자동으로 차단하고, 동일한 연락처나 결제수단이 여러 응시자의 접수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시험 당일에는 수험표 사진과 신분증의 단순 육안 비교를 넘어 필요할 경우 발급정보와 체류정보를 교차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발급된 성적의 사후 검증도 중요하다. 이번 사건과 연결된 75건의 의뢰인과 대리 응시자를 확인하고, 해당 성적이 대학 입학이나 취업, 체류 관련 절차에 제출됐는지 조사해야 한다. 부정한 성적으로 얻은 입학과 채용, 행정상 이익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브로커만 처벌하고 실제 수혜자는 혜택을 보유하는 불공정한 결과가 생긴다.

대학과 기업도 TOPIK 성적표만으로 지원자의 실제 언어 능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경우 면접과 작문, 실제 의사소통 평가를 병행하면 부정 취득한 고득점자를 가려낼 수 있다. 특히 한국어 능력이 학업 수행이나 업무 안전과 직접 연결되는 분야에서는 성적표의 진위를 확인하고 실제 언어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는 중국의 상선과 대리 응시자 모집망 역시 추적돼야 한다. 국내 브로커 한 명을 처벌하는 데서 끝나면 중국에 있는 모집책은 다른 사람을 통해 같은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 대리 응시를 의뢰한 사람, 시험을 대신 치른 사람, 위조 신분증을 제작한 사람, 범죄수익을 세탁한 계좌 명의자까지 전체 연결망을 밝혀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중국에 있는 계좌와 공범을 추적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한국이 국경을 넘는 범죄에 더욱 강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 계좌와 메신저 뒤에 숨으면 한국의 시험제도를 훼손해도 쉽게 수익을 감출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결제 기록, 출입국 자료, 숙박 예약, 항공권 구매와 통신 기록을 결합해 범죄수익과 조직 구조를 최대한 추적해야 한다.

TOPIK은 한국어 실력을 측정하는 시험이지만, 그 신뢰도는 한국 교육과 취업 제도의 신뢰도와 연결돼 있다. 중국 국적 브로커가 4년 동안 75차례나 대리 응시를 알선했다는 것은 단순히 감독관 몇 명이 속았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의 공적 시험이 중국의 모집책, 위조 신분증 제작자, 해외계좌와 전문 대리 응시자를 연결한 범죄시장에 장기간 노출됐다는 경고다.

위조 신분증과 매크로, 중국 계좌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동원한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가 상대하는 국제범죄가 얼마나 전문화됐는지를 보여준다. 범죄조직은 한국의 대학과 취업 기회가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문을 열어주는 TOPIK 성적을 돈으로 판매했다. 시험 한 번의 부정행위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공적 자격 자체를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한국은 중국에서 연결되는 범죄망이 국내 제도의 작은 허점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확대하는지 경계해야 한다. 범행에 사용된 기술과 자금, 해외 인력의 이동 경로를 모두 분석하고 시험 보안과 사후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정직하게 공부한 사람의 기회를 보호하고 한국 대학과 기업의 신뢰를 지키려면, 중국 계좌와 위챗 뒤에 숨은 상선까지 추적하는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75건의 대리 응시는 이미 드러난 숫자일 뿐이며, 이번 판결은 한국의 교육과 취업 관문이 다시는 국제 사기조직의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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