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특수강 봉강 90% 장악·수입 50% 급증…저가 철강 밀어내기에 한국 산업 피해 판정, 공급과잉 압력이 자동차·조선까지 번진다


2026년 9월 26일 6: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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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중국산 저가 철강…관세장벽 높이는 韓

중국산 특수강 봉강 90% 장악·수입 50% 급증…저가 철강 밀어내기에 한국 산업 피해 판정, 공급과잉 압력이 자동차·조선까지 번진다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이 한국 시장에 직접적인 가격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특수강 봉강의 덤핑 수입으로 국내 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예비 판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25.08~27.96%의 잠정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도록 건의했다. 특수강 봉강은 단순 건축자재가 아니라 자동차, 건설중장비, 조선, 베어링, 산업기계 등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소재다. 중국산 특수강 봉강 수입량은 2022년 45만3000톤에서 올해 67만6000톤으로 약 50% 늘었고,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전체 수입 물량의 약 90%를 중국산이 차지했다. 중국의 과잉생산이 내수시장에서 흡수되지 못한 채 해외로 밀려나올 경우, 한국 철강업체는 생산원가와 기술경쟁력만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거대한 생산능력에서 발생한 저가 물량과 동시에 맞서야 하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번 특수강 봉강 조치는 하나의 품목에 국한된 사건도 아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중국산 스테인리스스틸 후판에 21.62%, 탄소강·합금강 열연후판에는 최대 34.10%, 중국산 열연강판에는 28.16~33.10% 수준의 덤핑방지관세가 산정됐으며, 중국산 아연·아연합금 표면처리 냉연강판에도 22.34~33.67%의 잠정 덤핑방지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특수강 봉강까지 조사 대상이 확대됐고, 10년 넘게 규제를 받아온 중국산 H형강에 대해서도 무역위원회는 기존 조치를 종료할 경우 덤핑과 국내 산업 피해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가격약속과 28.23~32.72%의 덤핑방지관세를 앞으로 5년간 연장하도록 건의했다. 품목이 후판에서 열연강판, 표면처리강판, H형강, 특수강 봉강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산 저가재 압력이 특정 철강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 철강산업의 여러 시장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 더 중요한 문제는 철강이 하나의 독립 산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수강 봉강의 가격과 수급이 흔들리면 자동차와 중장비, 조선, 베어링, 산업기계 등 한국 제조업의 광범위한 공급망에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는 저렴한 중국산 소재가 원가를 낮추는 효과를 줄 수도 있지만, 장기간 덤핑가격에 가까운 수입재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내 업체가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을 줄이거나 생산라인을 축소한 뒤 중국 공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향후 중국 내 생산조정이나 수출정책 변화, 물류 차질이 발생했을 때 한국 제조업이 대체 공급처를 빠르게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철강처럼 국가 제조업의 기초가 되는 소재에서는 당장의 낮은 가격과 장기적인 공급망 안정성을 따로 계산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 철강업계 스스로 대규모 감산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도 공급과잉의 크기를 보여준다. 중국강철공업협회는 중국바오우, 안스틸그룹, 허베이강철그룹, 서우강그룹 등을 포함한 45개 철강사가 참여하는 생산통제·재고감축 자율규제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시장수요에 맞춰 생산을 조절하고 높은 재고를 줄이며, 원가 이하의 저가판매 경쟁을 억제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중국 내 철강 수요 감소 속도가 생산량 감축보다 빠르고 재고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중국 업체들이 남는 물량을 해외시장으로 판매하려는 압력이 단기간에 사라질지는 불확실하다. 즉 중국에서 감산을 발표했다는 사실만으로 한국시장에 들어오는 저가 철강 문제가 즉시 해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중국 내 부동산과 건설경기 부진으로 내수 흡수력이 떨어질수록 한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으로 수출물량이 이동할 유인은 계속 남을 수 있다.

특수강 봉강에서 중국산이 전체 수입의 약 90%를 차지한다는 수치는 이 문제를 더욱 민감하게 만든다. 수입시장 자체가 한 국가 제품에 지나치게 집중되면 가격경쟁뿐 아니라 공급망 선택지의 폭도 좁아진다. 중국 업체들이 낮은 가격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안 국내 업체가 생산능력을 잃는다면 한국은 단기적으로는 값싼 소재를 확보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공급자에 대한 협상력과 대체능력을 동시에 잃을 수 있다. 특히 자동차·조선·기계처럼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떠받치는 산업에서 사용되는 특수강은 품질인증과 장기 거래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공급선을 잃은 뒤 필요할 때 즉시 복원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의 문제는 단순히 ‘중국 제품이 싸다’는 차원의 가격경쟁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생산기반과 공급망 회복력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느냐의 문제로 확대된다.

반덤핑 조치는 중국산 제품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제도가 아니라 실제 덤핑과 국내 산업 피해 여부를 조사해 무역규칙에 따라 가격 왜곡을 조정하는 무역구제 절차다. 이번 특수강 봉강 사건에서도 무역위원회는 예비 판정을 내린 단계이며, 오는 12월 공청회와 추가 조사를 거쳐 내년 2월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공급자별로는 중국 장수용강에 25.08%, 다예와 진텅에 27.96%, 그 밖의 공급자에 27.33%의 잠정 덤핑방지관세가 건의됐다. 따라서 한국 산업에 필요한 것은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배척하는 접근이 아니라, 실제 수입가격과 국내 판매가격, 생산량, 시장점유율, 국내업체의 영업손익과 설비가동률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덤핑이 시장을 훼손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번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중국 철강산업의 공급과잉이 더 이상 중국 내부의 산업문제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수강 봉강 수입이 약 4년 사이 45만3000톤에서 67만6000톤으로 늘고, 수입품의 90%가 중국산으로 집중된 가운데 후판·열연강판·표면처리강판·H형강까지 여러 품목에서 덤핑방지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가 45개사의 공동 감산과 재고감축을 선언할 정도로 과잉생산 문제가 커졌다면, 한국은 중국 내 감산 발표 자체보다 실제 생산량과 수출가격, 한국 유입물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남는 철강이 저가 수출로 한국시장에 집중될 경우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철강사의 실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동차·조선·기계 등 한국 제조업의 소재 공급망과 생산기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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