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한국 시장 95.6% 장악…모듈 79.2%·풍력 블레이드 55%, 한국 재생에너지 핵심 공급망까지 중국 의존 심화


2026년 10월 6일 6: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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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한국 시장 95.6% 장악…모듈 79.2%·풍력 블레이드 55%, 한국 재생에너지 핵심 공급망까지 중국 의존 심화

한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핵심 기자재 시장을 중국산 제품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통계가 공개됐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실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에 설치된 인버터 가운데 중국산은 3,367.4MW로 전체 3,523.1MW의 95.6%를 차지했다. 태양광 모듈 역시 전체 3,025.8MW 가운데 중국산이 2,397.1MW로 79.2%에 달했다. 인버터는 태양광 패널이 생산한 직류 전기를 실제 전력망에서 사용하는 교류 전기로 변환하는 핵심 장치이며, 모듈은 태양광 발전량을 결정하는 기본 설비다. 발전설비의 핵심 부품 두 종류가 모두 중국산에 집중되면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중국 제조업체에 대한 구조적 의존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전환이 단순히 발전시설을 많이 설치하는 문제를 넘어 핵심 장비의 생산과 유지보수, 교체까지 누가 통제하느냐는 경제안보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 설치 비중은 2021년 34.0%, 2022년 31.1%, 2023년 29.1%였지만 2024년에는 58.4%로 뛰었고, 2025년 69.3%를 거쳐 올해 1~8월 79.2%까지 높아졌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산 모듈이 전체 설치량의 30% 미만이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10개 중 8개를 차지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인버터는 변화가 더욱 극적이다. 중국산 인버터 비중은 2021년 29.8%, 2022년 21.0%, 2023년 62.9%를 기록한 뒤 2024년 17.7%로 낮아졌으나 2025년 78.5%로 급등했고 올해에는 95.6%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단순한 가격경쟁을 넘어 한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을 대체할 선택지가 얼마나 빠르게 줄어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날수록 한국 기업의 기술과 생산기반이 함께 성장해야 산업적 부가가치가 국내에 축적될 수 있지만, 주요 기자재 공급이 중국 업체에 집중되면 설비 투자 확대에 따른 제조업 수익과 생산 경험의 상당 부분이 해외 공급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진다.

발전설비 사업장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국산 의존은 더욱 광범위하다. 올해 1~8월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 1만8,998곳 가운데 중국산 부품을 하나라도 사용한 곳은 1만8,340곳으로 전체의 96.5%에 달했다. 중국산 모듈을 사용한 곳은 1만4,593곳으로 76.8%, 중국산 인버터를 설치한 곳은 1만5,443곳으로 81.3%였다. 다시 말해 새로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시설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중국 공급망과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특정 국가의 제품이 대량으로 사용되는 상황에서 무역분쟁이나 수출 제한, 공장 가동 중단, 국제 물류 차질이 발생하면 새로운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일정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미 운영 중인 발전소다. 인버터는 시간이 지나면 고장이나 성능 저하로 수리와 교체가 필요하고, 일부 장비는 제조사의 부품과 소프트웨어 지원에 의존한다. 초기 구매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특정 공급업체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장기적으로는 유지보수 비용과 장비 교체 선택권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풍력발전에서도 중국산 기자재의 영향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에서 준공된 풍력발전단지 66곳 가운데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곳은 45곳으로 68.2%였다. 특히 발전기의 회전을 만들어내는 핵심 구조물인 블레이드는 43개 단지에서 중국산이 사용돼 전체의 65.2%를 차지했다. 중국산 터빈을 사용한 단지는 14곳으로 21.2%, 타워를 사용한 단지는 12곳으로 18.2%였다. 설치 용량 기준으로도 전체 풍력 공급량 1,691.2MW 가운데 중국산 블레이드가 사용된 설비는 929.6MW로 55.0%에 달했으며, 중국산 터빈은 480.8MW로 28.4%, 중국산 타워는 428.3MW로 25.3%를 기록했다. 태양광 인버터에서 시작된 중국산 공급망 집중 문제가 풍력발전의 핵심 구조물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풍력 블레이드는 대형 장비인 만큼 운송과 설치, 교체 과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단순한 부품 부족을 넘어 발전단지의 장기적인 운영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산 인버터에 대한 의존이 특히 민감한 이유는 해당 장비가 단순한 금속 부품이 아니라 전력의 변환과 제어를 담당하는 전자장치이기 때문이다. 인버터의 소프트웨어와 통신 기능은 발전 상태를 감시하고 장비를 관리하는 과정에 활용될 수 있으며, 원격관리 기능이 탑재된 제품이라면 접근권한과 보안 업데이트, 통신망 분리 여부도 중요한 관리 대상이 된다. 이는 중국산 인버터에서 실제로 보안 침해가 발견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력망에 연결되는 제어장치를 특정 해외 공급망에 집중할 때 검토해야 할 위험의 범위가 일반 부품보다 넓다는 뜻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고위험 국가나 공급업체가 제조한 인버터를 사용하는 사업에 EU 자금 투입을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인버터를 통한 발전량 조작이나 운전 중단, 운영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 등 잠재적인 사이버보안 위험을 관리하려는 목적이다. 한국에서도 인버터가 차지하는 중국산 비중이 95.6%에 달한 만큼 공급망 문제를 단순한 가격이나 수입통계가 아니라 전력계통의 운영 안정성과 사이버보안이라는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자재 시장의 상당 부분을 중국 공급업체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사실이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구조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발전설비의 핵심 장비를 특정 국가에서 대부분 조달한다면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취약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중국산 모듈 비중이 2023년 29.1%에서 올해 79.2%로 높아지고, 인버터 비중이 95.6%에 이른 상황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이 발전시설 설치 실적만으로 평가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값싼 수입 장비는 초기 투자비를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 제조업체가 기술개발과 양산 경험을 확보할 기회를 잃고 해외 공급망에 대한 의존이 장기화되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의 경제적 효과가 한국의 부품 제조와 기술 축적으로도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결국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95.6%, 모듈 79.2%, 풍력 블레이드 설치 용량 55.0%라는 수치는 한국 재생에너지 산업이 직면한 공급망 집중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산 장비를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발전소가 위험하거나 장비의 품질이 낮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핵심 기자재가 한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되면 그 국가의 생산과 수출 환경이 바뀌는 순간 한국의 신규 발전사업과 기존 설비 유지보수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전력 변환과 제어를 담당하는 인버터는 장기적인 소프트웨어 지원과 운영보안까지 고려해야 하는 장비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려면 공급업체의 다양성, 대체 부품 확보 가능성, 장비의 사이버보안, 국내 제조기반의 지속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발전설비가 얼마나 많이 설치됐는가 못지않게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장비와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미래 전력산업의 회복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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