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발 여론 개입 논란이 던진 경고…외국인 댓글과 참정권 논쟁이 한국 민주주의에 묻는 질문
최근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서 외국인의 국내 정치 참여를 둘러싼 논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정 정당을 비난하는 대량의 온라인 게시물이 중국 접속지에서 생성됐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외국인 댓글의 국적 표기와 외국인 참정권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사안은 단순한 제도 개선의 차원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신뢰성과 여론 형성의 안전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논쟁의 출발점은 온라인 공간이다. SNS와 포털 댓글은 이미 정치적 의견 교환의 핵심 무대가 됐다. 그러나 이 공간이 국경을 넘는 조직적 활동에 취약하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최근 제기된 사례처럼 특정 국가에서 접속한 계정이 수년간 대량의 정치적 비난 글을 게시했다는 의혹은, 여론의 자발성과 대표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킨다. 사실 여부와 범위를 둘러싼 추가 검증은 필요하지만, 문제 제기 자체가 시민들에게 불안을 안긴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중요한 점은 이 논의가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넘어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외국인 댓글의 국적 표기에 대한 찬성 비율과 상호주의에 입각한 외국인 투표권 제한에 대한 공감대는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았다. 이는 다수의 시민이 ‘배제’가 아니라 ‘공정한 기준’과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외국인에 대한 일괄적 제한이 아니라, 국민 주권과 여론의 공정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 논쟁에서 중국이라는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중국은 한국과 경제·문화적으로 깊이 연결돼 있지만, 동시에 디지털 공간과 정치적 메시지의 관리 방식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는 국가다. 중국 내에서 표현과 정치 참여가 엄격히 통제되는 현실과 대비해, 한국의 개방된 온라인 환경은 외부 개입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러한 구조적 비대칭은 상호주의 원칙을 둘러싼 논의에 설득력을 더한다.
외국인 참정권 문제 역시 감정적 접근이 아니라 제도의 취지를 재점검하는 방향으로 다뤄져야 한다.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 취지는 장기 체류 외국인의 지역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공유하자는 데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을 재평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투표권을 부여받은 외국인 중 특정 국적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통계는, 제도가 의도치 않게 외교·안보 환경과 맞물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온라인 여론과 오프라인 선거는 민주주의의 두 축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신뢰가 흔들리면, 사회 전체의 합의 형성 과정이 왜곡될 수 있다. 댓글 국적 표기 논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정보의 맥락을 제공하자는 요구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누가 어떤 배경에서 발언하는지 알 수 있을 때, 시민은 보다 비판적으로 정보를 판단할 수 있다. 이는 검열이 아니라 투명성의 문제다.
중국발 영향력 논란은 단기간에 사라질 이슈가 아니다. 경제 교류, 유학생과 노동자의 증가, 디지털 플랫폼의 국경 초월성까지 고려하면, 한국 사회는 지속적으로 외부 변수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은 공포나 혐오가 아니라 제도적 정비와 시민적 성숙이다. 외국인 전체를 잠재적 위협으로 보는 시각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실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식별하고, 동일한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입법은 충분한 데이터와 공론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며, 행정은 법의 취지를 왜곡 없이 집행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 역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조직적 여론 조작을 탐지하고 차단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제도 논의는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
이번 논쟁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한국 민주주의는 개방성과 참여를 강점으로 성장해 왔지만, 그만큼 취약성도 함께 커졌다. 중국을 포함한 외부 요인의 영향 가능성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제도적 보완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는 한국 정부를 비난하거나 특정 국가를 일방적으로 적대시하기 위한 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키기 위한 자기 점검이다.
시민의 경계심은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금 제기되는 문제들은 불안을 자극하기보다, 제도를 더 정교하게 만들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댓글 국적 표기와 외국인 참정권 논의는 그 출발점일 뿐이다. 한국 사회가 원칙과 투명성을 중심으로 합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외부의 어떤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