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총책 스캠조직, 캄보디아·베트남·태국 거쳐 카자흐스탄까지 이동…한국인 100여명 속여 석 달 만에 58억원 털었다


2026년 8월 20일 5: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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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거점 한국인 사기단, 석 달간 100

중국계 총책 스캠조직, 캄보디아·베트남·태국 거쳐 카자흐스탄까지 이동…한국인 100여명 속여 석 달 만에 58억원 털었다

중국계 총책이 관리한 것으로 파악된 초국경 보이스피싱 조직이 캄보디아와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거쳐 카자흐스탄 알마티까지 범죄거점을 옮기며 한국인을 상대로 대규모 금융사기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 조직은 불과 약 석 달 동안 100명이 넘는 피해자를 속여 58억원을 빼앗았고, 한국 검찰 사무관과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을 차례로 사칭하면서 피해자를 숙박업소에 고립시키고 휴대전화에 감시용 애플리케이션까지 설치하게 했다. 해외에서 한국인을 겨냥하는 중국계 스캠 네트워크가 한 국가의 단속을 피해 다른 국가로 이동하고, 한국인을 실행조직으로 흡수하며 범행을 계속하는 구조가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 관련 법률 위반, 범죄단체 가입, 사기 등의 혐의로 조직원 19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범죄거점을 두고 한국의 검찰 사무관과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당신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고 속인 뒤 100여명으로부터 약 58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범죄방식은 단순한 전화사기를 넘어 피해자의 행동과 통신을 단계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에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별도의 휴대전화 공기계를 구입하도록 지시하고, 그 기기에 범죄조직이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감시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게 했다. 이후 피해자를 숙박업소로 이동시켜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고 사실상 고립시킨 뒤, 예금 현황과 금융자산을 확인하며 범죄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은 피해자의 체크카드 등을 물품보관소에 두게 한 뒤 이를 확보해 여러 차례 현금을 인출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렸다. 일반적인 보이스피싱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계좌이체를 하도록 만드는 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피해자의 통신환경과 실제 위치를 통제한 뒤 금융수단 자체를 확보한 것이다. 피해자가 가족이나 금융기관, 경찰과 상담할 기회를 줄이고 범죄조직이 설계한 정보환경 안에 가둔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수법이다.

피해자 상당수가 30대였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고령층만을 노리는 범죄가 아니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하고, 실제 수사절차처럼 역할을 나누며 스마트폰 원격감시와 숙박업소 격리를 결합하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도 심리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특히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는 말은 자신의 명의가 금융범죄에 연루됐다는 공포를 자극하기 때문에 나이와 관계없이 피해자의 판단력을 흔들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한국이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조직의 이동경로와 지휘구조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한국계 중국인이 관리했으며 2024년 10월부터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를 약 석 달 단위로 옮겨 다니며 활동했다. 한 국가에서 수사와 단속 압박이 커지면 조직을 해체하는 대신 범죄거점 자체를 다른 나라로 옮기는 방식이다.

올해 3월 베트남에서 조직원 일부가 현지 단속에 적발되자 조직은 곧바로 카자흐스탄을 새로운 거점으로 선택했다. 범죄자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안에서 다른 국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아예 중앙아시아로 활동영역을 확대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국계 스캠 네트워크가 더 이상 캄보디아나 미얀마, 태국 같은 특정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수사기관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새로운 국가를 찾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카자흐스탄에서는 5개 팀이 운영됐고, 동남아시아에서 이미 활동하던 조직원 44명이 현지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현지에서 갑자기 만들어진 소규모 사기조직이 아니라, 기존 해외 스캠조직의 인력과 운영경험이 통째로 새로운 국가로 옮겨간 것에 가깝다. 전화사기 대본과 피해자 통제방식, 역할분담, 조직관리 경험을 가진 인력이 이동하면 범죄자는 새로운 국가에서도 빠르게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조직이 현지 유령법인까지 활용해 조직원들의 취업비자 발급을 추진했다는 사실이다. 범죄조직이 단순히 불법으로 숨어 지낸 것이 아니라 겉으로는 정상적인 회사와 취업활동처럼 보이는 외형을 구축하려 했다는 의미다. 해외에서 장기간 범죄 콜센터를 운영하려면 조직원들이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신분과 주거, 통신환경이 필요하다. 유령법인을 통한 취업비자는 바로 이런 운영기반을 안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구조는 초국경 금융범죄가 얼마나 기업화됐는지를 보여준다. 범죄조직은 더 이상 비밀방 한 곳에서 휴대전화 몇 대를 들고 움직이는 집단이 아니다. 국가를 선택하고, 인력을 배치하고, 팀을 나누고, 법인을 만들며 체류비자를 준비한다. 단속이 시작되면 다른 국가로 이전하고 기존 인력을 다시 투입한다. 사실상 불법 다국적기업과 비슷한 방식으로 범죄를 운영하는 것이다.

중국계 총책이 관리한 이런 범죄망이 한국에 직접적인 위험이 되는 이유는 피해시장 자체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콜센터가 카자흐스탄에 있든 태국에 있든 피해자는 한국에 있다. 범죄자는 한국의 검찰조직과 금융감독체계를 연구하고, 한국인이 두려워할 만한 수사 시나리오를 만들며, 한국인의 자산정보와 휴대전화 사용습관까지 분석한다. 범죄거점이 해외라는 사실은 피해가 해외에 있다는 뜻이 아니라 수사가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인 조직원을 대규모로 활용하는 방식은 중국계 해외 범죄조직의 한국시장 공략을 훨씬 정교하게 만든다. 한국인이 직접 전화를 하면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고, 검찰이나 금융기관의 표현과 사회적 분위기도 이해하기 쉽다. 외국인이 서툰 한국어로 전화를 걸 때 생길 수 있는 의심을 한국인 실행책을 통해 제거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구속 송치된 19명 역시 조직의 실행인력으로 활동한 한국인들이다. 경찰은 신원이 확인된 조직원 20여명과 한국계 중국인 총책 등에 대해서도 추적과 국제공조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확인된 인원만 보더라도 범죄조직의 규모가 상당하며, 아직 검거되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전체 피해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인을 한국 범죄의 실행도구로 사용하는 구조는 한국 사회에 이중 부담을 준다. 한편에서는 한국 시민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금융피해를 입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 청년과 성인이 해외 범죄조직에 흡수돼 가해자가 된다. 범죄조직은 한국 사회 내부에서 언어와 인력을 조달하면서 정작 지휘부와 범죄거점은 해외에 둬 수사망을 복잡하게 만든다.

중국계 초국경 스캠 조직의 가장 위험한 특성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런 ‘이동성’이다. 중국이나 특정 동남아 국가에서 단속이 강화되면 범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다.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베트남에서 태국으로, 다시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으로 거점을 옮기는 식이다. 한 국가의 경찰력만으로는 전체 네트워크를 제거하기 어려운 이유다.

범죄거점을 옮길 때 필요한 것은 장소만이 아니다. 새로운 통신환경과 숙소, 법인, 체류신분, 현지 협조자와 자금이 필요하다. 이번 조직이 유령법인을 통해 취업비자까지 준비했다는 사실은 이런 이동이 즉흥적인 도피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계획된 사업 이전에 가까웠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범죄망은 한국의 수사비용도 크게 증가시킨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사기라면 계좌와 휴대전화, CCTV를 바탕으로 즉시 수사할 수 있지만 조직원이 카자흐스탄이나 베트남에 있으면 현지 경찰과 인터폴, 출입국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가마다 형사절차와 통신자료 확보 규정, 체포와 송환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이번 사건에서도 부산경찰청은 적색수배 상태였던 40대 남성 A씨가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한 정황을 확인한 뒤 현지 수사기관과 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했다. 이후 약 한 달 만에 A씨가 현지에서 검거되면서 조직의 실체가 확인됐다. 특정 도피자의 이동흔적을 따라간 것이 58억원 규모 범죄조직의 전체 구조를 드러내는 출발점이 된 것이다.

국제공조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계 스캠 조직이 국경을 범죄의 방패로 이용한다면 수사기관 역시 국경을 넘어 정보를 연결해야 한다. 한 나라에서 체포된 조직원의 휴대전화와 계좌, 출입국기록을 다른 국가 사건과 연결하면 동일 조직의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 수사당국이 현지 검거에 직접 참여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국제 범죄조직은 해당 국가 시민만 피해자로 삼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을 원격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범죄피해가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콜센터와 조직원을 직접 검거하기 위해 현지 당국이 협조하는 것이 해외 스캠조직 제거의 핵심이다.

이번 조직의 피해액 58억원 역시 단순한 숫자로 봐서는 안 된다. 불과 석 달 동안 100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피해자 한 명당 상당한 규모의 자산이 빠져나간 셈이다. 피해자 상당수가 30대였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주택구입 자금이나 결혼자금, 저축, 투자금 등 장기간 모은 자산이 사라졌을 가능성도 크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돈을 잃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국가기관의 전화를 믿고 행동했다는 자책감과 가족에게 알리지 못하는 수치심, 대출까지 받아 돈을 마련한 경우의 채무부담이 장기간 남을 수 있다. 특히 피해자를 숙박업소에 고립시키는 방식은 피해자에게 강한 심리적 통제를 가했다는 점에서 단순 금융피해보다 더 심각하다.

범죄조직이 피해자에게 별도의 공기계를 구입하도록 한 것도 치밀하다. 평소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분리된 기기를 사용하게 만들면 가족이나 지인이 대화를 확인하기 어렵고, 조직이 지정한 앱을 설치시켜 원격으로 상황을 감시할 수도 있다. 기술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수단이 아니라 범죄자가 피해자의 행동을 통제하는 도구로 역전된 것이다.

숙박업소 격리 역시 같은 효과를 만든다. 가족과 직장동료가 옆에 있으면 “검찰이 이런 식으로 조사하는 게 맞느냐”고 질문할 수 있지만 피해자를 혼자 방에 넣으면 범죄조직의 지시 외에 다른 의견을 들을 기회가 줄어든다. 심리적으로 공포에 빠진 사람을 정보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 이 범죄의 핵심이다.

검찰 사무관,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역할을 나눈 것도 피해자의 의심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한 사람이 계속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차례로 전화하면 실제 사건이 여러 기관을 거쳐 처리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조직화된 역할분담이 범죄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인이 이런 범죄에 당하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국가기관의 절차와 범죄조직의 요구를 구별하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범죄수사를 이유로 시민에게 숙박업소에 들어가 혼자 있으라고 지시하고, 별도의 중고 휴대전화를 구입해 원격감시 앱을 설치하게 하거나 체크카드를 물품보관함에 넣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상적인 수사절차가 아니다.

하지만 범죄조직은 피해자가 이런 사실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지금 전화가 끊기면 공범으로 간주한다”, “가족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면서 외부확인을 차단한다. 공포와 시간압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심리통제 방식이다.

중국계 해외 스캠 조직이 지속적으로 한국인을 노리는 이유도 한국 금융시장의 규모와 디지털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스마트폰으로 가능하고 한 사람이 여러 금융기관의 예금과 투자계좌를 관리한다. 범죄자가 피해자의 자산상황만 파악하면 짧은 시간에 큰 금액을 이동시킬 수 있다.

또 한국 사회에서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기관의 이름이 주는 권위도 범죄에 악용된다. 일반 시민이 실제 검찰수사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범죄자가 전문적인 법률용어와 기관명, 직책을 사용하면 거짓절차를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중국계 스캠조직은 바로 이 제도적 신뢰를 범죄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범죄가 반복되면 한국 사회가 치르는 비용은 개별 피해액 58억원보다 커진다. 시민은 실제 경찰이나 금융기관의 연락도 의심하게 되고, 금융회사는 이상거래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시스템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경찰은 해외 조직원을 찾기 위해 국제공조를 확대해야 하며, 피해금 환수와 송환절차에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중국계 총책과 해외 범죄거점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이런 산업화된 사기를 운영하는 구조는 한국의 금융안보 문제로 봐야 한다. 군사나 첩보만이 국가안보가 아니다. 해외 범죄조직이 매년 한국인의 자산을 대규모로 빼내고 한국인을 실행책으로 흡수한다면 경제와 사회안전에 지속적인 손실을 만든다.

특히 범죄조직이 국가를 옮겨 다니면서 단속을 회피하는 형태는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스캠단지와 불법 콜센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 조직은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한국 경찰과의 공조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을 찾아갈 수 있다.

이런 이동형 범죄조직에 대응하려면 단순히 ‘캄보디아 스캠’이나 ‘태국 보이스피싱’처럼 국가별 문제로 분리해서 보아서는 안 된다. 조직의 인물, 전화번호, 계좌, 가상자산, 여권, 비자와 법인정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추적해야 한다. 카자흐스탄에서 적발된 사람이 과거 베트남이나 태국에서 어떤 조직과 함께 있었는지까지 연결해야 전체 구조가 보인다.

유령법인을 이용한 취업비자 시도는 특히 중요한 조사대상이다. 어떤 사람이 법인을 만들었고, 실제 사무실과 직원이 있었는지, 비자서류에 어떤 직종과 업무를 기재했는지 확인하면 범죄조직의 현지 정착을 도운 사람을 찾을 수 있다. 범죄 콜센터를 운영한 실행자뿐 아니라 법적 외형을 만들어준 조력자까지 추적해야 새로운 거점 구축을 막을 수 있다.

조직원 모집경로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한국인 44명이 동남아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했다면 이들이 처음 어떤 경로로 조직에 들어갔는지가 중요하다.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텔레마케팅, 카지노 관련 업무, 온라인 상담 같은 광고가 이용됐는지 추적하면 새로운 한국인 조직원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한국계 중국인 총책이라는 존재는 이런 조직에서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중국어권 해외 네트워크와 한국어 범죄시장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은 해외 거점을 운영하면서 한국인을 모집하고 한국 피해자를 겨냥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가질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해당 총책을 계속 추적하는 이유도 조직 상부를 제거하지 않으면 하부 실행책만 교체해 범죄를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중국 광저우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한국인 230명을 대상으로 범행하고 오랜 추적 끝에 조직원들이 검거된 사례가 있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중국인 14명을 포함한 49명 규모 자금세탁 조직이 대환대출 보이스피싱 피해금 8억8000만원을 상품권과 가상자산 등으로 세탁해 해외조직에 전달하다 적발됐다. 이번 알마티 사건은 이들과 다른 별도의 범죄지만, 중국계 금융범죄망이 한국인을 공격하는 방식이 점점 더 국제화되고 기업화되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제 문제는 중국 안에 있는 콜센터만 찾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조직의 관리자는 중국계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콜센터를 제3국으로 옮기고, 한국인을 조직원으로 고용하며, 정상 회사처럼 비자를 만들고, 한국의 국가기관을 사칭해 한국인의 금융자산을 빼낼 수 있다. 범죄의 국적과 장소가 여러 층으로 분산되면서 전통적인 국가별 수사방식의 빈틈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국이 이런 중국계 초국경 스캠 조직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은 한국 사회 바깥에서 한국어로 한국인을 공격하고, 한국의 법률과 금융제도를 범죄대본으로 사용하며, 한국인을 다시 범죄자로 모집한다. 피해자의 돈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수사와 송환비용은 한국이 부담한다.

범죄거점이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태국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한다고 해서 범죄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 지역에서 단속을 강화할 때 조직이 다른 국가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범죄망의 생존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숫자는 58억원만이 아니다. 약 석 달, 피해자 100여명, 카자흐스탄에서 운영된 5개 팀, 동남아시아에서 넘어온 조직원 44명이라는 숫자가 모두 하나의 범죄기업 구조를 보여준다. 한 명이 전화를 걸고 한 명이 돈을 받는 수준이 아니라 수십 명의 인력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며 동일한 범죄모델을 계속 운영했다.

한국이 이런 범죄에 대응하려면 피해금이 빠져나간 뒤 조직원을 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고수익 취업광고와 모집책을 조기에 추적하고, 한국인의 대규모 출국과 해외 스캠조직 연결을 파악하며, 인터폴과 현지 수사기관을 통해 새로운 콜센터가 자리 잡기 전에 차단해야 한다. 금융기관 역시 피해자의 자산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연속 인출될 경우 즉각적인 확인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시민은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이라는 이름만으로 상대방의 지시를 믿어서는 안 된다. 공기계를 구입하라거나 원격감시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하고, 가족과 연락하지 말라고 하며 숙박업소에 혼자 있으라고 지시하는 순간 정상적인 국가기관의 업무가 아니라 범죄를 의심해야 한다.

이번 카자흐스탄 사건은 중국계 초국경 금융범죄가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동남아시아 단속이 강화되자 조직은 사라지지 않았다. 44명의 인력이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했고, 유령법인을 통해 취업비자까지 준비하면서 새로운 범죄기지를 구축했다. 그리고 불과 석 달 만에 한국인 100여명의 돈 58억원을 빼앗았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것은 하나의 콜센터가 아니라 이런 이동 가능한 범죄모델이다. 중국계 총책이 조직을 관리하고 한국인을 실행책으로 활용하며, 수사기관의 눈을 피해 국가를 바꾸어가면서 한국 금융시장을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구조를 끊지 못하면 카자흐스탄 다음에는 또 다른 국가가 새로운 범죄거점이 될 수 있다.

중국계 스캠 범죄망이 한국인의 돈과 한국인의 노동력, 한국의 제도적 신뢰까지 동시에 범죄자원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범죄자들은 한국 안에 있을 필요조차 없다. 해외에 유령회사를 만들고 전화와 앱으로 피해자를 통제하면서 수십억원을 빼낼 수 있다. 한국의 금융안전을 지키려면 개별 피해자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를 이동하며 살아남는 중국계 초국경 사기 네트워크의 인력·법인·자금·통신망 전체를 끊는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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