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거래소 빅원, 한국 금융당국 신고 없이 한국어·원화 서비스…‘중국 코인 큰손’이 키운 플랫폼이 한국 투자자 보호망 밖에서 영업했다


2026년 9월 3일 7: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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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코인 큰손'이 키운 거래소 빅원, 한국서 미신고 영업하다 덜미

중국계 거래소 빅원, 한국 금융당국 신고 없이 한국어·원화 서비스…‘중국 코인 큰손’이 키운 플랫폼이 한국 투자자 보호망 밖에서 영업했다

중국 가상자산 업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리샤오라이가 설립한 투자사 인블록체인(INBlockchain)이 육성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빅원(BigONE)이 한국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지 않은 채 한국어 서비스와 원화(KRW) 환산 시세를 제공하며 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영업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가 소속된 디지털자산 공동협의체(DAXA)는 최근 국내에서 영업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4곳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빅원과 코인마이(CoinMy) 등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상자산사업을 영위하려는 사업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하고, 해외 사업자도 한국어 홈페이지와 원화 기준 시세, 국내 이용자를 겨냥한 마케팅 등을 통해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한다면 신고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빅원이 2020년부터 한국시장 진출 계획을 공개적으로 알렸음에도 정식 한국 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신고 없이 한국어 서비스와 국내 홍보를 이어왔다는 점이다. 해외에 법인을 둔 중국계 가상자산 플랫폼이 한국 투자자에게 접근하면서도 한국의 정식 감독체계 밖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경계해야 할 명확한 투자자 보호 공백이다.

빅원의 배경도 이번 사건을 단순한 소규모 해외 거래소 문제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빅원은 법인을 세이셸에 두고 있지만 중국 가상자산 업계와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이 거래소를 육성한 것으로 알려진 인블록체인은 중국 가상자산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투자자로 알려진 리샤오라이가 설립한 투자사다. 빅원은 2020년 한국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며, 최근까지도 한국 이용자를 겨냥한 홍보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11일에는 설립 9주년을 맞아 코인마켓캡 기준 거래소 순위 39위에 올랐다는 내용의 한국어 보도자료까지 국내에 배포했고, 현재도 홈페이지에서 한국어와 원화 환산 시세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한국에 법인이나 지사를 정식으로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언어와 가격표시, 홍보자료를 한국시장에 맞춰 현지화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 이어진 것이다. 해외 사업자가 인터넷만으로 국경을 넘어 한국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을 이용하면 물리적인 국내 영업점이 없어도 상당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중국계 자본과 해외 법인, 한국어 마케팅이 결합하면 한국 투자자는 겉으로는 익숙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실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느 국가의 법과 감독기관이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지 불분명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장 큰 위험은 단순히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행정절차 문제가 아니라 한국 투자자 보호제도의 적용 범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국내 신고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 자산 보호와 자금세탁방지 등 여러 의무를 적용받지만, 신고하지 않은 해외 플랫폼은 이러한 국내 규율을 동일한 수준으로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거래소가 돌연 출금을 제한하거나 해킹을 당하거나 파산해 고객 자산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이용자가 한국에서 피해구제를 받는 과정은 훨씬 복잡해진다. 거래내역이나 고객정보가 해외 법인과 서버를 통해 관리된다면 개인정보 유출과 자금세탁 위험을 추적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가상자산은 은행예금처럼 동일한 보호장치가 존재하는 상품이 아니며, 한번 자금이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 법적 관할권과 실제 자산 보관 위치까지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어 화면과 원화 표시가 제공된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거래소와 비슷한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겉으로는 한국 이용자에게 친숙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실제 사업자는 해외 규제환경에 숨어 있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빅원과 함께 적발된 코인마이 사례도 이런 해외 플랫폼의 한국시장 접근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인마이는 2024년 출범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기반 거래소로, 무기한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를 주로 제공하며 올해 3월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한국어와 원화 환산 시세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해외 거래소가 한국 법인 없이도 한국어 인터페이스와 원화 표시만으로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면, 한국 투자자는 정식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거래소를 선택하기 쉬워진다. 특히 고수익을 강조하는 파생상품이나 레버리지 거래는 손실위험 자체가 큰 데다 미신고 플랫폼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손실과 플랫폼 리스크가 동시에 겹칠 수 있다. 국내 거래소와 미신고 해외 사업자 사이의 가상자산 이전이 이미 제한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한 경고다. 업비트를 비롯한 국내 거래소들은 빅원과 코인마이 등을 가상자산 이전이 제한되는 미신고 사업자 명단에 포함하고 있어, 이용자가 해당 해외 거래소에 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국내 플랫폼으로 직접 이동하려 할 경우 예상하지 못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중국계 가상자산 자본이 한국시장에 접근할 때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은 온라인 플랫폼의 국경 없는 확장성과 규제차익이다. 중국과 연결된 기업이나 투자자가 반드시 불법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중국 가상자산 업계에서 성장한 플랫폼이 세이셸 같은 해외 관할권에 법인을 두고 한국어 마케팅을 통해 한국 투자자를 끌어들이면서 정식 신고는 하지 않는다면 규제체계와 실제 영업시장 사이에 명백한 불균형이 생긴다. 회사는 해외 법인을 통해 운영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한국시장에서는 이용자와 거래량을 얻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국 투자자는 국내 제도의 보호를 충분히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 한국 가상자산 시장 전체의 자금세탁방지 체계와 고객확인 절차도 약해질 수 있다. 신고된 국내 거래소가 엄격한 규제를 따르는 동안 미신고 해외 거래소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한국 이용자를 모집한다면 정상적으로 규제를 준수하는 사업자와의 형평성까지 무너진다. 결국 규제 회피가 경쟁력으로 작동하는 시장은 투자자에게도, 산업 전체에도 건강하지 않다.

또 하나의 위험은 미신고 해외 거래소가 문제가 된 뒤 한국 내 접속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조치로 홈페이지나 앱 접근이 제한되면 해당 플랫폼에 자산을 보유한 이용자는 갑자기 거래와 출금 과정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이미 국내 거래소와의 직접적인 가상자산 이전이 제한된 상태라면 자산을 회수하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과정도 복잡해질 수 있다. 특히 해외 거래소가 출금조건을 변경하거나 추가 인증을 요구할 경우 국내 이용자는 외국 법인과 직접 분쟁을 해결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거래소가 한국어를 지원하느냐, 원화 시세가 표시되느냐, 글로벌 순위가 몇 위냐가 아니라 국내에서 합법적인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돼 있고 실제로 어떤 이용자 보호체계를 적용받는지다. 빅원이 코인마켓캡 순위와 설립 9주년을 강조하는 한국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해서 한국의 감독체계 안에 들어왔다는 의미는 아니다. 브랜드 인지도와 법적 보호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번 빅원 사건이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중국 가상자산 업계의 유명 투자자가 세운 투자사와 연결된 거래소가 세이셸에 법인을 두고, 한국 법인이나 지사를 설치하지 않은 채 한국어 서비스와 원화 환산 시세, 한국어 홍보자료를 통해 한국 이용자를 겨냥해왔으며, 결국 미신고 해외 사업자로 지목돼 경찰 수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위험을 떠안는 것은 플랫폼이 아니라 이용자다. 해외 사업자는 한국시장에서 이용자를 확보한 뒤 필요하면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다른 관할권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자산이 묶이거나 해킹·파산·출금제한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는 자신의 돈을 되찾기 위해 국경을 넘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중국계 자본과 해외 법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 플랫폼이 한국어 서비스만으로 국내 투자자에게 접근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한국 금융시장에 새로운 규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한국 가상자산 이용자와 업계가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히 ‘중국계 거래소’라는 이름 자체가 아니라, 중국계 자본이 해외 법인과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해 한국의 정식 신고와 투자자 보호체계 바깥에서 국내 시장에 접근하는 구조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높은 변동성만이 아니라 돈을 맡긴 플랫폼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물을 곳조차 불분명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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