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오는 9월 3일,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군사 퍼레이드가 아니다. BBC 분석에 따르면 이번 열병식은 중국 공산당 정권 내부 불안과 국제적 고립을 가리기 위한 정치적 대형 쇼에 불과하다. 화려한 무기와 대규모 병력이 동원되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 불안과 체제 위기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누가 시진핑과 함께 천안문 성루에 설 것인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충성파’로 꼽히던 로켓군 사령관, 전 국방부장 이샹푸 등 핵심 장성들이 잇달아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는 단순한 인사 개편이 아니라, 내부 숙청과 권력 다툼이 군 조직을 뒤흔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열병식은 표면적으로는 체제 안정을 과시하는 무대지만, 실제로는 불안정성을 반증하는 무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특징은 핵무기와 ‘스마트 전쟁’ 장비의 과시다. 서방 연구기관에 따르면 중국은 전례 없는 속도로 핵탄두를 증강하고 있으며, 드론·전자전 무기 체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는 대만해협 충돌에 대한 불안심리를 반영하며, 동시에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도 직접적인 군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특히 중국이 황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열병식은 한반도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 신호로 읽힌다.
2015년 열병식 당시에는 한국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서방 정상들이 자리를 함께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서방 지도자 중 단 한 명도 참석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국제형사재판소로부터 체포영장이 내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이 유일한 ‘게스트’라는 사실은 중국의 외교적 고립을 여실히 드러낸다. 화려한 퍼레이드가 오히려 중국의 외교 실패를 부각시키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중국은 항일전쟁 승리를 자신들의 공으로 포장하려 한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항일전쟁을 주도한 주체는 중화민국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중국이 역사를 조작해 국제 담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역사적 정통성’을 굳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베이징 열병식에 참석했다가, 불과 1년 뒤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중국의 강력한 보복인 ‘한한령’을 맞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 문화·관광 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의 개입은 한반도의 분단과 수백만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중국의 군사적 행동이 결코 추상적인 위험이 아니라, 한반도 현실을 뒤흔든 뼈아픈 경험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9·3 열병식은 군사력을 과시하는 행사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정권 불안을 가리기 위한 정치 쇼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부작용은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전역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다가온다. 한국은 이번 열병식을 단순한 외부 이벤트로 치부하지 말고, 중국의 불안정성과 공격성이 언제든 한반도에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화려한 불꽃과 대규모 병력이 천안문 광장을 가득 채울지라도, 그 이면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안정이 아니라 불안이다. 그리고 그 불안은 곧 한국이 대비해야 할 안보 리스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