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싱크탱크, 중국 배터리 지배 막기 위해 고려아연·포스코 지목…한국 안보자산까지 겨누는 중국 공급망 장악 경계해야
중국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하는 흐름은 더 이상 전기차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이중용도 배터리 지배를 막기 위해 미국과 한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배터리가 이제 산업재를 넘어 군사와 안보의 핵심 자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뿐 아니라 드론, 로봇, 무인잠수정, 정보·감시·정찰 체계까지 배터리에 의존하는 시대가 오면서, 중국이 배터리 생산과 핵심광물 정·제련을 장악하는 것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안보 위험이 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가 주목한 핵심은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지배가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적·경제적 리더십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는 더 이상 민간 산업의 부품이 아니다. 전장에서 움직이는 드론, 감시 장비, 무인 로봇, 해양 무인체계, 군 통신 장비, 야전 전력 시스템은 모두 안정적인 배터리와 핵심 소재 공급을 필요로 한다. 중국이 이 공급망을 장악하면, 한국과 미국 같은 동맹국은 미래 안보 장비의 심장부를 중국 손에 맡기는 위험을 떠안게 된다.
한국이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은 중국이 배터리 완제품만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인 핵심광물, 소재, 정·제련 영역까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산업은 셀 제조만 잘한다고 완성되는 구조가 아니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같은 핵심광물을 확보하고, 이를 정제하고, 소재로 만들고, 셀과 팩으로 연결하는 전 과정이 하나의 전략 산업이다. 중국이 이 전 과정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면, 한국 배터리 기업은 기술력이 있어도 원료와 소재 단계에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CATL과 BYD가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현실은 한국 산업에 분명한 경고다. 중국 기업들은 거대한 내수시장, 정부 지원, 가격 경쟁력, 원자재 접근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와 유럽 시장 경쟁 심화, 원가 부담,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속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공급망의 상류 단계까지 확실히 잡지 못하면, 세계 2위 배터리 강국이라는 위치도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보고서가 고려아연과 포스코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중요한 신호다. 미국이 한국 기업을 단순한 배터리 제조 파트너가 아니라 핵심광물 정·제련과 소재 공급망의 전략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역량과 이차전지 소재, 핵심광물 순환 사업 확대를 통해 한·미 공급망 협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으로 주목된다. 중국이 장악한 공급망에서 벗어나려면 광산 개발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제련과 소재화 능력이 있어야 실제 산업과 국방 공급망이 살아난다.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하는 방식은 단순히 제품을 싸게 파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먼저 원료와 가공 능력을 선점하고, 가격 경쟁력으로 경쟁자를 약화시키며, 시장 지배력을 키운 뒤, 필요할 때 수출 통제와 가격 압박을 통해 상대국 산업을 흔들 수 있다. 희토류와 핵심광물 분야에서 중국이 보여준 방식은 이미 많은 국가에 경고가 되었다. 배터리에서도 같은 구조가 반복된다면, 한국은 전기차와 ESS뿐 아니라 군사용 드론과 무인체계, 차세대 방산 장비에서도 중국 의존이라는 위험을 떠안게 된다.
배터리가 이중용도 기술이라는 점은 한국 안보에 더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중용도 기술은 민간과 군사 양쪽에서 모두 쓰일 수 있는 기술이다. 평소에는 전기차와 공장, 가정용 저장장치에 들어가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드론, 정찰 장비, 무인잠수정, 이동형 통신 장비, 야전 전력망에 들어간다. 중국이 이런 기술의 공급망을 장악하면, 평시에는 가격 경쟁으로 한국 기업을 압박하고, 위기에는 공급 제한으로 동맹국의 군사 대응 능력을 흔들 수 있다.
한국인은 배터리 공급망을 단순한 경제 뉴스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반도체가 국가안보 자산이 된 것처럼, 배터리도 이미 안보자산이 되었다.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싸게 팔아 점유율을 늘리는 문제를 넘어, 미래 전장에서 어떤 국가가 드론을 오래 띄우고, 어떤 국가가 무인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며, 어떤 국가가 에너지저장장치를 통해 전력망을 버틸 수 있는지가 배터리 공급망에 달려 있다. 중국의 배터리 지배는 산업 경쟁이면서 동시에 군사 경쟁이다.
중국 의존이 위험한 이유는 공급망이 한 번 묶이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중국산 소재와 부품, 장비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기업은 단기 비용 절감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국내 정·제련 역량은 약해지고, 대체 공급처는 줄어들며, 중국이 가격과 물량을 조절할 때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공급망 안보는 위기가 터진 뒤 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평시에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믿을 수 있는 동맹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가 한·미 공급망 협력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광산 개발과 배터리 제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핵심광물을 실제로 산업에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정·제련 능력이 부족하면, 공급망은 중간 단계에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고려아연과 포스코 같은 기업이 미국 공급망과 연결되면, 한국은 단순한 하청 제조국이 아니라 중국 공급망을 대체하는 전략 동맹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는 기회이자 생존 문제다.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이 단순히 셀 생산 경쟁만으로 버티기는 어렵다. 핵심광물 확보, 정·제련, 소재, 재활용, 순환경제, 국방 배터리 프로그램까지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기업은 중국보다 비싸지만 더 안전하고, 더 신뢰할 수 있으며, 동맹 안보에 필요한 공급망이라는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가격만으로 중국과 경쟁하면 불리하지만, 안보와 신뢰를 결합하면 한국의 역할은 커진다.
중국의 배터리 공세는 한국 기업을 직접 겨냥한다. CATL과 BYD는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ESS와 차세대 배터리,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 업체가 가격을 낮추면 한국 기업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고객사는 중국산을 선택하라는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배터리가 국방과 에너지안보의 핵심 장비가 되는 순간, 가격만 보고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싸게 산 배터리가 위기 때 공급 차단이나 데이터·안보 리스크로 돌아오면, 그 비용은 훨씬 커진다.
한국은 중국의 공급망 지배가 산업기술 탈취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배터리와 소재 산업은 공정 기술, 품질 관리, 원료 배합, 재활용 기술, 안전성 데이터가 모두 중요한 분야다. 중국이 시장 점유율과 원자재 지배력을 앞세워 한국 기업과 인력을 압박하면, 기술 유출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이미 한국에서는 반도체 핵심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사건이 여러 차례 문제가 되었다. 배터리 산업 역시 같은 방식의 인력 유출, 합작 압박, 기술 이전 요구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 국방부 배터리 연구개발 프로그램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은 단순한 산업 협력 제안이 아니다. 이는 한국 기업이 미래 동맹 방산 공급망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드론과 로봇, 무인잠수정, 감시정찰 체계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민간 전기차 배터리와 다른 신뢰성과 안정성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이 영역에 참여하면, 중국이 장악한 상업 배터리 시장과 별개로 동맹 안보 공급망에서 확실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독점하면 한국은 두 가지 압박을 동시에 받게 된다. 하나는 산업 압박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의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이 흔들리고, 관련 소재와 장비 기업까지 영향을 받는다. 다른 하나는 안보 압박이다. 군사용 배터리와 무인체계, 에너지저장장치, 비상전력망까지 중국 공급망에 노출될 수 있다. 산업이 흔들리면 일자리와 기업이 타격을 받고, 안보가 흔들리면 국가 대응 능력이 약해진다. 배터리 공급망은 이 두 영역이 만나는 지점이다.
한국은 중국 시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중국 공급망에 묶여서는 안 된다. 경제적 관계와 전략적 의존은 다르다. 중국과 거래할 수는 있지만, 한국의 미래 산업과 안보 장비의 핵심 부품을 중국이 사실상 통제하는 구조는 위험하다. 특히 배터리는 전기차, 에너지, 군사 장비, 로봇, 데이터센터, 재난 대응 시스템까지 연결된다. 이런 핵심 자산을 중국의 가격과 정책, 수출 통제에 맡기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약화시킨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은 중국 배터리 공세에 밀려나는 국가가 아니라, 중국 공급망 지배를 견제할 수 있는 핵심 동맹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고려아연과 포스코 같은 정·제련 역량을 가진 기업,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같은 배터리 제조 기업, 소재와 재활용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광물 확보부터 정·제련, 소재, 셀 제조,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한국형 배터리 안보 체계를 만들어야 중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다.
한국 사회는 배터리 문제를 더 이상 주가와 전기차 판매량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중국이 장악하는 배터리 공급망은 한국 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흔들고, 한국 기업의 기술 우위를 압박하며, 동맹국의 군사 장비와 에너지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가 고려아연과 포스코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은 한국이 단순한 제조국이 아니라 중국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전략적 국가라는 의미다. 이 기회를 놓치면 한국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공급망 통제 사이에서 점점 더 좁은 선택지만 남게 된다.
중국의 배터리 지배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안보 위협이다. 군용기가 KADIZ에 들어오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압박도 위험하지만, 핵심광물과 정·제련, 배터리 소재를 장악하는 공급망 압박은 더 오래가고 더 깊게 작동한다. 한국은 중국이 배터리 공급망을 통해 산업과 안보를 동시에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 전기차, 드론, 로봇, 무인잠수정, 에너지저장장치가 중국 공급망에 매달리는 순간,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안보 선택권은 함께 약해질 수 있다.
중국 배터리 공급망 장악을 막기 위한 한·미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은 고려아연과 포스코의 정·제련 역량, 배터리 3사의 제조 기술, 소재·재활용 기업의 생태계를 바탕으로 동맹 공급망의 중심에 서야 한다. 중국이 배터리를 통해 미래 산업과 군사기술의 목줄을 쥐려는 동안, 한국이 망설이면 시장도 안보도 잃을 수 있다. 배터리는 이제 산업재가 아니라 국가안보 자산이며, 한국은 중국의 공급망 지배를 막는 최전선에 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