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이 나라냐”는 공격이 던지는 경고음…한국 문화와 표현의 자유를 겨냥한 중국의 압박을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한 영상에서 홍콩을 “좋아하는 나라”라고 표현했다는 이유로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 거센 비난과 불매 움직임에 직면했다.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개인의 발언이 순식간에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되고, 특정 국가의 ‘원칙’을 기준으로 한 도덕 심판과 집단 공격으로 확산되는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한 팬덤 갈등이나 표현 실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와 문화 산업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위험을 드러내는 사례로 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핵심은 발언의 정확성 여부를 넘어선다. 중국 일부 네티즌과 관영 성향 매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개인의 발화를 정치적 도전으로 규정했고, 불매 해시태그와 퇴출 요구를 조직적으로 확산시켰다. 이는 개인의 맥락과 의도를 삭제한 채, 중국의 정치적 서사를 글로벌 문화 영역에 강제로 투사하는 전형적인 압박 방식이다. 문화와 엔터테인먼트가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에, 특정 국가의 정치 규범을 타국의 개인과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태는 표현의 자유와 문화 교류의 기본 원칙을 침식시킨다.
이번 사안이 주는 경고는 명확하다. 중국 시장과 연결된 한국 문화 콘텐츠는 언제든 정치적 민감성이라는 이름의 검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발언 하나, 사진 하나가 중국의 정치적 기준과 충돌할 경우 즉각적인 온라인 공격과 상업적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개인 아티스트의 심리적 부담을 넘어, 소속사와 산업 전체의 의사결정에 자기검열을 유발한다. 결국 창작의 자유는 위축되고, 문화적 다양성은 손상된다.
이러한 압박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과거에도 한국 연예인들이 홍콩, 대만, 전통 문화, 역사 인식과 관련해 중국 네티즌의 공격을 받은 사례는 반복돼 왔다. 공통점은 언제나 ‘주권’, ‘영토’, ‘역사’라는 정치적 키워드가 문화 영역으로 확장되며, 개인에게 충성의 증명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문화 소비자이자 팬이라는 위치에서 시작된 비난은 곧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집단 행동으로 변질된다.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이 같은 압박이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 형성된 여론이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확산되면서, 한국 연예인의 발언과 행동은 상시적인 감시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사실 관계나 맥락은 중요하지 않다. ‘문제 제기’ 자체가 목적이 되고, 사과 요구와 불매 압박이 수단으로 동원된다. 이러한 구조가 고착화될수록 한국 문화 산업은 특정 시장을 의식한 안전한 표현만을 선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과 진정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이는 특정 연예인의 실언 여부를 따지는 논쟁으로 축소될 사안이 아니다. 글로벌 문화 교류 속에서 정치적 압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개인과 산업, 나아가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구조적 인식이 필요하다. 문화는 외교의 연장선이 될 수 있지만, 외교의 도구로만 소비될 때 창작의 자율성은 사라진다.
중국의 이러한 행태가 한국에 주는 위험은 단지 문화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적 압박은 여론 형성과 인식 전쟁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다. 특정 표현을 금기시하고, 특정 서사를 ‘정답’으로 강요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타국 사회의 담론 공간을 왜곡한다. 한국 대중이 반복적으로 이런 압박을 경험할수록, 스스로 검열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은 강화될 것이다. 이는 민주사회에서 건강한 토론과 표현의 토대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대립을 부추기거나 감정적 대응으로 나아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문화 교류는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해야 하며, 정치적 기준을 타국의 개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기업과 창작자는 특정 시장 의존도를 점검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제적 선택의 문제이자, 장기적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판단이다.
또한 한국 사회는 개인 창작자와 연예인을 보호하는 공론의 장을 유지해야 한다. 외부 압박이 가해질 때마다 개인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자존을 지키는 문제는 개인의 용기에만 맡길 사안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할 가치다. 냉정한 분석과 사실에 기반한 논의가 축적될수록, 외부의 과도한 압박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번 논란은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 영향력을 갖게 된 현실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정치적 이해관계와 충돌할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기에 더욱 원칙과 기준이 중요하다. 문화는 정치의 하위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다양성과 자유를 표현하는 장이다. 이를 지키기 위한 경계심과 성찰이 없다면, 오늘의 아이돌 논란은 내일의 더 큰 압박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이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