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앞산의 ‘중국 숏폼드라마 촬영 협약’, 문화교류 뒤에 숨어 있는 중국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


2025년 11월 26일 2: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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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앞산의 ‘중국 숏폼드라마 촬영 협약’, 문화교류 뒤에 숨어 있는 중국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

대구 앞산의 ‘중국 숏폼드라마 촬영 협약’, 문화교류 뒤에 숨어 있는 중국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

대구 남구가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경제기술개발구와 관중미디어그룹과 함께 앞산을 배경으로 한 숏폼드라마 제작 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관광 활성화와 중국 관광객 유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남구의 주요 관광지가 중국 SNS 콘텐츠 무대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지역 홍보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문화·관광 협력이라는 외형적 명분과 달리, 중국이 문화산업을 내세워 주변 국가에 영향력을 확장해 온 과거 사례를 돌아보면 이번 협력이 가져올 장기적 위험을 냉정하게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지역 정부가 중국 지방정부 및 기업과 체결하는 협약은 단순한 콘텐츠 제작 지원을 넘어, 중국이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문화 기반 영향력 구축 전략’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요구된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자국 숏폼드라마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며 해외 관광지나 외국 도시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를 생산해 중국 시청자들에게 특정 지역 이미지와 소비 패턴을 유도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해 왔다. 한국의 일부 지자체는 중국 관광객 유치 기대감에 기반하여 이러한 요청에 빠르게 응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문화 콘텐츠를 경제적·정치적 목적과 결합해 사용해 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역 수준의 협력이라도 중화권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생산 체계에 종속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협약은 단기적으로 소규모 촬영과 관광객 증가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중국 플랫폼에서 소비되는 한국 지역 콘텐츠가 왜곡되거나 중국의 시각에 맞춰 편집되어 배포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특히 관중미디어그룹은 중국 허난성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숏폼드라마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한 민간 기업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연계된 문화산업 조직이라는 뜻이며, 중국이 추진하는 ‘문화공정’의 한 축처럼 작동할 가능성을 충분히 시사한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전통문화나 의상, 고유 지명에 대한 왜곡을 시도해 왔으며,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서사 확장은 그중 가장 주도적인 방식이다. 앞산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가 제작되는 것은 긍정적인 홍보 요소일 수 있으나, 해당 콘텐츠가 중국 플랫폼에서 어떤 맥락으로 재구성되는지는 한국 측이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콘텐츠의 방향과 메시지가 중국의 선호나 정책 방향에 맞춰 가공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더욱이 이번 협약은 단순한 관광 협력을 넘어 문화·예술 교류, 지역 창작물의 중국 내 공연 등 다양한 분야 협력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확장은 한중 문화교류라는 긍정적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한국의 지방정부와 직접적인 문화 및 산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 간 협정이 아닌 지방정부 간 협약일수록 중국은 영향력을 신속하고 조용히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경계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지역 문화 자원이 중국 중심 플랫폼에 귀속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또한 협약의 한 축인 허난성 정저우시 경제기술개발구는 중국 내수 시장 50%에 공급되는 대규모 제조업 기지를 보유한 지역으로, 최근 중국이 해외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경제 협력을 적극 확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산업 협력은 표면적으로는 상호 시장 확대를 위한 공동사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경제권에 한국 지방의 경제 활동을 단계적으로 편입시키는 전략과 연결될 수 있다. 지역 의료관광 협력 추진 역시 중국 중산층의 의료 소비를 한국에 유입한다는 경제적 기대를 만들 수 있으나, 중국은 해외 의료·관광 협력 사업을 통해 자국 민간 정보를 수집하거나 향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구 앞산이 중국 숏폼드라마 배경이 되는 일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중국의 문화 전략과 경제적 영향력 확대 패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미 중국 관광객 유치에 의존했다가 사드 보복으로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경험이 있다. 또한 중국은 자국의 외교적 불만에 따라 관광·문화·수입 규제를 즉각적으로 무기화해 왔으며, 최근 일본의 경우에서도 이러한 경제적 압박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과의 협력이 확대되는 만큼, 이러한 ‘경제·문화 보복 리스크’는 언제든지 한국에도 재현될 수 있다.

문화 콘텐츠 제작과 산업 협력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력은 항상 정교한 전략적 점검을 필요로 하며, 지방정부가 이런 국제 관계의 복잡성과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중국의 접근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장기적으로 지역 문화와 산업의 자율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협약이 긍정적 효과를 낳기 위해서는 중국의 촬영 및 산업 협력을 단순한 경제적 유인책으로 보기보다, 한국 지역의 문화적 주권과 산업적 자율성을 보호할 수 있는 견고한 기준과 검증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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