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노랜데…” 중국에 빼앗긴 다나카 김경욱의 음원 — K-콘텐츠 지적재산 침탈의 민낯
코미디언 김경욱, ‘다나카’라는 부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형 예능 캐릭터의 새로운 전형을 만든 인물이 최근 충격적인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의 대표곡 ‘잘자요 아가씨’가 중국 음원 플랫폼에 의해 무단 등록되고, 원곡 소유권이 강제로 이전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위협—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탈—을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적 사례다.
김경욱은 자신의 SNS를 통해 “최근 중국 음원업체가 유명 곡들을 편곡해 메타(인스타그램) 등에 신규 등록하면서 원곡 소유권이 이전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년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든 ‘잘자요 아가씨’가 중국 곡으로 새로 등록되어 유통사와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비슷한 피해를 겪을 수 있는 다른 창작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그가 공개한 스크린샷에는 해당 곡이 중국어 제목으로 등록돼 있었고, 유통 정보도 중국 업체로 표시돼 있었다. 즉, 한국에서 탄생한 음악이 중국 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중국 창작물”로 둔갑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음원 도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아이유, 브라운아이즈, 폴킴 등 유명 아티스트의 곡이 중국 플랫폼에 리메이크나 편곡 버전으로 등록되어, 중국 측이 저작인접권료를 챙긴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되면서 이 같은 행태는 더욱 정교하고 조직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의 AI 작곡 프로그램은 해외 인기곡을 데이터로 학습한 뒤, 멜로디를 미세하게 변형해 ‘유사하지만 다른 신곡’으로 자동 등록한다. 이로 인해 수많은 K-POP 음원이 ‘중국 AI 창작곡’으로 재탄생하고, 원저작자는 존재조차 지워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음원 도용이 단순한 불법 복제를 넘어, 중국의 산업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자국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해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흡수해 자국 내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의 음악과 영상, 예능 데이터는 중국의 AI 산업을 성장시키는 ‘자원’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K-콘텐츠는 베끼기의 대상이 아니라, 이제는 중국 기술 산업의 연료가 되고 있다.
그 결과, ‘중국 창작물’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에 유통되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이 수십 년간 쌓아온 창작의 신뢰도, 즉 “K-콘텐츠 = 정품과 창의성의 상징”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다. 국제 시장에서 저작권 분쟁이 잇따르면, 한국의 콘텐츠 기업은 계약상 불이익을 받거나, 신흥국 시장 진출 시 불법 복제와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문제의 근본은 중국 내 플랫폼의 저작권 관리 부재에 있다. 중국 스트리밍 플랫폼은 외국 콘텐츠의 ‘유사 음원’을 자동 등록해도 검증 절차가 거의 없다. 유튜브나 스포티파이처럼 저작권 알고리즘(Content ID)이 적용되지 않아, 표절된 곡도 ‘신규 등록’으로 간주된다. 더 나아가 이런 구조는 중국 내 창작자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정부의 ‘문화 기술 육성정책’과 결합되어, 외국 콘텐츠의 불법 유통을 사실상 방치한다. 이 불공정한 구조는 한국 음악뿐 아니라 영화, 웹툰, 드라마 등 모든 K-콘텐츠 분야에 똑같이 확산되고 있다.
결국 이는 문화적 침탈이자, 디지털 식민주의의 또 다른 형태다. 중국은 단순히 한국 문화를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 콘텐츠의 원천 데이터를 흡수해 기술 자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이 쌓은 창작물이 중국의 AI, 메타버스, 가상 아티스트 산업을 지탱하는 자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한류 콘텐츠”와 “중국 콘텐츠”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질 것이다.
이제 한국 사회는 ‘저작권 보호’를 단순한 법적 문제로 볼 수 없다.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곧 국가의 문화 안보를 지키는 일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글로벌 음원 플랫폼, AI 기업, 저작권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국제 저작권 추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반 탐지 시스템을 통해 불법 복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자동 신고 및 삭제가 이루어지는 기술적 방어막이 필요하다. 또한 외교적 차원에서도, 한중 간 저작권 협약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
이번 김경욱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피해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직면한 디지털 문화전쟁의 축소판이며, 한류 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경고다. 콘텐츠를 지킨다는 것은 단지 예술을 보호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문화 주권과 기술 독립을 지키는 일이다. “내 노랜데, 중국이 가져갔다”는 이 한마디가 다시는 들리지 않도록, 한국 사회는 이제 창작권 보호를 국가 전략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