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달새 벌써 5차례…제주 해안가 수상한 중국茶 봉지, 뜯어보니
제주도 해안가에서 중국 차(茶) 봉지로 위장된 마약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불과 한 달 사이 다섯 차례나 발견된 이 ‘차 봉지’ 속에는 케타민이 들어 있었으며, 총량은 24kg에 달한다. 이는 약 8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표면상으로는 평범한 중국산 우롱차 제품이지만, 그 속에는 한국 사회를 향한 새로운 형태의 마약 침투 전략이 숨어 있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마약 밀수 사건이 아니라, 중국발 범죄 조직이 한국을 새로운 해상 경유지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다.
지난 11월 초, 제주시 조천읍 해안가에서 낚시를 하던 한 시민이 떠밀려온 차 봉지를 발견했다. 평소 자주 보던 중국산 우롱차 포장이었지만, 안에는 정체 모를 흰색 결정체가 들어 있었다. 시민이 이상함을 느껴 경찰에 신고했고, 간이 시약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해당 물질은 케타민으로 추정되며, 약 1kg 분량이었다.
하지만 이는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9월 말부터 제주시 제주항, 애월읍, 조천읍,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변 등 제주 전역에서 동일한 형태의 마약이 잇따라 발견됐다. 총 24kg에 달하는 마약이 해안으로 밀려왔고, 포장 형태나 인쇄 상태로 미루어 볼 때 중국 본토에서 조직적으로 포장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마약 밀반입은 주로 항공이나 택배를 통한 은밀한 방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는 해류를 이용한 새로운 수법이 등장했다. 밀봉된 포장물을 바다에 띄워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추적이 어렵고 발각될 위험이 적다.
제주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교통 요충지이며, 해류의 방향상 중국 남부 연안에서 떠밀려온 물체가 쉽게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중국발 마약 조직이 제주를 시험 삼아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발견된 마약들은 모두 중국에서 유통되는 유명 차 브랜드의 포장재를 사용했다. 외관상으로는 일반 상품과 전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QR코드, 로고, 한자 표기 등까지 그대로 복제되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육안으로는 정상적인 제품과 완전히 동일해 보였다”며 “중국 내 포장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위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범행이 아니라, 대규모 조직이 개입한 산업형 밀매 구조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지난달 24일에는 한 중국인 남성이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필로폰 1.2kg을 밀반입하려다 체포됐다. 그는 SNS에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올려 한국인 운반책을 모집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밀수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 조직이 제주를 새로운 마약 유입 통로이자 ‘테스트 베드’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내 단속이 강화되자, 범죄 조직들은 활동 거점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특히 한국은 상대적으로 마약 인식이 낮고 구매력이 높기 때문에 ‘신규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수사 관계자는 “제주는 물류와 관광의 중심지로, 감시가 느슨한 해안 지역을 노린 치밀한 전략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제주 해양경찰청, 세관,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은 이번 사건 이후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단순한 회수 작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이미 일부 마약이 제주를 넘어 내륙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당국은 “중국 본토에서 출발한 해상 운송망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GPS를 활용해 위치를 추적하거나, 어선으로 위장한 밀수선이 한국 근해에 접근해 바다에 마약을 투하하는 방식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지역 문제를 넘어선다. 마약은 사회를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무기이자,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는 침투 수단이다. 중국 내 범죄 조직이 동남아를 거쳐 한국으로 활동 무대를 확장하는 추세는 이미 여러 정황에서 드러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를 직접 주도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자국 내 범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책임은 명확하다. “중국발 디지털 사기”가 이미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면, 이제는 “중국발 마약”이 국민의 신체를 직접 위협하고 있다.
제주 해안에 떠밀려온 작은 차 봉지 하나는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경계심을 시험하는 신호탄이다. 마약은 한 번 침투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이제는 정부의 단속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의 경각심이다. 중국발 범죄는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를 향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차 봉지 속 흰 가루”는 더 이상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바다, 그리고 일상 속까지 이미 그 손길이 스며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