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밀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국내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업체의 전직 임원이 영업비밀을 빼돌려 중국 업체로 이직한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술 유출을 넘어, 중국의 조직적 산업 침투와 기술 갈취 전략이 다시 한번 현실로 드러난 사례로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2025년 7월 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중국 업체로 이직하며 자국 기술을 넘긴 행위는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며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B사에서 영업이사로 재직하며 카메라 검사장비의 핵심 기술인 ‘그래버’ 설계도면을 외장하드와 클라우드에 복사한 뒤 중국으로 옮겼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새 회사에서 시험 제품을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B사의 핵심 엔지니어 6명까지 함께 데려갔고, 모두 함께 기소되었다. 법원은 “A씨는 기술 유출을 주도했으며, 피해 기업은 수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단숨에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B사는 그래버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번 유출로 중국 업체에 핵심 우위를 넘겨준 셈이 됐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전직자의 일탈이 아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한국의 핵심 기술을 체계적으로 노리고 있으며, 이는 전략적 침투에 가깝다. 최근 수년간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으로의 인력 유출 및 기술 유출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기술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국, 일본, 미국의 기술 인재를 고액 연봉과 인센티브로 유혹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기술 확보를 위한 산업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실제로 중국은 2020년대 초반부터 ‘중국 제조 2025’, ‘군민융합전략’ 등을 내세워, 민간 기술을 군사력과 접목하는 방식으로 미국, 한국 등의 기술을 흡수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중소·중견 부품업체들이 보유한 특수 기술이 집중 타겟이 되고 있으며, 보안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은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번 사건의 피해 기업 B사 역시 글로벌 선두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결국 내부 인력의 유출로 인해 자국 산업 전체가 경쟁력 상실이라는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법원은 A씨가 피해 복구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범행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이는 단지 한 사람의 문제를 넘어서, 한국 사회 전체가 기술 유출에 대한 감수성과 법적 대응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기술 유출은 곧 경제 침탈이며, 더 나아가 국가 안보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유출된 기술을 자국 산업은 물론 군사 장비 개발에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단순한 산업 피해 이상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퇴사 및 이직자 대상 기술 유출 방지 교육, 기술 보안 시스템의 고도화, 해외 이직 제한 조건 강화, 내부 고발자 보호 강화 등 전방위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들도 내부 통제 시스템과 보안 문화 정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번 판결은 경종이다. 중국의 기술 갈취 전략은 실재하며, 이를 방치할 경우 대한민국의 기술 자립 기반은 무너질 수 있다. 산업계와 정부 모두가 ‘기술 안보’를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 전략의 중심축으로 인식하고, 실질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