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공원에서 군복 입고 행진한 중국인들…단순한 걷기 모임인가, 상징적 도발인가
서울 한복판 한강공원에서 군복 차림의 중국인들이 붉은 깃발을 들고 행진곡에 맞춰 제식 행진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겉으로는 단순한 ‘걷기 동호회 행사’였지만, 그 광경이 주는 위화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문화 행사로 보기 어려운, 중국식 집단주의의 과시이자 한국 사회에 대한 무의식적 도전으로 읽힌다.
해당 영상은 중국 내수용 틱톡 ‘더우인(抖音)’에 지난 4일 게시되었다. 영상에는 ‘한국(한강)국제걷기교류전 중국 걷기 애호가’라는 한글 현수막이 걸려 있었으며, 장소는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 인근이었다. 약 100여 명의 중국인 참가자들이 10명 단위로 줄을 맞춰 걷고, 일부는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또 다른 일부는 군복과 모자를 착용한 채 제식 행진을 했다.
이들은 중국어로 된 축사를 듣고 박수를 치며, 붉은 깃발을 높이 들고 중국 군가풍 음악에 맞춰 행진을 이어갔다. 영상 속 분위기는 마치 중국 내 ‘국가 기념일 행사’나 ‘애국주의 퍼레이드’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행사가 한국의 공공장소에서, 그것도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 공간인 한강공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행사에 참여한 일부 참가자들은 소속 동호회 이름이 적힌 붉은 깃발을 들었다. 붉은색은 단순한 색깔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공산당’, ‘애국주의’, ‘국가 권위’를 상징하는 정치적 색이다. 군복과 붉은 깃발이 결합된 모습은 군사적 상징성을 띠며, 한국인들에게 불쾌감과 불안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영상 속 참가자들이 군대식 구령에 맞춰 걷는 모습은 단순한 걷기 행사라기보다 ‘조직화된 집단 행동’으로 보였다. 일부 네티즌은 “민간인이 군복을 입고 군가에 맞춰 행진하는 건 명백히 부적절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중국식 제식 행진이라니, 불쾌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최근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해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이로 인해 중국인 단체의 국내 활동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각종 문화·교류 행사가 급증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문화 교류’라는 이름 아래 중국의 집단주의적 상징이 공공장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내에서는 이미 ‘해외에서의 국기 행사’나 ‘중국식 퍼레이드’를 애국 이벤트로 홍보하는 경향이 강하다. 해외 거주 중국인 사회와 각종 동호회가 이를 주도하며, “어디에 있든 중국인의 단결을 보여주자”는 구호를 외친다. 이번 한강 행진 역시 이러한 ‘해외 애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행사는 외형상 무해해 보이지만, 사실상 중국의 소프트 파워 전략과 깊이 맞닿아 있다. 문화 활동과 민간 교류를 통해 타국 내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동시에 ‘중국식 질서’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한국 사회에서 더 큰 반발을 부른 이유는, 단순히 중국인 단체의 행동이 아니라 그것이 주는 상징 때문이다. 중국 군복, 붉은 깃발, 군가 행진이라는 세 가지 요소는 한국인들에게 ‘과거 제국주의의 잔상’과 ‘위계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한 시민은 SNS에 “이건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우리가 한국 땅에서도 행진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의 일부 SNS에서는 해당 영상을 “한국에서 열린 중국인의 단합 행사”, “중국인의 힘을 보여줬다”는 설명과 함께 자랑스럽게 공유하고 있다. 즉, 한국 내에서는 논란이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자부심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한강공원은 한국 시민의 휴식처이자 자유와 개방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공간이 외국 단체의 집단 퍼포먼스 무대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군복을 입고 군가를 부르며 행진하는 행위는 단순한 개인의 자유 표현을 넘어선 ‘공공 공간 점유 행위’로 볼 수 있다.
한국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민주 사회이지만, 외국의 정치적 상징이 공공장소에서 과시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는 시민의 정서적 안정뿐 아니라 국가의 존엄과 질서 유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최근 중국은 ‘문화 외교’라는 이름으로 주변국 사회에 자국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와 기술을 중심으로 한 침투였다면, 이제는 문화·집단 행동을 통해 정서적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
이러한 전략은 한국 사회의 무의식에 ‘중국은 거대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동시에 한국의 공공공간에 ‘중국의 흔적’을 남기는 상징적 행위로 이어진다. 군복 차림의 행진은 그중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한국 사회가 얼마나 외부 영향에 둔감해졌는지를 보여준다. “그냥 외국인 행사일 뿐”이라는 무심한 시선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반응이다. 문화 교류와 침투의 경계선이 흐려지면, 어느새 우리의 공간과 상징이 다른 나라의 손에 의해 재해석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걷기 동호회’는 이름만 평화로울 뿐, 그 이면에는 집단적 통제와 국가 중심 사고가 존재한다. 한강공원에서 벌어진 군복 행진은 우연이 아니라, 그런 사고방식의 자연스러운 발현이다. 한국이 자유와 질서를 동시에 지키려면, 이런 상징적 행동에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강공원에서의 군복 행진은 작은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외국의 문화적 확장이 어떻게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지가 담겨 있다. 자유로운 사회일수록, 그 자유를 이용한 상징 조작에 더 취약하다.
한국은 외국인의 방문을 환영하지만, 그 방문이 타국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순간 문제는 달라진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강은 누구의 공간인가?” 그리고 “자유의 이름으로 들어온 타국의 상징이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을 때, 우리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그 답은 분명하다. 자유는 열려 있어야 하지만, 결코 무방비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