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로이 목마’ 범죄, 중국에서 현실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중국 후난성에서 발생한 한 절도 사건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범인은 나무 상자 속에 몸을 숨긴 채 배달원을 이용해 주택 안으로 침입한 뒤, 여성을 위협해 금화와 현금을 훔쳤다. TV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 ‘트로이 목마식’ 범죄는 단순한 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이는 중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와 범죄의 조직화, 그리고 기술을 악용한 신종 침입 수법의 확산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 양상은 이미 국경을 넘어, 한국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0월 9일, 중국 중부 후난성의 한 아파트 단지. 46세의 남성 자오 씨는 자신이 직접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나무 상자를 준비하고, 배달원을 고용해 그 상자를 특정 건물의 출입구로 옮기게 했다. 감시 카메라를 피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었다. 상자 안에 숨어 있던 자오 씨는 운반이 끝나자마자 빠져나와, 퇴근하던 한 여성을 미행했다.
그는 “빚을 갚으러 왔다”며 여성을 속이고 집 안으로 들어간 뒤, 금고를 강제로 열게 했다. 그는 시가 20만 위안(약 4천만 원) 상당의 금화와 현금 2천 위안을 훔쳤고, 여성이 신고하지 못하도록 수면제를 먹였다. 피해 여성이 의식을 잃자, 그는 4시간 동안 현장을 청소하며 지문과 흔적을 모두 지웠다.
이후 다시 상자 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배달 서비스를 불러 상자를 옮기게 했다. 범행은 완벽해 보였지만, 결국 기술의 발전은 범죄자를 잡아냈다. 경찰은 수십 대의 CCTV를 분석하고 물류 시스템 데이터를 추적한 끝에, 저장성에서 활동하던 자오 씨를 9일 만에 체포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TV 드라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진술하며, 자신이 이렇게 빨리 잡힐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강도 사건이 아니라, 중국의 범죄 문화가 얼마나 위험한 단계로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에는 폭력과 위협 중심의 단순 절도가 많았다면, 이제는 기술적 교묘함과 심리전을 결합한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미 “드라마 속 범죄 수법을 현실에 적용해본다”는 식의 게시물이 등장하고, SNS를 통해 범죄 노하우가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범죄의 발상지와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내에서 성공한 신종 범죄 수법은, 곧바로 해외 거주 중국인 범죄조직이나 국제 사기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나라로 확산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중국계 범죄조직이 주택가 절도, 보이스피싱, 불법 환치기 등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후난성의 ‘트로이 목마’ 사건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물류·이주 인구 교류가 많은 만큼, 중국발 범죄의 파급력이 빠르게 미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찰은 중국계 절도조직의 활동을 잇달아 적발해 왔다. 이들은 주로 수도권 아파트나 원룸 밀집 지역을 노려 침입하거나, SNS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범행 동선을 감춘다.
후난성 자오 씨의 사례처럼, 배달·택배 시스템을 악용한 ‘비접촉형 범죄’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는 위험이다. 중국 내에서는 ‘드라마 범죄’ ‘게임형 절도’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법의식이 약한 사회 구조와 느슨한 형사제도의 산물이다.
한국 사회가 이를 경계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범죄가 국내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오 씨 사건은 범죄자가 첨단 기술과 물류 시스템을 얼마나 교묘히 악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택배 운송 기록, 이동 경로, 심지어 수면제 복용 후의 ‘시간 계산’까지 세밀하게 계획했다. 이는 단순한 절도범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과 시스템 허점을 이용한 신세대 범죄자의 전형이다. 한국은 이미 AI 택배, 비대면 배달, 원격 자율주행 등 첨단 물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오히려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사례는, “편리함 뒤에는 언제나 보안의 취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동시에 가장 가까운 위험의 대상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중국인 관련 범죄 사례를 보면, 보이스피싱, 마약 밀수, 온라인 도박, 신용카드 복제 등 범죄의 형태가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내부의 신종 절도 수법이 단순한 ‘해외 뉴스’로만 머무를 수 있을까? 후난성의 사건은, 결국 ‘오늘의 중국’이 ‘내일의 한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한국 경찰과 사회는 단순히 범죄 발생 후의 대응만이 아니라, 택배·배달·임대업 등 일상 생활 속의 시스템적 취약점을 점검해야 한다.
중국 범죄조직은 바로 그 ‘일상의 빈틈’을 노린다.
■ “경계하지 않는 사회는 언제나 표적이 된다”
자오 씨는 결국 체포되었지만, 그가 보여준 것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중국 사회에 내재된 위험한 현실이다. TV 드라마가 범죄의 교본이 되고, SNS가 공모의 도구가 되는 나라에서, 그 영향은 국경을 넘어 확산된다. 한국 사회는 지금 “중국발 범죄”를 단순한 외신으로만 읽을 때가 아니다. 그들의 범죄가 우리의 시스템에 침투하기 전에, 우리의 경계심과 예방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한 중국 남성이 상자 속에 숨어 여성을 공격했던 사건은, 단순한 강도극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과 편의, 무관심이 결합할 때 사회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경고장이다. 그리고 그 경고는 지금, 한국에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