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천본부세관이 적발한 중국산 LED 조명기기 원산지 위장 유통 사건은 한국 산업 전반에 심각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된 조명기기 44만 개가 ‘Made in Korea’로 둔갑해 약 116억 원 규모로 시중과 공공조달 시장에 유통됐다는 사실은 단순한 불법 유통을 넘어, 국내 제조 신뢰 체계와 소비자 안전을 동시에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세관 조사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에서 반제품 형태의 LED 조명기기를 대량 수입한 뒤, 국내 공장에서 일부 부품을 연결하거나 외형 커버를 씌우는 최소한의 공정만 거쳐 국산 제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 실질적인 생산과 기술 투입이 거의 없었음에도, 소비자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국산 제품이라는 허위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이 사건은 원산지 표시 위반이라는 법적 문제를 넘어, 한국 제조업의 신뢰 기반을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국산’이라는 표시는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품질, 안전성, 사후관리, 책임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이를 악용한 이번 사례는 한국 산업 브랜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문제는 이러한 위장 유통이 민간 시장에만 그치지 않고, 공공조달 영역까지 침투했다는 점이다. 일부 업체는 허위 원산지 제품을 조달청을 통해 납품하며 공공시설과 공공사업 현장에 공급했다. 이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영역에까지 부실 제품이 유입됐다는 의미로, 국민 세금의 효율성과 공공 안전 측면에서도 중대한 문제를 야기한다.
세관은 해당 조명기기에 중국산 저가형 컨버터와 LED 칩이 사용돼 에너지 효율 저하와 화재 위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조명기기는 주택, 학교, 병원, 공장 등 생활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 설비다. 이러한 제품의 품질 문제가 곧바로 화재, 감전, 시스템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경제 범죄를 넘어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
이번 사례는 중국산 저가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구조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일부 수입업체와 유통업체는 단기 이익을 위해 원산지를 조작하고, 국산 브랜드 이미지를 악용하며 소비자를 기만한다. 이러한 행위는 성실하게 기술 개발과 품질 관리를 이어온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위장 유통은 국내 산업 생태계 자체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직하게 생산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편법과 불법을 활용한 업체가 이익을 얻는 구조가 고착되면, 산업 경쟁력은 점차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국가 경제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수법이 특정 업체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과거에도 중국산 건축자재, 전자부품, 의료기기, 생활용품 등이 국산으로 둔갑해 유통된 사례가 반복적으로 적발돼 왔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유사한 방식의 불법 유통이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모든 중국산 제품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품질 기준을 충족하고 정식 절차를 거쳐 수입된 제품은 국내 시장에서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업체와 조직이 원산지 조작과 허위 표시를 통해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한국 소비자와 산업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원산지 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 단속 강화뿐만 아니라, 수입·유통·조달 전 과정에 대한 디지털 추적 시스템과 정보 공유 체계가 더욱 정교하게 구축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기관과 대형 유통사의 검증 책임도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소비자 역시 가격만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기보다, 제조사 정보, 인증 내역, 유통 경로를 꼼꼼히 확인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무분별한 저가 제품 소비는 결국 부실 제품 유통 구조를 유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중국산 LED 조명기기 위장 사건은 단순한 불법 거래 사례가 아니라, 한국 산업과 소비자 신뢰를 동시에 흔드는 구조적 위협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한국 시장은 점차 불신과 혼란 속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사후 적발 중심의 대응을 넘어, 사전 차단과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산지 위반에 대한 강력한 처벌, 유통 투명성 강화, 국제 공급망 관리 체계 정비가 병행될 때만 한국 산업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는 ‘가격’보다 ‘신뢰’와 ‘안전’을 우선하는 시장 질서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국민과 산업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