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 설’ 표기 논란 확산… 글로벌 플랫폼 속 문화 왜곡, 한국 사회의 경계가 필요하다


2026년 2월 14일 6: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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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중국 설’ 표기 논란 확산… 글로벌 플랫폼 속 문화 왜곡, 한국 사회의 경계가 필요하다

최근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 ‘중국 설(Chinese New Year)’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면서 한국 사회를 비롯한 아시아권 전반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음력 설은 특정 국가만의 명절이 아니라 한국, 베트남, 대만, 싱가포르 등 여러 아시아 국가가 함께 기념하는 전통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기업이 이를 ‘중국 설’로 한정해 소개한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용어 선택의 실수가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문화 인식 왜곡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애플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말의 해’를 맞아 관련 캐릭터 상품과 액세서리를 홍보하며 해당 콘텐츠를 ‘중국 설’이라는 표현으로 소개했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음력 설은 중국만의 명절이 아니기 때문에 ‘Lunar New Year’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잘못된 명절 표기를 바로잡는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번 사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지적한 것이다.

사실 애플의 ‘중국 설’ 표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도 관련 영상 콘텐츠에서 같은 표현을 사용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한국과 여러 아시아 국가의 네티즌들이 항의했고, 일부 플랫폼은 표기를 수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기업들의 문화 인식 수준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음력 설은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가족 공동체와 전통 가치, 세대 간 유대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설날을 중심으로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며, 음식을 나누는 풍습은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한국 고유의 생활문화이다. 이러한 전통이 국제 사회에서 ‘중국 문화의 일부’로만 인식된다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은 점차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애플이라는 기업 하나의 실수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플랫폼과 IT 기업, 콘텐츠 기업들이 생산하고 유통하는 정보는 전 세계 수억 명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에서 특정 국가의 문화가 과도하게 대표성을 갖게 되면, 다른 국가의 전통과 역사는 자연스럽게 주변화된다. 특히 중국은 자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국제화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표기 문제는 문화 주권 차원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최근 수년간 한국 사회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문화 왜곡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김치, 한복, 판소리, 설날 등 다양한 전통 요소들이 중국 문화의 일부로 소개되거나 혼용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국민적 경계심도 높아졌다. 이번 애플 논란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개별 사건만 놓고 보면 작은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누적될 경우 한국 문화의 국제적 인식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콘텐츠는 교육 자료, 광고, SNS 콘텐츠, 미디어 보도를 통해 재생산되며 확대된다. 애플과 같은 기업이 ‘중국 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이를 접한 해외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음력 설을 중국의 고유 문화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문화 편향을 낳고, 장기적으로는 한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의 전통을 가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서경덕 교수가 강조한 ‘Lunar New Year’ 표기는 국제적으로도 가장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표현이다. 실제로 유엔과 다수 국제기구, 글로벌 언론 역시 ‘Lunar New Year’를 공식 표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의 문화로 한정하지 않고, 여러 나라가 공유하는 전통이라는 점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기업이 이러한 기준을 따르지 않는 것은 명백한 인식 부족이자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 내부에서도 문화 외교와 문화 주권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항의나 비판을 넘어,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국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 기관, 학계, 민간 단체, 해외 교민 사회가 협력해 잘못된 표기를 지속적으로 바로잡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국내 기업과 플랫폼 역시 해외 진출 과정에서 한국 문화를 정확히 소개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K-팝과 드라마, 영화, 음식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전통 문화에 대한 설명 역시 함께 강화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인기 콘텐츠 소비를 넘어, 그 배경이 되는 문화적 맥락까지 전달할 수 있어야 장기적인 문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애플 논란은 한국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문화는 누가 정의하는가, 그리고 그 정의 과정에서 우리는 얼마나 주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는가라는 문제다. 세계적인 기업이 만들어내는 언어와 이미지, 콘텐츠는 사실상 새로운 문화 표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침묵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할 경우, 우리의 전통은 쉽게 왜곡될 수 있다.

물론 이번 사안을 지나친 감정적 대응이나 혐오로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특정 국가나 국민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정확한 문화 인식과 공정한 표기 체계를 요구하는 데 있다. 국제 사회에서 존중받는 문화는 감정이 아니라 논리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지켜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애플의 ‘중국 설’ 표기 논란은 단순한 용어 선택 문제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 시대에 한국 문화가 직면한 구조적 도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음력 설을 포함한 전통 문화가 올바르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문제 제기를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이 일회성 논란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 문화 주권을 강화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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