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뮷즈’까지 베끼는 중국, 문화 강탈이 다시 시작됐다—한국의 창의 자산이 위험하다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뮷즈(MU:DS)’ 상품을 둘러보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다. 단청 무늬 키보드, 까치호랑이 인형, 흑자 달항아리 향로 등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한국 문화의 미학’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팬들은 새 상품 출시일마다 밤을 새워 줄을 서고, 온라인에서는 ‘뮷즈 덕후’들이 리뷰를 공유하며 한국적 디자인의 자부심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열정의 뒤편에서 한국의 문화산업을 노리는 중국의 문화 도둑질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타오바오, 테무, 핀둬둬 등을 검색하면 ‘한국 박물관’, ‘K-museum’, ‘Korea culture’ 등의 키워드 아래 수많은 가짜 뮷즈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일부 판매자는 태극기 로고까지 붙인 ‘단청 키보드’나 ‘호랑이 인형’을 제작해, 마치 정식 협력품인 양 내세운다. 하지만 이 모든 제품은 상표권을 구입하지 않은 불법 복제품이며,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공식 인증도 없다. 가격은 정품의 10분의 1 수준, 심지어 2000원짜리 ‘가짜 달항아리 배지’도 등장했다.
이 사건이 심각한 이유는 단순히 박물관 상품의 도용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 창의 자산(Cultural IP) 이 중국의 저가 모방 시장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뮷즈는 수익의 상당 부분이 국내 중소기업과 장인 제작사에 돌아가는 구조다. 단청, 자개, 도자 등 전통 소재를 활용한 디자인 상품이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젝트다. 그러나 중국산 가품이 범람하면 가격 경쟁에서 밀려, 한국의 장인과 디자이너들이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는 단순한 시장 손실이 아니라, 문화 주권이 훼손되는 경제 침투 행위다.
중국은 이미 ‘짝퉁 산업’을 자국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 왔다. 패션·IT·명품에 이어, 이제는 ‘문화 상품’까지 복제하고 있다. 과거에는 구찌나 루이비통의 가짜 가방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한국 전통 문양이 새겨진 키보드와 향초가 복제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단순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 상징을 ‘값싼 상품 이미지’로 전락시키는 전략적 행위다. 한국의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수록, 중국은 그 상징을 ‘대량생산 가능한 이미지’로 재가공하여 국제 시장에서 원조의 의미를 흐리게 한다.
그 결과, 한국의 문화 상품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하는 길이 막히게 된다. 뮷즈의 흑자 달항아리나 단청 키보드는 각각 20만 원에 달하지만, 소비자들은 그 가격을 ‘우리 문화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중국산 가품이 3000원에 팔리기 시작하면, 진품의 상징적 가치가 훼손되고 시장은 급속히 혼탁해진다. 결국 한국의 창작물은 ‘비싼데 별 차이 없는 제품’으로 오해받고, 창작의 정체성과 경제적 지속 가능성 모두 위협받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가짜 상품이 단순한 도둑질이 아니라 ‘문화 주도권 경쟁’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한류 콘텐츠, 한국 전통 문화, 심지어 한글 디자인까지 적극적으로 베끼며 ‘동아시아 문화의 중심’을 자처하려 하고 있다. 그들은 ‘K-문화’의 원천을 중국 문화의 파생물로 왜곡하거나, 한국의 창작품을 자국 브랜드로 위장해 수출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상표권 분쟁을 넘어, 국제 여론 속에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희석시키려는 전략적 침투다.
한국의 문화산업이 이 싸움에서 취약한 이유는 법적 대응 체계가 여전히 느리고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나 문화체육관광부가 독자적으로 국제 소송을 진행하기엔 인력과 자금이 한정되어 있다. 실제로 올 8월까지 뮷즈의 해외 공식 판매 매출은 3300만 원에 불과한 반면, 중국 내 불법 유통 가품의 추정 매출은 4000만 원을 넘어섰다. 즉, 한국의 정품 시장이 중국의 가짜 시장에 패배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문제를 단순히 “짝퉁 단속”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가짜 문화상품은 일시적인 범죄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문화 침식 전략의 일부다. 그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베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줄이고 자국의 문화 상품을 세계 표준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이것은 경제전이자 인식전이다. 싸게 팔아서 이윤을 남기고, 동시에 ‘중국이 아시아 문화의 중심’이라는 서사를 강화한다.
따라서 한국은 이 문제를 ‘문화 안보’의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특허청이 공동으로 해외 플랫폼에 대한 법적 제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시에 한국 문화상품의 글로벌 인증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도 ‘싼 게 좋은 게 아니다’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뮷즈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한국의 창의력과 장인정신이 집약된 문화 자산이다. 그것을 3000원짜리 가짜로 대체한다면, 한국은 문화 선진국의 위상을 스스로 내어주는 셈이다.
지금의 ‘짝퉁 뮷즈 사태’는 단순히 박물관 상품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국의 창의 산업 전체가 중국의 복제 경제에 포위되고 있다는 신호다. 문화는 단순히 예술이 아니라, 기술과 산업, 국가 브랜드의 근간이다. 중국의 짝퉁이 퍼질수록 한국의 문화는 싸구려 이미지로 희석되고, 우리의 자부심과 경제력은 함께 약화된다.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은 단지 감정이 아니라, 지켜야 할 산업 기반이다. 중국이 우리의 문화를 베끼는 동안, 우리는 그것을 지켜낼 제도적 방패를 세워야 한다. 문화는 국경을 넘어 퍼지지만, 그 원천의 이름은 지켜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