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의 악몽이 다시 돌아왔다” 중국 직구 제품이 드러낸 한국 소비자 안전의 취약지대


2026년 2월 1일 2:43 오전

조회수: 4743


news-p.v1.20260130.9f4df13d84854dc79ae1b6766f93617a_P1

“가습기 살균제의 악몽이 다시 돌아왔다” 중국 직구 제품이 드러낸 한국 소비자 안전의 취약지대

한때 한국 사회를 집단적 트라우마로 몰아넣었던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기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호흡기 질환과 폐 섬유화로 고통받았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비극의 원인이었던 독성 성분이, 이름만 바꾼 채 중국 직구 제품을 통해 다시 한국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된 방향제와 액세서리 제품에서, 당시 문제의 핵심이었던 CMIT와 MIT가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검출된 것이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일부 방향제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됐던 농도의 네 배를 넘는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 방향제는 불을 붙이거나 가열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성분이 기화되면 곧바로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된다. 이는 단순한 피부 자극이나 알레르기 반응의 문제가 아니라, 폐가 딱딱해지는 섬유화와 같은 심각한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다. 과거의 비극을 경험한 한국 사회라면, 이 수치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플랫폼에서 판매된 귀걸이와 목걸이 같은 금속 장신구에서는 납과 카드뮴이 국내 기준을 수십, 수백 배 초과한 상태로 검출됐다. 카드뮴은 장기간 노출 시 신장과 뼈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는 중금속이며, 납 역시 신경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제품이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경고 없이 한국 소비자에게 배송되고, 특히 청소년과 젊은 층이 일상적으로 착용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넘어 공포에 가깝다.

이 사안의 본질은 단순히 몇몇 불량 제품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직구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제품 상당수가 한국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위험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의 상당 비율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예외가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임을 보여준다. 중국 내에서 생산·유통되는 제품이 자국 기준이나 국제적 안전 기준을 충분히 따르지 않은 채,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해외 소비자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현상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관찰돼 왔다.

특히 한국은 온라인 쇼핑과 직구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가격 경쟁력을 중시하는 소비 문화가 강하다. 이 점은 중국 플랫폼 입장에서 매력적인 시장이 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안전 비용’을 절감한 제품이 대량으로 유입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중국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이 위험하다는 단순화된 주장을 할 필요는 없지만,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들은 최소한 경계심을 가져야 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한다.

중요한 점은, 이 문제가 특정 정부나 행정기관을 비난하는 방향으로 흐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례는 한국 사회 전체가 직구 소비의 편리함 뒤에 숨은 구조적 위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에 가깝다. 판매 차단 요청과 사후 조치만으로는 이미 유통된 제품의 피해를 되돌릴 수 없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에는 그 위험성을 거의 인지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중국 직구 제품에서 반복적으로 검출되는 유해 물질 문제는, 단순한 무역이나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과 직결된 사안이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설마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겠는가”라는 안일함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뼈아프게 보여주었다. 이번에 확인된 방향제와 액세서리 사례는, 그 비극이 형태만 바꿔 되풀이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과도한 공포가 아니라, 냉정한 경각심이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 성분 표시가 불분명한 제품, 해외 플랫폼을 통한 무차별 판매는 언제든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중국 직구 제품이 일상 속 깊숙이 들어온 지금, ‘싸고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안전을 양보할 수는 없다. 과거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 사회는 이 문제를 일시적 뉴스가 아닌 구조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지속적인 경계의 눈을 가져야 한다.


Return to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