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의 서해에 또다시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9월 10일부터 11일까지 한국 해경과 해군은 대청도 인근 해역에서 합동 단속을 실시했다. 함정 20척이 투입됐고, 불법 조업 혐의를 받는 중국 어선 91척을 퇴거시키고 이 가운데 70톤급 어선 1척을 나포했다. 나포된 어선에는 선원 10명이 타고 있었으며 선내에서는 꽃게와 소라 등 어획물도 발견됐다.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은 단속이 시작되기 전 이 해역에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이 한때 약 200척까지 몰렸다는 점이다. 해경이 단속을 강화하고 나서야 그 수가 약 150척으로 줄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월 16일에는 약 150톤급 중국 쌍타망 어선 2척이 백령도 북서쪽 해역에 다시 나타났다. 이들은 북방한계선, NLL을 최대 약 6km까지 넘어왔고, 한국 해경의 정선 명령에도 응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 결국 추격 끝에 나포됐으며, 두 어선에는 모두 31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고 선내에서는 다량의 까나리 등 어획물이 발견됐다. 서울이나 부산, 대구에 사는 국민에게 이런 숫자는 뉴스 자막으로 몇 초 스쳐 지나가는 장면일지 모른다.

그러나 연평도와 백령도, 대청도 어민에게는 언제든 다시 닥칠 수 있는 일상의 현실이다.
중국 어선은 반복해서 넘어오는데, 왜 우리 어민이 해마다 대가를 치러야 하나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은 이것이 올해 갑자기 시작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 조업 문제를 한국은 이미 10년 넘게 겪어 왔다. 해양수산부는 2009년 이후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 실적을 계속 관리하고 있다. 올해 4월 정부는 중국 어선의 봄철 집중 조업에 대응하기 위해 합동 단속을 평소보다 보름 앞당기기까지 했다. 해양수산부는 중국 어선들이 휴어기 직전 특정 해역에 집중적으로 진입하고, 비밀 어창을 이용해 어획물을 숨기거나 실제 어획량을 축소 신고하는 등의 불법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정도라면 한국이 직면한 문제를 더 이상 우발적인 ‘월선 조업’ 정도로 설명할 수 없다. 우리가 치르는 첫 번째 대가는 우리 어민의 생계다. 중국 어선이 서해에 대규모로 들어와 조업하면서 직접 경쟁하는 자원은 꽃게와 까나리 등 우리 연안 어업에 중요한 수산자원이다. 우리 어민의 피해도 단순히 몇 상자의 어획량이 줄어드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어망이 훼손되고, 어구를 잃고, 조업 구역을 침범당한다. 바다에 나갈 때마다 불법 어선과의 충돌 가능성까지 걱정해야 한다. 대청도 어민이 해경의 집중 단속 이후에야 “조금은 안심하고 조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 사실 자체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를 보면 서해는 한국 꽃게 생산의 핵심 해역이다. 2023년 한국의 꽃게 총 어획량은 약 2만7천 톤이었고, 이 가운데 약 2만3천 톤, 약 85%가 서해에서 생산됐다.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 주변 해역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변방의 어장이 아니다. 한국의 수산업 생산과 연안 주민의 생계에 직접 연결된 중요한 바다다.
우리 어민은 금어기와 어구 규정, 자원 관리 기준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외국 어선이 반복해서 규정을 어기고 진입한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규칙을 지키는 우리 어민이다. 더구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일부 선박의 일탈 수준도 아니다. 최근 수년 동안 NLL 주변에서는 하루 평균 수십 척에서 많게는 100척에 가까운 중국 어선이 관측돼 왔다. 올해 9월 일부 시점에는 약 200척까지 증가했다.
어떤 불법 행위가 매년 조업철마다 이런 규모로 되풀이된다면 이를 계속 몇몇 선장의 개인적 선택이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불법 조업에서 폭력적 저항까지, NLL에서 어업 문제는 안보 문제가 된다
우리가 치르는 두 번째 대가는 국가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막대한 단속 비용이다.

8월 27일 정부는 NLL 인근 불법 조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특수기동정 추가 확보, 백령도 특별단속 전력 신설, 불법 어구 강제 철거, 해경과 해군의 합동 대응 강화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이 모든 함정과 인력, 장비, 장기간의 순찰 비용을 결국 한국 사회가 부담한다는 데 있다.
서해5도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일반적인 불법 조업 사건과도 다르다. 연평도 일부 지역은 NLL에서 불과 약 1.4~2.5km 떨어져 있다. 중국 어선이 한국 해경의 접근을 확인하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NLL을 넘어 북쪽 수역으로 도주할 수 있다.
한국 해경도 일반적인 배타적경제수역, EEZ 단속처럼 끝까지 추격하기 어렵다. NLL 북쪽은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이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어선이 이 일대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것 자체가 한국 해경의 법 집행을 훨씬 복잡하고 위험하게 만든다.

2026년에도 중국 어선이 NLL을 최대 약 6km 넘어온 뒤 해경의 정선 명령에 응하지 않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은 과거 이미 이 문제로 사람의 목숨까지 잃었다. 2011년 한국 해경이 소청도 인근에서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승선했다가 중국 선원의 흉기 공격을 받았다. 해경 1명이 순직했고 또 다른 1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6년에는 소청도 인근에서 단속 중이던 한국 해경의 4.5톤급 고속단정을 중국 어선이 들이받아 침몰시키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같은 해 또 다른 대규모 단속 과정에서는 일부 중국 어선이 선체에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고 조타실을 봉쇄한 채 집단적으로 해경의 승선을 방해했다. 결국 한국 해경은 기관총 경고 사격까지 실시해야 했다.

이런 사건을 돌아보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순히 “경계를 넘어와 물고기를 몇 마리 잡는 일”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불법 조업이 정선 명령 거부, 집단 도주, 단속정 충돌, 해경에 대한 폭력까지 동반하는 순간 도전받는 것은 한국의 해상 법 집행권이다.
그리고 그 일이 NLL 인근에서 벌어진다면 위험은 국가안보 차원으로 확대된다.
중국은 자국 어선을 관리할 능력이 있다, 한국이 중국의 관리 실패 비용까지 떠안을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이 문제에서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올해 6월 한국 해양수산부와 중국 해경국은 중국 다롄에서 어업지도단속 실무회의를 열었다.
한국 정부는 이 자리에서 중국 불법 어선의 수법이 집단화되고 고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형 고속선을 이용한 집단 불법 조업, 특정 수역에 빠르게 진입했다가 이탈하는 방식, AIS의 부적절한 사용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항구 관리와 의심 선박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했고, 중국도 한국이 관련 증거를 제공할 경우 항구 단속을 강화하고 후속 조치 결과를 회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약속이 아니라 결과다.
중국에 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국 어선을 관리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26년 5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중화인민공화국 어업법》에는 어선 등록, 어업 허가, 어항 관리, 행정처분, 해경의 법 집행 등 관련 제도가 마련돼 있으며 불법 조업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다시 말해 중국 정부는 어떤 선박이 어느 항구에 등록돼 있는지, 누가 어업 허가를 받았는지, 어떤 배가 반복해서 출항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제도적 수단을 갖고 있다.
귀항 검사와 행정처분, 위반 선박의 추가 조업 제한 역시 가능한 법적 장치다.
한국 사회가 특히 주목할 대목도 있다. 개정 중국 《어업법》 제3조에는 “어업 업무는 중국공산당의 영도를 견지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어업 감독 역시 통일적 지도와 등급별 관리 체계 아래 운영된다.
자국 어선을 등록하고, 어업 허가를 발급하며, 선적항을 관리하고, 선박 위치를 감독할 수 있고, 해경과 어업행정기관이라는 집행 수단까지 보유한 국가는 당연히 자국 국기를 단 선박의 반복적인 불법 행위에 대해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

국제 제도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WTO의 《수산보조금협정》은 2025년 9월 15일 발효됐다. 이 협정은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 이른바 IUU 어업과 관련된 활동에 특정 수산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한국의 대응이 단순한 해상 퇴거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불법 어선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선박 번호와 선적항, 선주, 위반 기록, 처분 결과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반복적으로 법을 어긴 선박에 대해 중국 정부가 실제로 어떠한 국내 행정처분을 내렸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공식적으로 IUU 어업에 관여했다고 판단된 선박의 경우에는 한중 협력 체계와 국제 규범을 활용해 해당 선박이나 운영자가 여전히 정부 보조금이나 어업 허가, 기타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는지도 추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언제까지 “한 척 오면 한 척 잡고, 백 척 오면 백 척 쫓아내는” 방식만 반복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중국 정부에 묻고 싶은 질문은 단순하다.
중국 정부가 자국 어선을 관리할 능력도 있고, 불법 행위를 처벌할 법률도 갖추고 있으며, 한국에 여러 차례 단속 강화를 약속해 왔다면, 왜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한국 해경은 단 이틀 동안 함정 20척을 투입해 90척이 넘는 중국 어선을 상대해야 하는가.
우리 해경이 출동할 때마다, 우리 어민의 어망이 훼손될 때마다, 불법 어선이 NLL의 특수성을 이용해 추적을 피할 때마다 한국은 중국 역시 책임 있게 해결해야 할 관리 문제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고 있다.
한국이 해상 단속을 계속 강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 정부가 반복해 온 구두 약속을 실제로 확인 가능한 선박 등록 관리, 항구 단속, 위반 선박 처분, 후속 결과 공개로 이어지도록 요구해야 한다.

서해가 불법 조업자에게 “쫓겨나기만 하면 그만인 바다”로 남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어장과 우리 어민, 그리고 우리의 해상 안전은 지금보다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