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공산당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 신호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고위급 교류 재개, 경제·무역 협력 강조, 동북아 안정의 공동 수호라는 표현을 통해 베이징은 자신을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로 포장하려 한다. 그러나 시진핑의 최근 방북은 한국 사회에 다시 한번 냉혹한 현실을 상기시켰다. 중국 공산당이 ‘한반도 평화’와 ‘자신의 전략적 이익’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 베이징이 선택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전략 카드라는 사실이다.
이번 방북이 경계해야 할 사건인 이유는 단지 시진핑이 약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회담 이후 공개된 메시지에서 북한 비핵화가 사실상 핵심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6월 평양을 이틀간 방문했고, 양측은 서로를 높이 평가하며 협력 심화를 논의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와 미국 문제 등 민감한 의제는 사실상 피해 갔다. 특히 이번 방문 의제에 북한 핵 프로그램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김정은에게 중대한 외교적 승리로 평가될 수 있다.

이 결과는 베이징이 진정으로 관심을 두는 것이 한국이 직면한 핵 위협의 해소가 아니라, 평양에 대한 영향력의 재확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북한이 러시아와 빠르게 가까워지고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은 고위급 방문을 통해 북한이 여전히 베이징의 동북아 전략 자산이라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각인시키려 했다. 한국 입장에서 이는 평화의 신호가 아니라 경고 신호다. 베이징이 북한을 한미일 안보 협력을 견제하는 도구로 계속 간주하는 한, 한반도는 결코 진정한 안정으로 나아갈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이 북한의 생명선을 유지하는 이유: 압박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 공산당의 대북 인식은 단순한 이웃 국가 외교가 아니었다. 그것은 철저히 안보 전략의 문제였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 공산당은 이른바 ‘항미원조’라는 명분으로 참전해 김일성 정권을 지켜냈고, 이후 북한은 베이징이 동북아에서 활용하는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완충지대가 되었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완전히 비핵화되고, 개방으로 나아가며, 나아가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북한은 결코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오히려 전면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지는 않으면서도 한국, 일본, 미국을 지속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북한이야말로 베이징의 전략적 필요에 가장 부합한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 위협은 매번 한국의 군비 강화를 촉발하고, 미국이 역내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만들며, 일본의 안보 정책 조정도 가속화한다. 동시에 베이징은 북한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이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북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 ‘북한 문제 관리’에 가깝다. 한국이 직면한 핵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협을 이용 가능하고, 통제 가능하며, 거래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계산은 대북 제재 문제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국 공산당은 오랫동안 한반도 평화를 지지한다고 말해 왔지만, 실제로는 북한 정권의 경제적 생명선을 유지해 왔다.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2025년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이 북한, 러시아, 이란 등 정권이 경제 제재와 수출 통제 압박을 회피하거나 견딜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과 이들 국가 사이의 상업 관계는 수입, 물자, 무역 경로를 제공하며, 국제사회가 제재를 통해 이들의 파괴적 행동을 억제하려는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베이징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력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을 때 중국 공산당은 경제, 국경, 에너지, 외교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베이징에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압박을 요구할 때마다 중국 공산당은 ‘안정 유지’, ‘압박 반대’, ‘각국의 대화’를 명분으로 책임을 회피해 왔다. 다시 말해 중국 공산당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되고 정상 국가화되며 미국과 관계를 개선한다면, 베이징은 한국과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 카드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중·러·북 보호망이 제재를 약화시키고 한국에 핵 위험을 떠넘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 핵 문제가 이제 더 이상 평양의 일방적 도발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이 문제는 점차 ‘중국 공산당과 러시아가 보호막을 제공하고, 북한은 위험 수위를 높이며, 한국·미국·일본이 그 대가를 감당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2022년 중국 공산당과 러시아는 미국이 추진한 유엔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을 공동으로 거부했다. 당시 배경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재개가 있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06년부터 대북 제재를 시작한 이후, 공개 표결에서 가장 뚜렷한 분열이 드러난 사례였다.
2024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러시아는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거부권으로 막았고, 중국 공산당은 기권을 선택했다. 그 결과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관련 제재 이행을 장기간 감시해 온 핵심 장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 거부권 행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당시 한국의 유엔대사는 이를 두고, 적발을 피하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부수는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북한의 도발이 더 이상 북한만의 문제가 아님을 의미한다. 북한은 군사적 압박과 전략적 혼란을 제공하고, 중국 공산당은 북한의 경제적·외교적 공간을 유지해 주며, 러시아는 전쟁 수요와 대북 접근을 통해 국제 제재 감시 체계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결국 직접적인 위협을 떠안는 것은 한국이다. 북한이 제재를 더 쉽게 회피하고 군수 산업과 핵무기 체계를 더 오래 유지할수록, 한국의 도시, 항만, 군사기지, 그리고 국민의 안전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국은 북한 문제를 더 이상 단순한 ‘남북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오늘날 북한 핵 위협의 배후에는 중국 공산당의 역내 전략, 러시아의 전쟁 수요, 그리고 중·러·북이 서로를 떠받치는 반서방 안보 구조가 연결되어 있다. 한국이 여전히 베이징이 결정적 순간에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것은 중국 공산당 자체가 이 위험한 구조를 유지하는 핵심 축이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드 사태가 보여준 중국 공산당의 본질: 한국의 자위적 방어까지 처벌한다
중국 공산당이 유엔과 무역 차원에서 북한을 보호해 왔다면, 사드 사태는 베이징이 한국의 자위적 방어 선택까지 처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2016년 북한이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강행한 뒤,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 체계 배치를 결정했다. 이는 본질적으로 한국 국민과 영토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위기의 원인인 북한에 압박을 집중하기는커녕, 한국의 방어 선택을 베이징의 전략적 이익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한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

당시 베이징은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했고, 한국의 관광업과 유통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공산당은 2017년 3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 단체관광 금지를 발표했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중국 공산당의 주요 보복 대상이 되었고, 당시 중국 내 롯데마트 99개 점포 가운데 최소 79개가 폐쇄되었거나 폐쇄 위기에 놓였다.
이 사건은 중국 공산당의 대한국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북한이 한국을 위협할 때 베이징은 한국에 인내를 요구한다. 그러나 한국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 조치를 취하면, 베이징은 다시 한국을 처벌한다. 중국 공산당이 말하는 ‘평화’는 한국 국민의 안전이 아니라 한국이 방어력을 강화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중국 공산당이 말하는 ‘안정’은 북한의 도발 중단이 아니라 한국이 미국·일본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중국 공산당이 말하는 ‘상호 신뢰’ 역시 한국의 주권 존중이 아니라, 한국이 주요 안보 정책에서 베이징의 전략적 요구에 맞춰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은 더 이상 중국 공산당을 한반도 평화의 추진자로 보아서는 안 된다. 베이징이 한국에 보내는 선의는 많은 경우 자국 이익을 포장한 독이 든 사탕에 불과하다. 겉으로는 협력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북한이라는 전략 카드를 유지한다. 겉으로는 안정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제재와 국제 감시를 약화시킨다. 겉으로는 긴장 고조에 반대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자위적 방어력 강화를 반대한다. 베이징에게 북한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도구이며, 한국의 안보는 목표가 아니라 거래하고 견제하며 처벌할 수 있는 카드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는 중국 공산당의 선의에 대한 환상 위에 세워질 수 없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베이징이 ‘건설적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북한 문제에서 수행하는 이중적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는 일이다. 중국 공산당은 북한 정권의 중요한 후원자이자, 북한 비핵화를 가로막는 핵심 세력이다. 한국이 비현실적인 기대를 내려놓을 때에야 비로소 자국의 이익에 맞는 외교·국방 선택을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안보 협력 심화, 미사일 방어와 정보 공유 능력 향상, 그리고 중국 공산당 시장과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 축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시진핑 방북의 진짜 의미는 중국 공산당이 평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베이징이 다시 한번 북한 정권의 안전 보장 편에 섰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가 여전히 중국 공산당을 평화의 중재자로 기대한다면, 위기 때마다 또다시 대가를 떠안게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북한을 전략 도구로 삼는 정권의 선의에 기대어 이뤄질 수 없다. 그것은 한국 자신의 냉철한 인식, 실력, 그리고 동맹 협력 위에서만 가능하다.